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문턱에서]

   

 이명아
 부산아트매니지먼트 대표

결론부터 말하자면 늦어도 20년 이후의 부산문화는 화려하게 꽃을 피워 “좋은 문화가 있는 부산”이 될 것임에 틀림없다.

지난 2월, 문체부가 발표한 <2013 지역 문화지표 지수화를 통한 비교분석>연구서에 의하면 부산 기초단체 문화지수가 전국16개 광역 단체 중 15위로 최하위권에 머문것을 구태여 언급하지 않더라도 지금의 부산문화계는 더 이상 내려갈 수 없을 만큼 바닥을 치고 있다.

요 근래 몇 년 사이 부산에는 영화의전당, 벡스코 오디토리움, 동서대 부설 소향 아트홀을 비롯해 지난해 9월 북구에 부산광역시학생예술문화회관이 완공됨으로써 16개의 구 중 70%이상이 구 단위의 공연장을 갖추게 되었다.거기에2020년이면 완공될 오페라하우스도 명실공히 부산의 랜드 마크가 될 것이다.

겉으로 드러난 부산문화가 활발히 움직인다는 착시현상을 잠시 접고 그 안으로 들어가보자. 전문가 입장에서 볼 때 정통 클래식 공연을 음향, 무대 기술적인 면, 객석시설 등 가장 편안하게 잘 볼 수 있는 공연장은 부산문화회관 대극장이 유일하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왜 굳이 클래식 전용 홀이 필요한가를 묻는다면 그 대답은 명확하다. 클래식음악은 모든 예술이 나아가야 하고 지향하는 최고의 가치이기 때문이다 즉물적이고 포악하고 이기적인 현대인의 정서를 치유시켜주는 강력함 힘과 사회를 정화시켜주는 작용 때문에 아무리 시대가 변해도 클래식의 가치는 영원하다.

서울에 오는 대형 오케스트라나 세계적인 클래식 스타들의 음악회가 드문 부산의 현실에 대한 시민들의 불평과 탄식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런데도 정작 문화행정 관료들은 무엇이 우선이고 어떤 것이 차선인지 구별 못하고 무조건 크고 디자인 좋고, 랜드마크적인 것부터 챙기다 보니 정작 부산에 가장 필요한 클래식 음악 전용 공연장을 놓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말 대구광역시는 기존의 대구시민회관을 환골탈태 시켜 한강 이남의 유일한 클래식 전용 홀을 만들었다는 것은 부산시민에게 많은 것을 느끼게 해준 사례다.

지난해 여름, 모 공연장에서 했던 정명훈이 지휘하는 서울 시향 초청공연을 채산성 때문에 실내 공연장이 아닌 야외극장에서 마련하여 세계적인 지휘자의 정통 클래식 공연을  <감상>하는 것이 아니라 <구경>하게 만드는 넌센스는 부산만이 안고 있는 비극이다.

요사이 규제철폐가 화두이듯 부산문화계에도 손톱 밑의 가시는 많이 존재한다. 그 중에서 가장 시급한 것 2개만 우선 얘기해보자.

현재 부산문화회관의 홈페이지는 이용자 중심의 친절한 홈페이지가 아닌 전국에서 가장 행정편의주의적인 홈페이지로 낙인 찍히고 있다. 아무리 좋은 공연을 하더라도 부산시가 주최하는 기획공연이 아니면 홈페이지 메인 화면에 소개되지 않는다. 수년 전부터 공연관계자들이 시정을 요구해도 시 조례를 고쳐야 한다는 구실로 절대로 고쳐지지 않고 있다.

또한 부산문화회관에 설치된 입장권 무인 발급 시스템은 부산시의 기획공연 때만 작동하게 되어 있어 그 효율성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 이 시점에서 가장 시급하고 심각하게 생각해야 할 것이 또 하나 더 있다. 오페라 하우스를 짓기 전 반드시 시립 오페라단을 창설해 시민들로 하여금 오페라와 친숙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고 교육도 병행해야 한다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문화의 발전은 절대로 급속히 이루어지지 않는다. 모든 문화적 체험과 교육을 통해 서서히 습자지가 물을 흡수하듯 우리에게 체화되어야 성숙한 문화 발전을 갖고 올 수 있다. 이제 그 성숙함을 위해 우리 모두의 관심과 힘을 모아야 할 때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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