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차익실현 우려에 상승세 제한적”

 코스피를 비롯한 신흥국 증시가 약세장 속에서의 일시적 반등 장세를 뜻하는 ‘베어마켓 랠리’를 이어가는 가운데 증권가는 이를 불안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지금 신흥국에 들어오는 자금은 ‘핫머니’의 성격이 강해 언제든지 차익을 실현하고 떠날 수 있다는 게 증시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주 선진국 증시가 2.3% 하락한 반면 신흥국은 1.3% 오르며 상승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이머징포트폴리오펀드리서치(EPFR) 집계 결과 아시아 신흥시장 주식과 채권펀드에는 지난주 19억1000만달러(약 1조9870억원)이 순유입되며 2주 연속 자금이 들어왔다. 3월 중순까지만 해도 18주 연속 자금이 빠져나간 것과는 대조되는 행보다.

신흥국의 경제 기초여건(펀더멘털)이 크게 변한 것이 없는데도 자금이 들어오는 이유는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에 대한 투자자들의 경계심리가 약해졌기 때문이다.

신흥국의 외환위기 가능성을 우려한 선진국 투자자들의 우려가 완화되면서 저평가된 신흥국 주식을 ‘저가 매수’해 반등세가 나타났다는 것이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전망이 나온 지난해 8월 이후 신흥국 증시는 큰 폭의 조정을 거친 바 있다.

미국, 유럽 등 선진국 경제지표 호조와 중국이 경기부양책을 내놓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신흥국 증시를 끌어올렸다.

그러나 증시 전문가들은 신흥국 증시에 대한 경계감을 늦출 때가 아니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우선, 미국의 경기회복 추세가 계속해서 나타나 달러화가 강세를 띤다면 달러화와 신흥국 통화의 수익률 격차가 축소돼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갈 수 있다.

박형중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달 말 예정된 미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회의에서 추가 양적완화 축소가 결정된다면 신흥국 통화의 강세 기조가 약해질 수 있다”며 “이렇게 되면 선진국으로 글로벌 자금이 이동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나스닥 폭락에도 미국, 유럽 등 선진국 증시의 상승동력(모멘텀)이 여전히 신흥국보다 낫다는 분석도 나온다.

신환종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나스닥 폭락이 미국 증시 전반과 선진국 증시의 폭락으로 연결될 가능성은 낮다”며 “미국의 기업환경 개선이 추세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증시 성장 모멘텀을 여전히 기대할 만하다”고 말했다.

신 연구원은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의 우호적인 통화정책도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보여 신흥국으로 자금이 대거 이동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국내 증시도 한동안 신흥국 증시 상승세에 따른 수혜를 보겠지만, 제한적으로만 수혜를 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유승민 삼성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의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수준)이 10년 만의 최저치 수준이지만 계속해서 기업 실적이 하향 조정되는 게 문제”라며 “이에 따라 신흥국에서 한국 증시의 매력도는 중간 정도에 그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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