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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이 엔화 약세 여파로 장중 1,100원을 상향 돌파하며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장중 달러당 1,100원선으로 다시 올라선 것은 지난해 9월 이후 1년 2개월여 만이다.

1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엔·달러 환율 상승 여파로 오전 장중 1,102.9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전 거래일 종가보다 11.3원 급등한 것이다.

엔·달러 환율은 일본의 소비세 인상 연기와 관련해 국회 조기해산 전망까지 나오면서 전날 달러당 116엔선을 돌파하는 등 2007년 10월 이후 최고점을 경신하고 있다.

일본은 지난 4월 소비세를 5%에서 8%로 올렸으며, 내년 10월 8%에서 10%로 올리는 2단계 인상 계획이 예정돼 있다.

이진우 NH농협선물 리서치센터장은 "아베 내각이 소비세 추가 인상을 결정해야 하는 시점이 다가오자 재선거를 통해 새 판 짜기를 시도하는 것"이라며 "시장이 이런 분위기를 감지하고 엔화 약세와 니케이지수 상승에 베팅하고 있다"고 말했다.

엔화 약세가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이어지는 것은 주형환 기획재정부 1차관의 '원·엔 동조화' 발언 이후 원·달러 환율과 엔·달러 환율이 뚜렷한 동조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주 차관은 지난 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엔저(円低·엔화가치 약세)에 대해 당국차원의 대응방안이 없다"는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지적에 "엔화와 원화가 동조화해서 움직이도록 하고 있다"고 답한 바 있다.

주 차관 발언 이전에도 원·달러 환율은 엔·달러 환율에 동조화하는 경향을 보였지만, 발언 이후 동조화 현상은 더욱 공고화됐다.

원·엔 재정환율은 이날 개장 초기 100엔당 940원대 중후반선에 머물렀으나, 원·달러 환율 급등에 따라 이후 100엔당 950원 언저리로 상승한 상태다.

외환당국 관계자는 "엔·달러 움직임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엔·달러가 빠르게 움직이며 충격을 주고 있는 상황이지만 우리 시장이 이를 충분히 품어내고 있고 필요 시 변동성을 받아들일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엔화 약세 경향과 국내 환율의 동조화 현상을 고려할 때 원·달러 환율이 1,100원대 이상을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본다.

미국이 내년 중반 이후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한 반면 일본은행(BOJ)은 완화적 통화정책을 펼치고 있어 엔·달러 환율이 상승세를 유지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일본 소비세 인상 연기가 확정되면 일시적인 엔화 강세가 나타날 수 있으나 엔화 약세라는 대세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네고(수출업체 달러화 매도) 물량과 외국인 주식 순매수 등이 상승세를 제한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손은정 우리선물 연구원은 "원·엔 환율 100엔당 940원선의 지지 속에 원·달러 환율의 상향 가능성은 열어둬야 할 것"이라면서도 "네고 물량이 상승세를 제한해 달러당 1,100원선 안착이 당장은 어려울 수도 있다"고 말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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