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세 아닌 존경받는 기업인 대우 받고 싶어”

“땀 흘려 사회봉사하는 ‘진정한 자세’ 보여줄 것”
2세 경영인을 바라보는 선입견에 아직도 ‘부담’
순수한 친목모임 유지 … 30∼40대 경영자 참여

차세대, 2세 기업인들이 지역사회 전면에 나서는 일은 드물다. 기업 창업자를 부모 혹은 조부모로 둔 이들이 모임까지 결성한다면 주위의 이목이 쏠리는 것은 당연하다. 부산 지역 기업을 중심으로 지난 2008년 결성된 부산차세대기업인클럽(NCNS). 이 모임의 손명국(44·신협전자 대표) 회장을 인터뷰하기로 한 것 역시 ‘주위의 이목’ 탓이 크다.
 지난 2일, 부산 사하구 신평동 신협전자 집무실에서의 첫 인상에서부터 예상은 보기좋게 빗나갔다. 회색 작업복 상의에 ‘노타이’ 차림의 그가 집무실 입구로 마중나오지 않았다면 대표가 누군인지 알기 힘든 상황. 부산차세대기업인클럽 회장과의 만남은 여느 평범한 중소기업 대표의 이미지로 시작됐다.
 “클럽의 회원들은 매월 둘째 주 화요일에 모임을 가지고 교류하고 있습니다. 주로 세미나나 포럼을 여는데 명사들을 초청해 강연을 듣기도 하고 기업인으로서 공통으로 직면한 상황에 대해 토론하기도 합니다. 초기에는 부산 지역 대학교 총장님 등 여러 분들이 ‘재능기부’를 해주기 했어요. 요즘은 인문학을 주로 공부하며 경영에 인문학을 실질적으로 접목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습니다.”
 그는 지난 1월 클럽의 4기 회장으로 추대됐다. 이 모임은 부산·경남지역의 경영후계자 및 2세 경영인들이 모여 활발한 네트워킹을 통해 함께 윈윈(win-win)할 수 있는 인적 교류를 목표로 삼고 있다.
 손 대표가 처음 이 모임에 가입할 때는 사실 부담스러운 마음도 없지 않았다고 한다.
  “2세 경영인들의 모임이라는 특성만 보고 괜한 오해를 사거나 행동의 제약이 많아질 것 같았기 때문이죠. 그런데 막상 들어와 보니 밖에서 보던 모습과는 다른 점이 많더군요. 체육대회나 세미나 같은 다양한 활동도 하면서 매년 회비의 일부분을 모아 기부하고 봉사활동, 사회 공헌 활동도 꾸준히 합니다.
 무엇보다도 비슷한 입장에 놓인 사람들이 모여 서로를 이해하고 같은 고민을 공유하며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어 저에겐 많은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서로 교류하면서 마음의 위안도 얻고 경영인 선배들로부터 다양한 가르침과 조언도 얻을 수 있기 때문이죠.”
 차세대기업인클럽의 회원수는 현재 150명에 달한다. 요즘은 부산 경남지역 기업인들의 가입신청이 많아 1년 동안 준회원 기간을 둬 출석, 매너, 인간관계 등의 평가를 거쳐 정회원이 된다.
 “회원들 중에는 여성기업인, 창업자 사위, 전문경영인 등 흔히 말하는 장남 중심의 기업인 2세가 아닌 분들도 많아요. 애초 가입 장벽이 크지 않았고 무엇보다 정보교류 등 친목모임에 중심을 둔 까닭입니다. 앞으로도 문호를 더욱 개방해 클럽 구성원을 늘리면서 더불어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무엇을 해야할지 연구하고 있습니다.”
 손 대표는 부친인 손진오 전 대표의 1남 3녀 중 셋째로 태어났다. 어릴 적부터 경영인이었던 아버지의 곁에서 많은 것을 보고 배우며 자연스럽게 경영인을 꿈꿨다.
 동아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신협전자에 사원으로 입사해 차근차근 단계를 밟으며 일을 배워나갔다. TV드라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처럼 처음부터 본부장이나 이사로 시작하는 쉬운 길은 그에겐 없었다. 오히려 다른 직원들 보다 더욱 빨리, 더욱 깊이 배우고 익혀야 했다. 지금도 그는 바쁜 일과 틈틈이 책과 신문을 읽으며 공부하고 연구하는 ‘성실맨’이다.
 그런 그에게도 힘들었던 순간은 많았다. 그가 가장 어려워했던 건 다름아닌 사내 직원들의 평가였다. 10∼30년 가량 근무한 직원이 대부분이라 항상 그는 긴장했다. 가장 가까운 곳에서 바라보는 사람들이 제일 무서운 법 아닌가.
 그는 이런 과정을 거쳐 지난 2008년 최고경영자 자리에 올랐다. CEO로서 가장 보람을 느꼈던 순간은 처음으로 도전해 성공한 경험이라고 했다.
 “100억 원을 투자해 공장을 증축하고 LED(발광 다이오드) 및 F-PCB전용 라인을 준공했을 때가 가장 보람됐던 순간이었어요. 하지만 가장 힘든 순간도 지금인 것 같군요. 신공장 투자 이후 그만큼 매출 신장에 주력해야 하기 때문이죠. 사실 매 순간 쉬웠던 적은 없었던 것 같아요.”
 자동차 등에 사용되는 회로기판 생산이 주력인 지역 중소기업이 100억 원을 투자하는 것은 쉬운 결정이 아니다. 대신 매출 증가라는 목표는 어느 정도 일궈냈다. 그는 “‘결정한다’는 것이 동전의 양면 같아 늘 조심스럽고 어려운 문제”라고 고백한다. 그렇다면 그가 기업 경영에 있어서 특별히 중요시 하는 부분은 무엇일까. 그는 주저없이 ‘서로 가까이서 살갑게 지내는 가족적인 분위기’를 들었다.
 “저희 회사는 노사관계라기 보다는 서로가 파트너라고 생각해요. 부품산업 분야이다 보니 자주 시간을 내기는 어렵지만 틈틈이 직원체육대회나 아이디어 공모전 등을 개최하고 회사 내 소그룹 활동도 장려합니다. 서로 끈끈한 유대감을 가지고 상생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죠.”
 취업경쟁에 지친 요즘 세대들에겐 명언 보다 현장의 목소리가 더 반가운 법, 하루하루 승리를 일궈 나가고 있는 2세 젊은 기업가에게 조언을 구했다.
 “저희 회사같은 중소기업에서 꿈을 키워나가고 싶다면 손에 기름 때 묻히는 일부터 기꺼이 시작할 수 있는 마음가짐이 필요합니다. 회사와 동료를 믿고 끈기 있게 일하며 다양한 기술을 배운다면 멀티플레이어가 됩니다. 우리는 바로 그런 멀티플레이어를 필요로 합니다. 취업 후에도 절대 공부를 게을리 해서는 안됩니다. 지속적으로 공부하면 그 분야의 최고가 될 수 있어요.”
 회사운영에서 한 숨 돌린 손 대표의 다음 목표는 차세대기업인클럽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선입견을 줄여나가는 것이다. 그는 “이런 시각에서 여전히 자유롭지 못하지만 진정한 사회 봉사를 통해 나누고 베푼다면 유익하고 건강한 모임으로 유지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지금까지는 기부금 전달 등이 주된 활동이었다면 앞으로는 ‘참여와 수고’를 통해 지역민들과 호흡하는 기회를 많이 가지려고해요. 2세로서가 아니라 존경받는 차세대기업인이 되는 길이 무엇인지를 회원들과 함께 고민하겠습니다.”
 그는 “우선 올해부터 불우이웃돕기 모금뿐만 아니라 쌀 전달하기 행사나 연탄 나르기 등 직접 땀 흘리며 몸으로 봉사할 수 있는 기회를 가져 볼 계획”고 밝혔다.
 누구나 부러워할 것 같은 2세 기업인, 150여명의 회원을 둔 부산차세대기업인클럽 회장 손명국 신협전자 대표. 그는 신입사원에서 간부, 임원으로 승진해 이제 ‘결정의 고뇌’를 매일 거듭하는 CEO가 돼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다.
  /이상연 기자 lsy@busaneconomy.com
 /조현지 기자 lsy@leaders.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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