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기기 제조업체에 부당발주 취소…시정명령 내려

공정거래위원회는 중소업체에 태블릿PC 등의 제조를 위탁했다가 잘 팔리지 않자 부당하게 계약을 취소한 KT에 시정명령과 20억8천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14일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KT는 2010년 통신기기 제조업체인 '엔스퍼트'에 저사양 태블릿 PC '케이패드(K-PAD)' 20만대의 제조를 위탁했다.
 

당시 KT는 애플 아이패드 도입이 당초 예상보다 늦어지자 경쟁사인 SKT가 삼성 갤럭시탭을 내놓기 전에 시장을 선점하려고 케이패드를 서둘러 내놓은 것이다.
KT는 일단 3만대를 시장에 내놨지만 태블릿PC 시장이 생각보다 활성화되지 않으면서 판매 부진을 겪었다.
 

이후 KT는 엔스퍼트에 제품에 하자가 있다거나 검수를 통과하지 못했다는 이유를 들어 남은 17만대에 대한 전산 발주를 계속 미뤘고, 2011년 3월에는 결국 제조위탁을 취소했다.

KT는 다른 태블릿PC(E301K) 4만대를 주문하면서 '기존에 발주한 17만대(510억원)의 계약을 무효로 한다'는 문구를 계약서에 넣는 방법을 썼다. 엔스퍼트는 당시 매출의 대부분을 KT에 의존하고 있어 부당한 계약 취소를 거부할 수 없었다.
 

공정위는 "이는 수급사업자의 책임이 아닌 사유로 제조위탁을 마음대로 취소한 것이므로 부당한 발주취소"라면서 "엔스퍼트에 발주 취소에 이를 정도의 중대한 책임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제품 하자는 대부분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의 문제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삼성 갤럭시탭에도 유사한 하자가 발견됐다. 이러한 하자도 엔스퍼트가 KT에 제품을 납품하기 전에 상당 부분 개선됐다.

게다가 KT가 검수 조건을 계속 변경하고 절차 진행을 불명확하게 하는 등 검수 통과를 매우 어렵게 했는데도 엔스퍼트는 납품 전에 모든 시험을 통과했다.
 

선중규 공정위 제조하도급개선과장은 "정보기술(IT) 분야에선 원사업자들이 불명확한 검수 기준을 제시하고 이를 계속 변경해 수급사업자들이 어려움을 많이 겪는다"면서 "IT 분야의 부당한 단가인하와 발주 취소, 기술유용 등 하도급법 위반 행위를 집중 감시해 엄격하게 제재하겠다"고 밝혔다.
 

KT는 그러나 공정위의 결정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며 법적 절차를 통해 정당성을 입증하겠다고 반박했다.
 

KT는 공정위 발표 직후 낸 입장자료를 통해 "엔스퍼트의 귀책사유임에도 KT에 과징금을 부과한 것은 부당하다"며 "엔스퍼트가 단말기의 치명적인 결함을 해결하지 못해 당시 검수를 통과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KT는 "엔스퍼트가 제조한 E201K의 하자는 배터리 소모시간, 위치추적장치(GPS), 동영상 재생, 카메라 등 하드웨어에 집중됐으며 이때문에 2011년 태블릿PC로는 유일하게 소비자집단분쟁조정이 신청됐다"고 밝혔다.
 

또 E201K의 후속모델인 E301K를 주문하면서 '기존에 발주한 17만대(510억원)의 계약을 무효로 한다'는 문구를 계약서에 부당하게 넣었다는 주장도 사실과 다르다며 "상생 차원에서 엔스퍼트와 충분한 협의를 통해 구매 변경 계약을 체결했다"고 해명했다.KT는 "공정위가 엔스퍼트의 1차 신고와 관련해 KT에 대해 무혐의 취지로 심의 절차를 종료한 바 있다"며 "행정소송 등 법적 절차를 통해 당사의 정당성을 입증하겠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NBN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