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LG 12회 치열 접전… 무승부 아쉬움

   
▲ 이현동 KNN 프로야구 캐스터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야구팬이라면 누구나 아는 미국의 명포수 요기 베라의 명언이다. 지금껏 이 말을 진리인 양 믿어왔다. 그런데 지난주 화요일, 나는 “끝날 때 끝나는 것이 야구”라는 새로운 명언(?)과 함께 중계방송을 마무리했다.

엘롯기 동맹을 맺고 있는 롯데와 LG, KIA는 라이벌이다. 열성팬이 많은 인기구단이자 전국구팀인 세 팀이 만나는 경기는 중계방송의 시청률과 청취율 또한 다른 경기를 압도한다. 지난 화요일, 롯데와 LG가 올 시즌 처음으로 사직 야구장에서 만났다.

돌아온 에이스 장원준과 LG의 새로운 에이스 류제국의 선발 출격. 외국인 투수가 넘쳐나는 요즈음이기에 토종 선발의 맞대결에 나 또한 설렜다.

장원준이 1회 초를 무실점으로 깔끔하게 건너간 반면, 롯데는 첫 공격부터 류제국을 공략했다. 리드오프 이승화부터 박준서, 3번 타자 손아섭까지 출루하며 무사 만루의 기회. 믿었던 4번 타자 최준석은 병살타로 물러났지만 선취점은 롯데가 가져왔다. 그러고 나서 터진 박종윤의 1타점 적시타로 기분 좋게 2점을 얻으며 출발한 거인군단. 류제국의 투구 밸런스는 흔들렸고, 초반 분위기는 롯데 쪽으로 넘어왔다. 이대로라면 라이벌전 첫 승은 롯데의 몫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 그때는 그 누구도 이 경기의 결말을 예상할 수 없었다.

장원준은 1회에 이어 2회에도 병살타를 솎아내며 무실점 행진을 이어갔다. 4회는 LG 타선을 3자 범퇴로 막아냈다. 돌아온 에이스의 위용을 뽐낸 그였다. 류제국도 자극을 받은 것일까.  불안하게 출발한 그도 서서히 달라지기 시작했다. 아니, 오히려 장원준 보다 더 강한 남자로 변해갔다.

1번 타자 이승화부터 삼진 퍼레이드가 시작됐다. 박준서, 손아섭까지 삼진으로 처리한 류제국은 최준석을 유격수 땅볼로 처리한 이후 황재균에게만 볼넷을 내줬을 뿐, 9번 타자 문규현까지 삼진으로 돌려보냈다. 내 기록지에는 ‘K’가 지나치게 늘어났다. 9 명 중 무려 7명이 삼진이었다.

사직구장에만 오면 펄펄 나는 박용택의 적시타로 LG가 5회초에 2점을 수확했다. 롯데 타선이 추가점을 뽑지 못 하자 LG가 반격하기 시작한 것이다. 어느새 스코어는 2대2 동점이 되며 승부는 원점에서 다시 시작됐다.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여전히 그 누구도 이 경기의 결말을 예측할 수 없었다.

양 팀의 에이스들이 마운드를 떠나며 7회부터는 한 점을 먼저 얻으려는 양 팀의 경쟁이 시작됐다. 라이벌전은 역시 라이벌전이었다. 불펜 투수들도 쌩쌩투를 선보이며 기록지에는 계속 숫자 ‘0’만이 채워졌다. 결국 연장전으로 건너가게 된 양 팀의 첫 맞대결. 선수들이 만 명이 넘는 사직 야구장 팬들의 귀가 시각을 점점 늦춰 갔다.

롯데의 마무리 투수 김성배가 10회 초를 실점하지 않고 잘 넘겼다. 그러자 10회 말에 곧바로 기회가 왔다. 무사 만루의 끝내기 찬스. 그러나 믿었던 강민호는 삼진, 황재균은 유격수 땅볼, 김문호마저 투수 땅볼로 힘없이 물러났다. 주먹을 불끈 쥐는 봉중근이 그렇게 얄미울 수가 없었다. 광고가 나가는 동안 “그래도 롯데가 이기겠죠?” 라는 아나운서인 나의 멘트에 이성득 해설위원은“점수 못 낸다. 끝까지 가고 무승부로 끝날 거야.” 라고 응수했다.

그렇다. 여기서 ‘끝’이란 모두가 원치 않는 연장 12회를 의미하는 것이었다. 여전히 나는 마음속으로 11회에 경기가 끝날 것이라 생각하며 중계방송을 이어나갔다.

곧바로 또 기회가 왔다. 11회 말에 롯데가 다시 만루 찬스를 잡았다. 한 방이 필요한 시점.FA로 모셔온 4번 타자 최준석은 삼진, 타격감이 절정이었던 박종윤은 포수 파울 뜬공. 기대가 무참히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그렇게 한숨을 유발하던 롯데 타선은 12회 말에도 득점하지 못 하며,경기는 종료됐다. 전광판 시계는 23시 38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무려 5시간 4분. 분명히 한 경기였는데, 마치 더블헤더를 치른 느낌이었다. 화요일에 출근해 수요일에 퇴근한 날. 사상 첫 1박 2일 경기였다. 엘롯의 첫 만남은 그렇게 5시간 4분이라는 역사를 남겼다. 올 해 열세번이나 더 만나야하는데. 한 번이면 충분하다. 잠실에서는 3시간만 경기하고 이기자, 롯데야.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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