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유일의 동물원 ‘더파크’의 산양 탈출 소동은 동물 우리의 관리 부실에서 비롯된 것으로나타났다.

13일 부산시에 따르면 지난 4일 산양 울타리에 덧대어 놓은 목책 하나가 빠지면서 구멍이 생겼고, 이 틈으로 산양 3마리가 탈출했다. 당시 더파크 측은 “새끼 산양이 울타리 틈으로 나갔다”고 해명했지만 이는 사실과 달랐다. 탈출한 산양은 어미 1마리와 새끼 2마리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어미 산양은 몸집이 크기 때문에 목책이 빠지지 않았다면 탈출은 불가능했다. 동물원 측은 사고가 난 뒤에야 부랴부랴 목책을 고치고 철조망을 한 겹 더 설치해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식 조처라는 비난을 사고 있다. 새끼 산양 1마리는 탈출 10일째인 13일 현재까지 잡지 못하고 있다.

산양 탈출 이틀 전인 2일 오후 2시쯤에는 너구리 과의 ‘라쿤’도 탈출 우려가 커 긴급 포획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우리 안에 있는 큰 나무 위로 라쿤이 올라가면서 탈출 위험이 커지자 직원 두명이 우리 지붕을 밟고 올라가 뜰채를 이용해 포획했다.

갑자기 다급하게 움직이는 직원에 놀란 일부 관람객은 이 장면을 사진으로 찍어 더 파크 측에 항의하기도 했다. 라쿤이 나무를 잘 탄다는 것은 일반인에게도 잘 알려진 사실이어서 이런 소동은 동물원 측의 부주의 때문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더파크 측은 이후 라쿤이 나무에 오르지 못하도록 미끄러운 아크릴판을 나무에 덧대는 조처를 했다.

더파크의 동물 우리 관리 부실은 동물원에 관한 법과 시스템의 미비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동물원은 사실상 지자체의 관리 사각지대이다. 동물원의 설립은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과 ‘관광진흥법’에 따라 이뤄지고 있다.

동물원에 관련된 전문적인 법이 없다 보니 사육장의 시설이나 운영에 관한 기준 마련은 엄두도 못 내는 형편이다. 동물을 관할 지자체에 등록해 관리하게 하는 ‘동물보호법’이 있지만, 동물원에 있는 동물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야생생물보호법도 동물원 내 천연기념물이나 멸종위기 동물에만 엄격한 규정을 둬 관리하고 있다.

부산시 관계자는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동물원법’이 통과되면 동물원에 지자체의 관리 감독이 가능해져 많은 부분이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조현지 기자 jhj@busan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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