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석의 ‘아름다운 이야기’]

   
 아름병원 김해석 원장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졸업·의학박사

김수영시인이 박인환시인에 대하여 쓴 글 중에 ‘어느 시인이 시를 쓰고서 발표하지 않은 사실’을 이야기하며 그 시인의 예술성에 대해 말한 적이 있다.

적어도 그 시절엔 -물론 터무니없이 옛날 호랑이 담배피울 때 이야기이긴 하다- 진정한 예술가는 자신의 창조물을 드러내려하지 않고 부끄러워하는 진정성이 있었다.

그것은 그때의 예술가들이 예술의 불온성을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김수영시인이 이야기 했지만, 그 시대 시인과 예술가들은 은둔자 또는 수행자로서 완성되지 않은 자신의 글 또는 창조물을 세상에 드러내기 부끄러워하는 겸허함이 있었다.

시를 발표할 때도 망설이고 숨겨두었다 가까운 지인이나 존경하는 사람에게 부끄러운 듯 보여주어 의견을 묻기도 하였다.

이러한 태도는 그 시대적 상황을 배경으로 하고 있기도 하다.

그 이후 산업화과정을 거치며 사람들은 점차 각자의 주장을 강하게 내세우게 되며 사회는 개개인의 의견이 중요한 개성사회가 되어갔다.

그것은 좋은의미든 나쁜의미든 전문가와 아마추어와의 경계가 불분명해지고 또한 사회적으로도 좋은영향, 나쁜영향을 골고루 미치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개개인의 개성이 존중된 반면, 자신의 생각만을 중시하는 개인주의적인 성향이 크게 자라났다. 사회 모든 구성원들이 남의 말을 경청해 듣기보다는 자기주장을 목청 높여 떠들게 되었고, 그 결과 존경받는 어른은 없어지고 존경할 만한 인물이 나타나도 비웃고 깍아내리기에 혈안이 되어있는 군중만 점차 늘어가는 사회가 되었다.

이러한 현상은 디지털세상과 맞물려 기승을 떨며 문화수준은 오히려 떨어졌다.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학문인 의학에서 새로운 약물이나 사실이 발명되거나 수술기법에 대한 논문이 발표되면 그 이후 그 결과에 대한 수많은 유사연구와 실험결과 등이 쏟아져 나오며 그 연구의 결과에 대해 검증 과정을 거치며, 그 치료나 약물의 효능 또는 유용성에 대해 검토를 하게 된다.

그 과정은 많은 시간과 인력의 노력을 요구하게 되고 신중하고 다양한 접근이 요구된다. 이러한 학문의 성격은 즉흥적이고 순간적인 디지털 성격과는 아직은 일치하지 않는다. 아마추어가 끼어들 여지가 없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의 의료는 디지털세상의 수많은 정보들이 흘러넘쳐 이러한 의학의 연구결과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가지지 못한 아마추어들이 전문가들을 평가하고 거짓된 정보를 퍼트리는 일이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

이러한 일들이 문화의 발전과 이어지면 좋을텐데 오히려 상호간의 불신만 일으키고 사회는 점차 퇴행하니 경제적 수준으로는 분명히 살기가 나아졌는데 점차 사회는 퇴행하여 생활은 점점 각박하고 불신이 깊어지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저작권자 © NBN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