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근호
동의대학교 금융보험학과 교수
경제경영전략연구소장

최근 모 연구원이 부산시민을 대상으로 한 부산경제상황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현재 부산경제가 위기 수준이라고 답변했다.

이는 부산시민 10명중 8명이 부산의 경제사정을 안좋게 보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부산 경제가 안고 있는 최대 문제로 기업과 공장의 역외 이전, 인재 유출에 따른 산업기반 위축, 기업유치와 일자리 창출이 시급하다고 봤다.

부산의 무역규모도 지난 2011년 이후 3년만에 최저수준이라고 한다. 광주, 충북에도 뒤져 전국 11위 수준이다. 부산의 1인당 연구개발(R&D)비는 전국 16개 시·도 중 14위에 머물러 있다. R&D에 대한 투자는 그 지역의 비전과 미래를 좌우한다는 점에서 부산의 미래가 밝지 않다고 볼 수 있겠다.. 전국 제2의 도시라는 부산이 어쩌다 이 지경이 됐는지 안타깝다.

인구구조의 노령화

이렇듯 현재 부산 지역의 경제 여건은 암담하고 희망이 없는 실정이다. 그간 영화․영상, 해양금융, 문화관광 등을 부산의 성장동력 산업으로 육성하려는 노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부산 시민들의 피부에 와 닿는 성과는 내지 못하고 있다.

부산의 인구구조가 노령화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젊은 청년층은 부산을 빠져나가고 노년층이 그 자리를 메꾸고 있는 형국이다. 시민이 행복한 도시는 좋은 일자리가 많은 도시다. 좋은 일자리가 많아야 부산이 ㅤ젊어지고 활기차게 돌아갈 것이다.

부산은 대기업이 부재하고 산업이 공동화되면서 양질의 일자리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자영업자가 부산경제의 다수를 차지하다 보니 경기가 내리막이면 지역 경제 전체가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경기가 안 좋아도 샐러리맨이 많으면 지역의 내수를 받쳐주는데 부산에는 이러한 계층이 절대 부족하다.

하지만 희망의 불씨는 살아있다. 정부는 지난 달 지역경제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가장 큰 특징은 지방자치단체와 주민이 정책 수립을 주도하고, 중앙정부가 뒷받침하는 추진 방식이다. 부산은 김해, 양산, 울주와 하나의 생활권을 꾸려 일자리·교육·의료·복지·문화사업 등을 공동 추진한다. 특화발전 프로젝트의 경우 부산은 글로벌 영상산업이 선정되었다. 지난 정부때 ‘5+2 광역경제권’ 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이번에는 구체적인 성과로 이어져야 할 것이다.

글로벌 영상산업 선정

불씨를 제대로 살려야 한다. 앞으로 10여개의 공공기관이 부산에 새 둥지를 튼다. 이들 기관에서 뽑는 인원의 약 10%는 부산지역 인재에 할당된다고 하니 다소 위로가 된다. 해운거래소와 해양금융센터가 조만간 부산에 자리 잡을 예정인 점도 다행이다.

산항만공사의 신설 문제는 물건너 갔지만 그나마 작은 불씨는 살렸다. 해양도시, 영화영상도시, 금융중심지 등 부산을 지칭하는 화려한 수식어도 많다. 하지만 이제 시민이 느끼는 가시적이고 구체적인 성과를 내야할 때다.

성장 잠재력 매우커

천혜의 자연환경과 항만·항공·철도 이용이 손쉽고 산업단지가 크게 확대되고 있는 부산지역의 성장잠재력은 매우 크다. 이 잠재력이 성장동력으로 전환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 한다. 좋은 일자리 창출이 최고의 복지다. 고용 창출을 중심으로 한 시민 삶의 질 향상과 부산 발전의 조화를 적극 도모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부산경제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부산시민들의 경제의식에 대한 전환이 필요하다.

시민들 스스로가 경제 발전을 위해 머리를 맞대고 마음을 모아야 한다. 중앙정부나 정치권도 똘똘 뭉친 부산시민의 힘 앞에서는 더 이상 나 몰라라 할 수 없을 것이다. 부산시도 지역민을 위해 귀를 활짝 열고 열린 마음으로 시민들의 고충을 들어야 할 것이다. 부산의 미래와 비전을 위해 부산시민과 지역 정치인, 부산시 모두 한마음으로 변화된 모습을 보여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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