수출호조와 유가하락에 경상수지 성적표 '최고'

 

   

▲ 부산 감만부두에서 수출화물 선적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제공=연합)

   반도체·자동차 덕 광공업생산도 54개월만에 최대증가

   '불황형 흑자' 지적도…올해도 550억달러 흑자 전망

지난해 경상수지 흑자폭이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한 것은 정보통신기기 등을 중심으로 수출이 늘어난 가운데 국제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수입은 줄었기 때문이다.

   반도체와 자동차 수출이 증대한 덕택에 작년 12월 광공업 생산도 전달보다 3.4% 늘어 2009년 6월 이후 최대 증가율을 기록했다.

  올해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양적완화(QE) 축소에 따른 금융시장 불안과 신흥국의 경기위축, 원화 강세 등으로 흑자폭이 지난해보다는 줄겠지만 여전히 500억달러 이상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상수지 흑자폭 최대…수출↑·수입↓

  한국은행이 29일 발표한 2013년 12월 및 연간 경상수지(잠정치)를 보면 지난해 한국의 경상수지는 707억3천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외환위기가 터진 1997년(81억8천만달러 적자) 이후 16년째 흑자 행진이다.

   특히 지난해 흑자폭은 2012년의 480억8천만달러보다 226억9천만달러(47.2%) 급증했다.

   한은은 수출이 견조한 성장세를 보인 가운데 국제 원자재 가격이 약세를 보이면서 수입액이 줄어든 것이 경상수지 흑자의 이유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경상수지 가운데 상품수지(수출-수입)에서 연간 607억1천만달러 흑자를 냈다. 수출은 5천709억2천만달러로 3.0% 증가했고, 수입은 5천102억1천만달러로 0.8% 줄었다.

   정영택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수출의 주력 품목인 모바일폰 등은 중국 등에서 생산해서 수출하기 때문에 중계무역 마진관계가 서비스수지에 영향을 줬다"며 "주요 수입 품목인 원유 등 원자재 가격이 전반적으로 약세를 보여 수입(금액)도 떨어졌다"고 전했다.

   앞서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도 12월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경상수지 흑자의 가장 큰 원인은 국제유가와 원자재 가격 하락이다"라고 설명했다.

   지역별로는 원화 강세와 엔화 약세의 영향으로 일본에 대한 연중 수출이 2012년 388억달러에서 지난해 346억9천만달러로 10.6% 줄었다.

   중동에 대한 수출도 366억2천만달러에서 322억9천만달러로 11.8% 줄어 감소폭이 제일 컸다.

   이에 비해 대미 수출은 같은 기간 585억2천만달러에서 620억6천만달러로 6.0%, 대중 수출도 1천343억2천만달러에서 1천458억4천만달러로 8.6% 늘어 2009년 이후 증가세를 이어갔다.

   ◇수출 증대에 12월 광공업생산도 큰 폭 상승

   경상수지 흑자에는 수출 증가가 크게 기여했다.

   작년 12월 광공업생산은 반도체 및 자동차의 수출 물량 증대로 2009년 6월 이후 54개월만에 최대 증가율을 기록했다.

   통계청이 발표한 '12월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지난달 광공업 생산은 제조업 호조(3.5%)로 전달 대비 3.4% 증가했다.

   제조업 가운데 특히 반도체 및 부품(7.3%), 자동차(5.7%), 금속가공(6.4%) 등의 증가 효과가 컸다.

   박성동 통계청 경제통계국장은 "플래시메모리 등 반도체의 미국, 유럽 수출이 증가했고 자동차의 11월 수출 주문 감소에 따른 기저효과가 작용했다"며 "전반적으로 4분기 제조업 생산과 광공업 생산이 모두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향후 경기국면에 대한 지표도 강하지는 않지만 완만한 상승세가 이어질 것을 보여주고 있다.

   현재 경기 상황을 알려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11월 대비 0.1포인트 올랐고, 향후 경기국면을 예고해 주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기계류 내수 출하지수 등의 증가로 11월보다 0.5포인트 상승했다. 두 지표 모두 3개월 연속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12월은 제조업 대부분 업종에서 생산이 확대되면서 광공업 생산이 크게 증가하는 등 경기회복 조짐이 점차 강화하고 있다"고 전망했다.

   ◇"올해도 흑자행진 계속될 것"

   일각에서는 한국이 처한 대내외적 환경을 고려할 때 경상수지 흑자폭이 최대치를 기록했다며 '콧노래'를 부를 상황이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우선 일부 전문가들은 경상수지 흑자가 민간소비와 설비투자 부진으로 수입이 줄어들어 생긴 '불황형 흑자'라고 분석한다.

   이달 초 송민기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내수 위축의 고착화와 경상수지 흑자 기조' 보고서에서 "최근 경상수지 흑자 규모의 급증에는 수입물량 회복세의 둔화가 기여한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한은은 수입물량 자체가 늘어난 추세를 고려하면 불황형 흑자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정영택 국장은 "수출이 연간 3.0% 증가하고 수입이 0.8% 감소했다는 것은 '금액' 측면에서 본 것이며 지난해 수출물량 지수는 5.2%, 수입물량 지수는 4.3% 늘었다"며 "최근 소비재와 자본재 수입 물량도 늘고 있기 때문에 '불황형 흑자'라는 의견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1월 27일까지 수출입 흐름을 보면 수출과 수입 모두 견조한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런가 하면 한은은 이달 경제전망을 발표하면서 올해 경상수지 흑자가 550억 달러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김중수 총재도 지난달 "(경상수지 흑자는) 대외환경 변화에 따른 현상이어서 오래가지 않고 2014년에는 흑자폭이 좀 줄어들 것"이라며 "내수와 수출의 균형이 중요하므로 내수를 진작하고 수입을 유발하는 것이 장기적 균형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해보다 흑자 규모가 낮아지더라도 550억달러 이상의 흑자폭은 매우 높은 수준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500억달러 규모로 줄어든다기보다는 여전히 500억달러 규모를 유지할 것이라고 보는 편이 맞다"고 전했다.

   그는 "수입이 크게 늘지 않는다는 점이 문제인데 이런 상황은 올해도 비슷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다만, 경상수지 흑자에 따른 달러 유입이 원화 절상 압력으로 작용해 수출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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