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이고 넘어지고…17평 공간, 순식간에 불구덩이

   
 담양 펜션화재 현장
15일 오후 전남 담양군 대덕면의 모 펜션 바비큐장에서 불이나 투숙객 4명이 사망하고 6명이 부상을 입었다. 사진은 화재 진압 직후인 16일 새벽 수색을 진행하는 소방대원들의 모습. (사진제공=연합)

"식탁이 입구를 막고 있어 빠져나오려면 지그재그로 돌아 나와야 했어요." 

15일 저녁 전남의 모 대학 패러글라이딩 동아리 학생들과 졸업생들은 오랜만에 만나 회포를 풀고 있었다.  

58㎡(17평) 공간에 놓인 원형 테이블 4개가량에 숯불을 피워 삼겹살을 구워 먹으며 술을 마시던 중이었다.  

 학생들의 얼굴이 술기운에 벌겋게 달아오를 무렵인 오후 9시 45분께 갑자기 '펑'하는 소리와 함께 테이블 가운데 구멍에 놓인 숯불 불판에서 기름과 함께 불길이 치솟아 올랐다.

생존 학생은 "고기가 올려진 불판 아래 숯불의 불이 거세게 올라오자 누군가 불을 끄려고 물을 부었다"고 말했다.  

숯불을 둘러싼 기름받이 공간에 고인, 고온으로 달궈진 고기 기름에 물이 닿자 작은 폭발음과 함께 기름이 공중으로 치솟아 올랐다. 

수증기와 기름에 달라붙은 불티가 지붕으로 튀어 불이 시작된 것으로 소방당국은 추정하고 있다.  

낮은 천장을 장식하고 있는 억새로 만든 발에 불이 마른 장작 태우듯 순식간에 번졌다.

천장에 달라붙은 불은 목재 판자와 샌드위치패널로 된 벽면으로 옮아붙고 나무 바닥에까지 번져 안에 있던 재학생과 졸업생 26명을 포위하듯 덮쳤다.

학생들은 갑자기 번진 불에 허둥지둥 입구를 찾아 뛰쳐나갔다.

   
불이 난 곳으로 추정되는 펜션 별관의 바비큐장의 모습. (펜션 홈페이지 캡처)

그러나 고기를 굽던 테이블 4개가량이 직사각형 구조의 바비큐장 가운데에 있는 출구를 막고 있어 빠져나가기가 쉽지 않았다.  

뒤엉키고 넘어지며, 위아래 좌우로 치솟아 오르는 불길을 겨우 피해 밖으로 뛰쳐나간 학생들은 소화기를 찾았지만 여의치 않았다. 

불길이 건물 전체를 둘러싼 바비큐장의 좁은 출구 안에서는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이들의 비명이 들리고 불길에 휩싸인 채 빠져나오려는 손길이 바비큐장 안에서 목격됐다.

빠져나온 학생들은 불길 사이로 손을 뻗어 건물 안에 갇힌 이들을 빼보려했지만 거센 불길에 손과 얼굴에 화상을 입고 뒤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마지막으로 빠져나온 생존자는 천장에서 잔해 등이 무너져 내리면서 온몸에 불이 붙은 채 펜션 앞마당을 데굴데굴 굴렀다. 

사망자들은 출구 바로 옆에서 발견됐다.  

졸업생 3명과 여학생 1명인 이들은 뒤늦게 빠져나오려다 불길이 사방으로 덮치면서 안에 갇힌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이들의 시신이 한데 엉켜 발견돼 마지막 순간까지 서로 껴안으며 버티려 한 것으로 추정됐다.  

특히 남성 3명이 모두 졸업생이어서 여학생을 마지막까지 부축해 데리고 나오려다 변을 당한 것 같다고 일부 생존자는 말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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