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이도 조절 실패에 수험생·학부모

   
수능 후 첫 논술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학교에서 수험생들이 2015학년도 수시모집 일반학생전형 논술고사를 치르고 있다. (사진제공=연합)

201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지나치게 쉬웠다는 '물수능' 논란 속에 서울 시내 대학들이 15∼16일 이틀에 걸쳐 수시 논술고사를 실시했다.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바짝 긴장한 모습이었다. 수능 점수가 변별력을 상실한 만큼 수시에서 탈락해 정시에 지원해야 할 경우 결과를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전날 인문계열에 이어 16일 자연계 수험생들을 대상으로 수시 논술고사를 실시한 종로구 성균관대 인근 카페와 식당은 이른 아침부터 문전성시였다.

캠퍼스 내 학생식당도 작년 기출문제를 복습하거나 라면 등으로 요기를 하는 수험생과 학부모가 빼곡히 들어차 빈자리를 찾기 힘들었다. 

역시 이틀째 수시 논술고사를 치른 서강대와 경희대 주변도 시험 시작 1시간 전인 오전 9시부터 수험생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서강대 경영학과에 지원한 군포 수리고 3학년생 허모(18)군은 "수능이 너무 쉬워서 등급이 위태위태해 나를 포함한 많은 학생이 수시에 올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허군은 "서강대와 성균관대 등 6곳에 수시 원서를 넣었다"면서 "어제 성균관대 논술도 봤는데 거의 결시생이 없었다"고 덧붙였다. 

재수생 자녀가 서강대 경영학과에 지원해 전날 대구에서 상경했다는 이성숙(50·여)씨도 "9월 모의평가 때 1등급이 나와 정시로 승부를 보려고 했는데, 수능을 본 뒤 '수시 올인'으로 입시 전략을 바꿨다"고 말했다. 

전형 간소화 정책으로 올해 정시는 종전보다 수능 중심으로 선발하는 대학이 늘어났다. 수능 우선선발이 폐지된 뒤 정시 모집에서 수능 성적 100%로 신입생을 선발하는 대학도 상당수다.

이런 가운데 수험생들은 교육부와 수능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수능 난이도 조절 실패를 한 목소리로 질타했다. 

성균관대 사범대 컴퓨터교육과에 지원했다는 임경섭(18)군은 "이과생 당락을 70% 이상 좌우하는 수능 수학이 쉽게 나온 것에 배신감을 느낀다"며 "수능 준비 때문에 논술 대비를 충분히 못해 시험에 임하는 마음이 더 부담스럽다"고 털어놓았다.

역시 이날 수시 논술을 치는 김모(18)양은 "수능이 쉬우면 사교육비가 오히려 더 늘어날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면서 "결국 수시논술이 더 중요한 꼴이 됐는데, 수능과 달리 수시논술은 사교육 없이는 대비가 안 된다"고 비판했다. 

특히 대입관련 정보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지방 출신 수험생과 학부모들의 충격이 더 컸다.

창원에서 올라왔다는 학부모 이모(49·여)씨는 "시험이 너무 쉬웠다"면서 "학교에서 모의고사 봤을 때와 느낌이 너무 다르고 어떻게 해야 할지 전혀 모를 정도로 혼란스러워 어디든 됐으면 좋겠다는 심정"이라며 허탈해했다. 

경쟁이 치열한 의대와 치대 등 일부 과의 경우 실수로 문제를 틀려 최저등급에 미치지 못해 시험을 포기한 수험생이 속출했다고 한다. 

전날 수시논술을 치른 경희대 의대와 치대의 경우 고사장의 빈자리가 눈에 띄었다.

치대에 지원한 김송환(18)군은 "최저등급에 못 미친 사람이 많아서인지 빈자리가 절반이나 됐다"며 "국영수가 변별력이 없어 탐구영역이 당락을 가를 것 같은데 내 점수가 어느 정도인 줄 몰라서 정시를 지원해야 할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한 학부모는 "수능 전에 연대에서 시험을 볼 때에는 발 디딜 틈이 없었는데 물수능 때문에 상위권 학생들이 다 실수로 최저등급에서 미끄러져서 아예 시험을 보러 오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전날에는 광주에서 서울로 오는 새마을호가 대전 부근에서 고장이 나고 뒤따르던 열차들이 잇따라 지연되면서 지방 수험생과 학부모 189명을 경찰이 구급차까지 동원해 긴급수송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경찰은 서울역과 용산역에서 내린 수험생과 학부모를 성균관대, 경희대 등 시험장으로 긴급 수송했고, 수험생들은 대부분 무사히 시험을 치렀다.

그러나 코레일이 제공한 택시를 타고 수원대와 인하대로 가던 수험생 두 명은 결국 시험을 포기해야 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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