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스 칼럼]

   
 강기표
 건축가 / 건축사사무소 아체 ANP 대표,
 동명 대학교 건축학과 외래교수

지나달 21일부터 엿새간 부산시민공원, 영화의전당 등지에서 부산국제건축문화제의 ‘2014 부산건축주간’이 열렸다. 비엔날레로 개최되고 있는 부산국제건축문화제는 행사가 개최되지 않는 해에는 ‘건축주간’으로 열린다. 이번 건축주간엔 ‘부산다운 건축상’, ‘부산국제건축대전 전시회’, ‘부산국제건축디자인워크숍 작품전’, ‘건축사와 함께하는 어린이 건축한마당’등의 전시와 함께 ‘부산공간포럼’ 등의 학술행사도 개최되었다. 특히 ‘지속과 단절’의 주제를 갖고 국제공모로 진행된 ‘부산국제건축대전’은 버려진 아파트의 측벽을 이용하여 커뮤니티 공간을 형성시킨 중국 ‘장 안샤오(Zhang Anxiao,张安晓)’의 ‘Gable+’이 대상의 영예를 차지하여 중국건축의 힘을 보여주었다. ‘한·중·일 초대건축가 30인전’은 한국, 중국, 일본의 중견 건축가의 대표작품을 볼 수 있었던 기회였다. ‘한·중·일 젊은 건축가를 워크숍 작품전’은 한·중·일 젊은 건축가들이 모여 영도 대교 주변 물량장의 관광자원화를 위한 참신한 아이디어를 보여 주었다. 건축가를 꿈꾸는 고등학생들의 ‘청소년 건축상상마당’은 기발한 건축적 상상력으로 건축의 미래를 엿볼 수 있었다.

부산국제건축문화제의 가장 큰 관심과 주목은 ‘부산다운 건축상’이다.

‘부산다운 건축상’은 부산시에서 부산의 아름답고 우수한 건축물을 발굴, 시상해 부산의 건축문화 발전에 앞장서고 품격 높은 도시환경 조성을 위해 지난 2003년부터 매년 시행해 오고 있다. 올해 대상은 수영구 망미동에 위치한 고려제강의 ‘부산 키스와이어 센터’가 선정되었고, 금상은 서구 암남동에 위치한 마리아수녀원의 ‘수국마을’이 차지하였다. 은상은 중구 영주동에 위치한 ‘역사의 디오라마’등 3점이 선정되었고, 동상은 북구 화명동에 위치한 ‘레지던스 엘가’등 4점이 선정 되었다.

설계자인 조병수 건축가는 ‘부산 키스와이어 센터’에 대하여 “최대한 자연을 보존하면서 건축과 대지를 결합하는 장소 특정적 결합방식에서 디자인의 기본방향으로 잡았다”라고 말하고 있고, 와이어의 특성과 장점을 반영하고, 와이어를 이용한 새로운 건축적 모험과 가능성을 실험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되새겨 볼만한 작품임에 틀림이 없다. 기적의 도서관으로 유명한 건축가 정기용은 “건축은 근사한 형태를 만드는 작업이 아니라 사람들의 삶을 섬세하게 조직하는 일이다.”라고 이야기 하였다. 우대성 건축가의 ‘수국마을’은 단순히 ‘건축’으로 끝난 보육시설이 아니다. 기존 숙소 한 동의 ‘환경개선’으로 시작한 프로젝트는 건축가와 수녀, 아이들과의 수많은 대화와 설문조사, 리서치를 통해 계획안의 발전을 시키고, 건설비용과 생활환경, 그리고 보육원 운영까지 아이들과 엄마수녀의 삶을 섬세하게 조직한 새로운 방식의 ‘복지시설’로 재탄생하였다.

‘부산다운 건축상’의 아쉬운 점을 생각해본다. 우선 일반과 공공부분으로 나누어진 수상제도이다. 건축에 일반과 공공의 구분이 어디 있는가? 좋은 건축의 본성은 같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하나는 대상, 금상 등으로 구분되어 있는 서열식 시상제도이다. 좋은 건축은 순위를 메 길 수 없다. 건축은 용도, 규모, 위치, 디자인등 수많은 결정요소를 갖고 있다. 각각 작품들은 수많은 조건과 결정요소에 의해 건축된다. 순위 없이 7작품이든 9작품이든 수상작을 선정한다면 각 수상작만의 건축 문화의 본질이 두드려져 보여 건축 문화 발전의 밑그림으로 나타날 것이다.

‘부산다운 건축상’의 ‘답다’는 ‘성질이나 특성이 있음’의 뜻을 더하고 형용사를 만드는 접미사이다. 건축에 ‘부산답다’는 무슨 의미일까? 부산을 상징하는 갈매기, 바다, 파도, 해안선 등이 부산답고 부산의 특성일까? 아니면 부산 사람들의 갈갈하고 화끈한 성격이 부산의 성질일까? 올해의 가장 히트 상품은 ‘셀카봉’ 일 것이다. 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 반한 그리스 신화의 미소년 ‘나르키소스’의 자기애(自己愛)는 ‘셀카봉의 자기복제’로 재탄생 되고 있다. 그럼 부산다운 건축, 나르시즘에 빠지듯 ‘부산답다’라고 하는 부산의 자기복제가 좋은 건축인가? 부산시에서 부산다운 건축의 취지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부산의 아름답고 우수한 건축물의 발굴, 부산의 건축문화 발전, 품격 높은 도시환경 조성’에는 ‘답다’라는 단어는 존재하지 않는다. ‘부산’이라는 장소적 의미는 들어 있다. ‘부산다운 건축상’에서 ‘~다운’은 빼보자. 건축은 사람의 삶과 문화를 담으며 시대를 내포하며 생물체와 같이 성장해나간다. ‘~다운’이라는 셀카봉 의해 자기복제되는게 아니라, 좋은 건축은 사람과 더불어 공간과 도시의 본성에 의해 행성되어 나간다. ‘부산다운 건축상’이 부산다운을 찾기 위하여 12년을 보냈다. 갈매기 형상, 파도 형상등으로 찾기도 하였고, 대기업의 상업건축을 찾기도, 부산시의 역점건축물을 찾기도 하였다. 그러나 부산다운 건축은 없었다. 그리고 앞으로도 ‘부산다운’은 없을 것이다. 건축은 사람이 본질이기 때문이다. 내년에는 ‘~다운’이 빠진 ‘부산 건축상’을 기대 해본다.

저작권자 © NBN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