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킹을 통한 대규모 배출권 도난사건이 발생하면서 유럽연합이 탄소배출권 거래가 전면 중단됐다.

EU집행위원회가 유럽 탄소배출권 거래 시스템인 EU ETS(EU Emissions Trading Scheme)를 19일(현지시각) 19시부터 폐쇄했다고 로이터 등 주요 외신이 20일 보도했다. 폐쇄 조치는 26일까지 계속될 예정이다.

EU집행위원회에 따르면 최근 블랙스톤 글로벌 벤처가 체코 계좌에서 700만유로에 달하는 47만5000개의 탄소배출권을 도난당했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18일 오스트리아가 가장 먼저 탄소배출권 거래를 중단한데 이어 19일 체코와 그리스, 에스토니아, 폴란드가 잇따라 거래를 중지했다.

상황이 악화되자 EU집행위원회는 EU ETS의 현물거래 시스템을 전면 중단했다. 다만 선물과 파생상품 거래는 계속 유지하기로 했다. 그러나 현재 모든 트레이더들이 시장을 떠난 상황이어서 거래가 지속될지는 미지수다.

일주일 가까이 탄소배출권 거래가 중단되면 천문학적인 경제적 피해가 예상된다. 지난해 전세계 탄소배출권 시장은 930억유로 규모였으며 유럽연합은 이 시장의 81%를 차지할 정도로 절대적 비중을 차지했다.

이번 해킹 사건이 탄소배출권 거래를 통해 기후변화에 대처하려는 글로벌 노력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미국과 일본, 호주 등이 자국 산업에 부담을 준다는 이유로 EU와 같은 탄소배출권 거래 도입을 미루고 있는 상황에서 거래 시스템이 해킹 공격에 취약하다는 사실까지 알려지면 더욱 신뢰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지난해 11월에도 루마니아 계좌에서 한 시멘트 업체의 배출권 160만달러어치가 도난당한 바 있다.

유럽연합은 대기업과 발전사 등에 탄소배출 총량을 정해주고 이를 충족하지 못할 경우 시장에서 배출권을 구입하도록 하는 탄소배출권 거래제를 운영하고 있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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