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 문제가 관계 부처와 전력산업계의 최대 현안으로 떠올랐다.

현행 전기요금이 원가의 94% 선에도 못미치면서, 해마다 전력대란의 시한폭탄이 되고 있다는 문제의식엔 대체로 공감하면서도 요금 인상 여부와 시기, 방법 등은 여전히 갈피를 못 잡고 있다.

특히 대통령까지 나서 전기요금을 포함한 에너지 요금 전반의 현실화 로드맵 추진을 언급했지만, 오히려 이것이 '당장에 어찌할 바 없이' 미래 불확실성만 키우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6일 정부와 전력산업계 등에 따르면 전력 주무 부처인 지식경제부는 아직도 전기 요금과 관련된 새로운 지침이나 방향을 검토한 바 없다. 현재까지 전기요금과 관련된 공식 입장은 지난달 범부처 물가 대책 발표 때 내놓은 '올해 상반기까지는 동결' 뿐인 셈이다.

◇ 딜레마에 빠진 정부= 정부 안에서도 전기요금과 관련된 현저한 온도차가 감지된다. 청와대와 녹색위는 '인상'을 전제로한 요금현실화 로드맵을 서두르자는 입장이지만, 주무 부처인 지경부는 오히려 시큰둥하다.

지경부로선 요금 인상에 따른 전력소비량 예측이 불가능할 뿐더러, 실물경제 부처로서 서민물가 직격탄이란 부담을 혼자 다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해 8월 전기요금 인상을 단행하면서 "한전 경영이 부실해지면, 장기적으로 더 큰 전기료 인상요인이 될 수 있다"고 국민을 설득했다. 하지만, 지난해 8월 요금인상에도 불구하고 한전의 지난해 영업손실액은 2008년 보다 무려 3배 이상 폭증했다.

◇ "원가연동제 준비 서둘러야"= 전기료를 인상할 것이냐, 말 것이냐로 시간을 허비하는 것보다는 오는 7월로 예정된 발전연료 원가연동제 시행을 위한 준비를 철저히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물론 이는 전기료 인상을 수반할 수밖에 없는 조치다.

원가연동에 대한 국민 이해만 구해 낸다면, 전기요금과 전기과소비 문제는 한꺼번에 해결될 수 있다. 현행 전기료 구조에 대한 개선 필요성에 대한 대국민 정책 홍보를 강화하고, 전력산업계에 원가연동제 시행에 대한 의지를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 "정치적 이해 연결하면 안돼"= 전력업계에선 앞으로 원가연동제·전압별요금제 등의 시행에 있어 최대 걸림돌을 정치적 이해관계로 꼽는다.

시점상 정권 막바지로 들어가는 올 하반기 이후 전기요금 인상을 수반하는 이같은 조치를 제대로 시행할 수 있을 것이냐는 근본적 의문인 것이다.

한 전력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 전기요금은 정책적 의지 보다는 정치적 흐름에 좌지우지돼 온 측면이 강하다"며 "이번에 전기요금 문제가 제대로 된 근본적인 방향을 찾아가려면, 정치적 흐름과 무관하게 제도나 시스템 차원의 원인까지 파고들어 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진호기자 jho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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