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현 경성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안철현 경성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정치란 무엇인가. 사람들을 잘 먹고 잘 살게 하는 것이다. 부산 정치란 무엇인가. 부산 사람들을 잘 먹고 잘 살게 하는 것이다. 그러면 부산의 새정치란 무엇인가. 부산의 정치를 새롭게 한다는 것이다.
부산의 새 정치를 위해서 가장 중요한 주체는 역시 시장이다. 시장의 역량이나 품성 등에 따라 얼마나 시정이 새로워 질 수 있는 지는 몇몇 도시들의 사례가 잘 보여준다. 청렴하고 진솔하여 시민의 존경과 사랑을 받는 시장, 그 힘을 바탕으로 강력한 시정개혁을 추진해 나갈 수 있는 시장, 시민의 꿈을 모아 부산의 비전을 만들고 그것을 위해 시민 스스로가 팔을 걷어붙이게 만드는 시장. 그런 좋은 시장을 뽑는 것은 새 정치를 위해 무조건 중요하다. 그런데 그런 시장이 없으면 어떡하나. 포기하고 맘대로 해라 하나. 아니다. 적어도 시장이 딴 맘 먹지 않고 자기 능력껏은 열심히 일하도록 해야 한다. 그 책임이 누구에게 있나. 시의원들이다.
좋은 시의원들이 없으면 어떡하나. 포기하고 맘대로 해라 하나. 당연히 아니다. 시의원들이 국회의원 눈치만 보지 말고 최소한의 역할은 하도록 누군가가 또 감시해야 한다. 그 책임은 누구에게 있나. 언론과 시민단체다. 언론과 시민단체들이 시민의 이익을 최우선시해서 제대로 감시하고 감독하면 시의원들은 물론 시장도 나태하거나 부패하지 못한다.
사람은 약한 동물이다. 시장도 시의원도 감시와 감독이 없으면 나태해지고 부패하기 쉽다. 그래서 언론과 시민단체가 필요하다. 언론과 시민단체들이 노려보고 있으면 엉뚱한 짓은 못할 것이고 능력이 모자라면 능력자를 구해서라도 잘 해보려 할 것이다. 그래야 새 정치가 된다. 언론과 시민단체들이 왜 그런 일을 해야 하나. 사명감? 공익에 대한 봉사와 희생? 확실히 그런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오래 지속되지 못한다.
어떡해야 하나. 언론과 시민단체들은 여론을 먹고 사는 조직이다.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는 쪽으로 갈 수 밖에 없다. 그래야 수입이 생기고 조직이 유지된다. 언론은 시민들의 관심이 간접적인 수입이고 시민단체는 시민들의 후원이 직접적인 수입이다. 시민들이 언론과 시민단체들을 활성화시켜 제 역할을 하게 만들어야 새 정치가 가능해 진다.
정치란 사람들을 잘 먹고 잘 살게 하는 것이라 했다. 그걸 누가 하나. 시장과 시의원을 포함한 정당과 정치인? 언론과 시민단체? 당연히 그들에게도 절반의 책임이 있다. 그들이 각성해서 제 역할을 제대로 해 주면 훨씬 쉽게 새 정치가 된다. 그러나 그게 안 되면 나머지 절반의 책임은? 결국 시민이다. 깨어있는 시민들을 다양한 형태로 조직화 해 낼 수 있는 것이 시민단체다. 그런데 부산의 시민단체는 너무 약하다. 부산의 시민사회는 아사직전이다. 어떻게 해야 하나. 약간의 돈과 약간의 관심과 약간의 참여가 필요하다. 더러운 돈을 말하는 게 아니다. 깨끗한 소액의 돈들이 모이면 거기로 사람도 모이고 일도 많아진다. 최소한의 인건비는 있어야 좀 덜 받더라도 공익을 위해 일해보고 싶은 유능한 인재들이 올 게 아닌가. 
그걸 누가 할 수 있나. 부유한 사람들은 돈은 많으나 현재의 질서를 바꾸고 싶어 하지 않는다. 이대로가 좋다. 시민들이 관심을 가지면 불편하다. 때로는 위태롭다. 지금과 같은 특혜와 반칙이 통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가난한 사람들은 현재의 질서를 바꾸기 위해 움직일 여력이 없다. 먹고 살기에도 바쁘다. 결국 시민단체를 움직일 돈을 조금씩이라도 내놓을 수 있고 공동체의 일에 약간의 관심을 가지고 때로는 최소한의 참여라도 할 수 있는 사람은 중산층이다. 조금 살 만하고 조금 여유가 있는 사람, 그러면서 지금의 부산은 이렇게는 안된다고 느끼는 사람, 자신과 자기 자식들의 삶의 터를 부산에 두고 있는 사람, 부산에서 살아갈 수 밖에 없는 부산의 중산층 시민들이 깨어나 각성하고 움직여야 한다. 
이들이 움직이지 않으면 부산의 미래, 부산의 새 정치는 없다. 이제라도 주변의 시민단체에 관심을 가지고 소액 후원을 시작해 보자. 유능한 시민단체 하나 굴리는데 그렇게 많은 돈이 들어가지 않는다. 그러나 그들이 제대로 일을 하게 되면 엄청난 세금 낭비를 막을 수도 있고 시민 생활 속의 불편함을 일일이 추적하여 시정하게 할 수도 있다.
얼마나 남는 장사인가. 나아가 후원한 시민단체들이 제대로 일하는지 관심을 표시하고 격려나 비판의 글을 남겨 보자. 가끔씩은 그 단체가 여는 토론회에 참석해 열심히 들어보고 시정이나 구정, 시의회나 구의회 감시 프로그램에 한번이라도 참여해 보자. 그런 시민들이 늘어나는 것이야말로 부산을 바꾸고 새 정치를 가능하게 만드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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