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교 모 공립유치원 경쟁률 10대 1 '훌쩍'…"입시보다 어렵네"
추첨때마다 환호성·한숨 교차…수곳 접수, 대리추첨인도 동원

   
"유치원 입학 추첨하러 갑니다"
18일 오후 경기도 수원 A초등학교 병설유치원 입학 추첨을 하기 위해 만3세 자녀를 둔 부모들이 추첨 장소로 입장하고 있다. (사진제공=연합)

"주황색 공, 당첨 맞죠?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18일 오후 2015학년도 신입 원아 추첨이 진행된 수원 A초등학교 병설유치원.

학교 건물 3층에 마련된 만3세반 신입원아 공개추첨장에는 긴장한 표정이 역력한 예비 학부모 43명이 추첨방법을 설명하는 교사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오후 1시 30분이 되자 교사가 접수 순서대로 한 명씩 호명했다.

학부모들은 모두 외투를 벗고 유치원이 준비한 투명 비닐장갑을 손에 끼고는 추첨함이 놓인 교단에 올랐다.

A유치원은 촉감으로 당첨·탈락 탁구공을 구분하는 것을 방지하려고 비닐장갑까지 준비했다. 정전기가 생겨 탁구공이 여러 개 올라올 경우도 고려, 외투도 벗어 달라고 당부했다.

첫번째 학부모가 추첨함에 조심스레 손을 넣었다. '당첨'을 의미하는 주황색 탁구공을 집어 들자 주변에서 박수와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해당 학부모는 연신 고개를 숙여 기쁨과 감사의 인사를 했고, 다른 학부모들은 축하했다. 당첨 학부모가 하나 둘 늘어나면서 한쪽에서는 아쉬움의 한숨도 새어 나왔다.

회사에 휴가를 내고 추첨장에 왔다는 김성호씨는 "오늘 이 유치원에서 탈락하면 다른 곳으로 이사 갈 생각이었다"며 "유치원 입학이 입시보다도 어렵다. 뭔가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A유치원 만3세반 추첨에서는 43명 지원자 가운데 16명이 당첨하고 27명이 탈락, 대기번호를 받았다.

만4세와 만5세반은 재원생 중 입학 희망자를 우선 선발한 뒤 남는 학급정원에 한해 신입원아를 뽑기 때문에 경쟁률이 더 높아졌다. 만 4세반은 약 9대 1, 만5세반은 약 6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유치원 입학, 너무 어렵습니다" 
18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매탄동 A초등학교에서 열린 병설유치원 입학을 위한 원아 추첨행사에서 한 어머니가 추첨함에 손을 넣고 있다.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추첨에 참가한 모두가 비닐장갑을 착용했다. (사진제공=연합)

광교신도시 내 공립 단설유치원인 꿈누리유치원에도 모집을 시작한 지 하루 만에 지원자가 500명이 넘게 몰렸다.

접수 이틀째인 이날 오후 2시 현재 모집정원 80명 대비 지원자는 816명으로 경쟁률 10대 1을 넘겼다.

특히 만3세반은 32명 모집에 400명이 지원서류를 냈다.

학부모 황명화(여)씨는 "어린이집 지원이 안 된다고 하니까 되도록 유치원에 보내려고 한다. 또 재학생이 우선 등록되기 때문에 내년을 생각해서라도 꼭 신입원아로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박씨는 이날 하루에만 인근 유치원 3곳에 지원서를 냈다.

유치원 입학이 '하늘의 별 따기'라는 말이 통용될 정도이다 보니 다른 유치원과 추첨 일시가 겹치거나 부득이한 사정으로 추첨 당일 유치원에 가지 못하는 경우 돈을 주고서라도 대리추첨인을 고용하는 사례도 생겼다.

한 학부모는 "집에 일이 생겨 추첨을 직접 하지 못할 것 같아 수소문해 1만원을 주고 대리추첨인을 불렀다"며 "추첨장에 가지 않으면 무효처리 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유치원 전쟁'은 비단 공립유치원뿐만 아니라 사립유치원도 마찬가지다.

수원시 영통구 한 사립유치원 만4세반에 지원했다가 탈락한 학부모는 "대기번호가 30번대로 나왔다. 사립유치원은 중복지원도 안 되는데 이러다가 보낼 유치원이 없을까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한 유치원 관계자는 "어린이집 보육료가 지원되지 않는다는 이야기 때문에 유치원으로 옮겨오는 학부모들이 많다"며 "많은 원아를 받고 싶지만 정원이 제한되어 있어 우리도 안타깝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달 초부터 신입원아를 모집하기 시작한 경기지역 공·사립유치원은 다음 달 초·중순께 모집과 추첨을 모두 끝낼 예정이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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