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멕시코 칸쿤에서 폐막된 UN기후변화협약 및 교토의정서 당사국총회는 큰 진전을 보지 못할 것이라는 당초의 비관론을 불식시키면서 '칸쿤합의(Cancun Agreement)'라는 의미 있는 결과물을 탄생시켰다. 칸쿤에서의 성과는 2009년 코펜하겐에 이어 칸쿤에서도 합의에 도달하지 못한다면 기후변화협상 자체가 좌초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 당사국들이 적극적인 협상자세를 보인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비록 협상의 최종 타결은 남아공 더반에서 열릴 차기 당사국총회로 넘겨졌고 내용 또한 기본적인 방향성을 제시하는 수준이지만, 칸쿤합의는 향후 국제사회의 기후변화 대응노력이 중단 없이 이어지리라는 신호를 분명히 보내고 있다.

칸쿤합의문을 살펴보면 먼저 기후변화 대응 및 녹색성장에 대하여 개도국의 태도가 진일보했다는 사실이 눈에 띈다. 개도국은 자신들의 기후변화 대응에 있어 지속가능한 경제성장 및 빈곤 퇴치가 우선과제임을 명확히 하고 있다. 또 선진국의 역사적 책임을 들어 개도국의 기후변화 대응노력에는 선진국의 재정적, 기술적 지원이 전제돼야 한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강조해 왔다.

이런 맥락에서 저탄소 사회로의 패러다임 전환 및 저탄소 개발전략의 중요성, 개도국의 자발적 온실가스 감축노력에 대한 국제적 검증 강화가 칸쿤합의에 명기된 것은 개도국이 향후 온실가스 감축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의지가 있음을 시사한다.

특히 우리나라는 협상 과정에서 한국의 저탄소 녹색성장 정책을 소개하면서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국제적인 노력이 배가돼야 함을 강조했다. 반면에 개도국 중 중국·인도 등 주요 배출국들은 저탄소 개발전략 개념이 저렴한 화석연료의 사용에 제한을 가해 경제성장과 빈곤 퇴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했다. 그러나 이들 나라들도 화석연료에 의존한 경제성장이 환경오염, 에너지 안보 약화 등의 문제를 일으킬 뿐만 아니라 차세대 성장동력으로서 녹색산업을 육성하는 데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 저탄소 경제발전 전략이 칸쿤합의에 포함되는 데에 어느 정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선진국들은 현재 교토의정서에서 정한 감축의무가 만료되는 2012년 이후의 감축의무에 대해 여전히 만족스러운 약속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미국이 국내 정치 사정으로 인해 코펜하겐에서 공언한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워지고, 선진국의 노력을 선도하던 EU마저 역내 금융위기로 인해 감축노력을 증진할 여력을 상실하면서 어느 정도 예견된 바라고 할 수 있다.

그 대신 선진국은 코펜하겐합의에서 밝힌 대로 2010년부터 3년간 총 300억달러에 근접하는 단기재원을 조성하고 2013년부터 2020년까지는 매년 총 1000억달러를 목표로 장기재원을 마련하고 있다. 이는 주로 녹색기후기금(Green Climate Fund)을 통해 개도국에 제공한다는 계획을 칸쿤합의에서 재확인한 것이다. 이런 장·단기재원이 실질적으로 확보돼 개도국의 감축행동, 삼림황폐화 방지, 기후변화 적응 지원 등에 효율적으로 사용된다면 개도국의 지속가능발전과 녹색성장을 통한 기후변화 대응 잠재력 배양에 크게 이바지할 것이다.

칸쿤 총회는 기후변화가 인류가 직면한 최대의 위기이자 온 세계가 함께 풀어야 할 당면 과제라는 사실에 세계 각국이 인식을 같이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였다. 그리고 합의문에 내포된 저탄소 녹색성장의 실행과 지원에 대한 의지는 만의 하나 현재의 기후변화협상이 실패한다 할지라도 각국이 능력과 실정에 맞게 저탄소 녹색성장 패러다임을 지속적으로 추구해 갈 것이라는 메시지를 우리에게 던져 주고 있다.

김진우 에너지경제연구원 원장 kimj@kee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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