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이르면 하반기 투자 요건 완화
국내 카지노업계 "외국 투기자본 유입 가능성 차단해야"

 정부가 3일 외국인의 국내 카지노 투자 요건을 사실상 완화하기로 해 업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정부는 그동안 카지노를 포함한 복합리조트(IR)에 투자하는 외국인에 대해 투자적격 이상 신용등급 기준을 적용해 왔으나 이르면 올해 하반기부터 이를 폐지, 신용등급이 미달하더라도 종합적인 자금조달 능력이 있는 것으로 판단되면 허용키로 했다.

   정부 관계자는 "카지노 산업은 세계 규모의 기업이라고 해도 신용 등급을 정확하게 맞추기 어렵다는 특성이 있다"며 "대규모 외자를 유치해 경제 활성화,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계 카지노는 지난 2012년부터 인천 영종도를 중심으로 한국 상륙을 줄기차게 타진해왔다.

   현재 영종도에서만 외국계 3곳을 포함해 4~5개 업체가 거론되고 있으며, 중국계 인도네시아 개발 업체인 리포와 미국 시저스엔터테인먼트의 합작 회사인 LOCZ가 가장 적극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LOCZ는 지난 6월 심사에서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부적합 판정을 받았으며, 지난해 12월 재심사를 청구했다.

   이에 대해 국내 카지노업계는 강력 반발하고 있다.

   공모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경제자유구역법 개정이 가시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기존 사전심사제를 통해 카지노 허가를 취득할 경우 특혜 의혹이 나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국내 카지노 업체 측은 "LOCZ가 6개월 만에 정부에 심사를 재청구한 것은 공모제로 바뀌기 전에 허가를 받아보겠다는 의도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주장했다.

   한 관계자는 "서류 심사만으로 카지노 허가를 받을 경우 투기 자본이 유입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계 유니버설엔터테인먼트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손을 잡는 방식으로 영종도에서 카지노 허가 절차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니버설도 지난해 심사에서는 부적합 판정을 받은 바 있다.

   또 라스베이거스샌즈, 엠지엠(MGM), 윈(Wynn) 등도 한국 진출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일부 외국계 기업의 경우 궁극적으로 내국인 카지노 허용을 조건으로 내세우는 것으로 전해져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지자체도 카지노 유치에 적극적이다. 전북 새만금 지구, 경기도 화성 유니버설스튜디오 추진 부지, 충북 오송 경제자유구역, 제주국제컨벤션센터 등이 카지노 유치를 검토하거나 추진 중이다.

   외국 자본의 한국 진출 추진은 무엇보다 '카지노 큰 손'인 중국인 관광객 유치가 용이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송학준 배재대 교수는 "일본이 아시아 카지노 시장 선점을 위해 올 상반기 합법화 절차에 들어가기로 해 한국 정부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며 "하지만 외국계 기업이 한국을 충분히 매력있는 투자처로 생각하고 있는 만큼 해외 자본이 무분별하게 흘러들어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신용 등급 이외에 외자의 건전성을 검토할 때는 외국인 투자 자금이 조기 환수되거나 재투자를 기피할 가능성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면서 "국내 자본과 해외 자본 간 차별성이 없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연합

저작권자 © NBN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