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초침이 '전력대란'을 향하고 있다.

연일 계속되는 한파로 전력사용량이 급증하면서, 사용량 대비 공급할 수 있는 전력량인 예비전력이 400만㎾선을 위협 받고 있다. 싸다는 이유로, 간편하다는 까닭으로 누구나 쓰고 있는 전기가 어느 날 누구도 쓸 수 없는 상황에 몰릴 수 있다. 무심코 켜놓은 난방 히터, 온열 매트가 공장을 멈추게 할 수도 있는 긴급 상황이다.

급기야 지식경제부는 12일 장관이 대국민 담화를 직접 발표하고, 국민들의 지혜로운 전기 사용 동참을 호소하고 나섰다.

담화의 핵심은 평일 오전 10~12시, 오후 4~6시 하루 두 차례, 불요불급한 전기사용만 줄이더라도 전력피크를 넘길 수 있다는 내용이다.

실제 지난 10일 정오, 우리나라 최대 전력수요는 7184만㎾까지 치솟으며 사상최고치를 기록했고, 이때 공급능력은 7591만㎾로 예비전력량은 407만㎾에 불과했다. 전력 예비율도 처음으로 5%로 떨어져 5.7%에 불과했다. 지난해 연초, 여름철 전력피크 때도 예비율 6.4~6.9% 수준을 유지해왔지만, 이번에 결국 6%선이 무너진 것이다.

정부는 12일과 같은 초강력 한파가 하루이틀만 더 지속되더라도 최대전력수요치 경신은 물론이고 예비전력량 400㎾선이 무너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정양호 지식경제부 전기위원회 사무국장은 "예비전력 400만㎾선이 무너지더라도 당장에 전력중단 등의 사태가 발생하지는 않지만, 200만㎾ 근접 등 더 위급한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온국민이 경각심을 갖고 대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겨울철 전력수요 급증의 주범은 난방기기로 꼽힌다. 난방용 전력수요는 전체 전력수요의 24%를 차지하며, 전기온풍기, 전기패널, 전기히터 등의 보급 확대로 매년 급증하고 있는 추세다. 지난 2003~2004년 겨울철 난방용 전력수요는 825만㎾에 불과했으나, 2009~2010년 겨울철엔 1675만㎾로 배 이상 폭증했다.

전체 전력소비에 있어서 산업용전력량이 훨씬 더 많지만, 산업용 전력수요 증가율은 지난 2009년 전 세계적인 불황기 때 1.8%를 제외하면 연평균 4~6%선에 그친다. 문제는 난방용 전력에 예비율을 뺏기다보면, 전력 주파수 및 전압 조정이 어려워져 전기품질에 민감한 산업의 경우 곧바로 피해가 발생한다는 점이다.

정부는 사무실과 가정에서 전기히터 사용만 자제하더라도 약 300만㎾의 전기를 절약할 수 있으며, 겨울철 전력수요에 안정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약 150만여 가구에 전기를 공급할 수 있다는 분석을 갖고 있다.

지경부는 우선, 발전소 건설 및 발전기 정비일정 등의 조정을 통해 올 겨울 전력공급량을 지난해 겨울철 대비 352만㎾ 추가 확보할 계획이다. 또 공공기관 전열기기 사용 금지 및 민간 대형건물의 20℃이하 적정 난방온도 유지를 계도해 나갈 계획이다. 국민들에게는 △적정 실내 난방온도 준수 △근무시간 전열기 사용 자체 △피크시간대 전기난방 자제 △4층 이하 계단 이용 △점심시간·퇴근 시 소등 및 플러그 뽑기 등 5대 실천과제를 제시했다.

최경환 지경부 장관은 "겨울철에 일시적으로 발생하는 최대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막대한 비용이 드는 발전소를 짓는 것은 전체적인 전력공급 비용을 높여, 결국 전기요금 증가를 가져온다"며 "전 국민의 지혜로운 전기 사용만으로도 겨울철 전력피크는 무사히 넘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진호기자 jho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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