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손익분기점 하회
민관합동 中 내수시장 대책 추진

   

지난달 29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글로벌 비즈니스 플라자 2014’에서 기업과 바이어 관계자들이 수출 상담을 하고 있다.

최근 원화 강세가 심상치 않다. 상당수 수출기업은 채산성이 나빠지고 있다며 발을 구르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손익분기점을 밑돌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100엔당 세자릿수로 내려앉은 원·엔 환율은 일본 업체와 경쟁해야 하는 한국 기업에 경계 요인이다.

여기에다 우리나라의 최대 수출시장인 중국의 경기는 둔화하고 있다. 그 영향으로 중국에 대한 수출 증가세는 올해 들어 한풀 꺾인 모습이다.

세월호 참사 영향으로 내수 위축이 우려되는 가운데 환율 하락세와 대 중국 수출 둔화세가 지속하면 경제 회복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따라서 정부와 외환당국이 촉각을 곤두세우며 대응방안을 모색하고 있지만 뾰족한 단기 대책을 찾기 어려운 실정이다.

◇ 원화 강세에 수출기업 어떻게 하나

한국무역협회가 8∼12일 340개 수출기업(대기업 30개, 중소기업 310개)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88.5%가 최근 원·달러 환율 하락으로 채산성이 악화했다고 답변했다. 28.2%는 채산성이 나빠지면서 수출 물량도 감소했다고 밝혔다.

조사 대상 기업이 제시한 손익분기점 환율은 달러당 평균 1,045원이다. 적정 이윤이 보장된다는 환율은 달러당 평균 1,073원이다.

13일 원·달러 환율은 1,022.1원에 거래를 마쳐 종가 기준으로 2008년 8월 7일(달러당 1,016.5원)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14일 원·달러 환율은 외환당국의 달러화 매수 개입에 따라 1,027.9원으로 반등했지만 수출기업들의 손익분기점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한국은행이 내놓은 4월 수출물가지수는 전달보다 2.5% 하락한 88.33으로 2008년 1월(88.03) 이후 가장 낮았다. 수출기업이 같은 물건을 팔아도 손에 쥐는 원화 액수는 줄어들었다는 뜻이다.

경상수지 흑자에 따른 달러화 유입으로 환율이 세자릿수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대기업보다 환율 변동에 취약한 중소기업에 미치는 충격파가 클 수밖에 없다.

업종별로는 주로 가격을 무기로 해외시장에서 경쟁하는 일반기계, 섬유제품이 받는 타격이 클 것으로 우려된다. 수입 원자재의 원가 비중이 상대적으로 큰 철강, 석유화학 부문은 덜 영향을 받을 것으로 분석된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원·달러 환율이 10% 하락하면 국내 제조업의 영업이익률이 0.8%포인트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전자·통신업종의 감소폭이 1.5%포인트로 가장 컸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원·달러 환율 하락세로 연평균 환율이 1,028.5원을 기록하면 올해 경제성장률을 0.21%포인트 끌어내릴 것으로 추정했다.

일본의 양적완화 정책에 따른 엔저 현상이 아직은 한국 기업의 수출에 큰 영향을 못주고 있지만 일본 기업이 엔저를 등에 업고 가격 인하에 나서면 상황이 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올해 원·엔 환율이 100엔당 연평균 1,000원을 기록하면 우리나라의 총수출이 작년보다 7.5%, 950원을 기록하면 9.1%가 각각 감소할 것으로 분석했다. 원·엔 환율은 13일 100엔당 1,000원 밑으로 떨어졌다.

◇ 대중 수출 ‘경고등’…“하반기 이후 점진 회복 기대”

지난해 중국은 우리나라 전체 수출액의 26.1%를 차지했다. 역대 최고 수준이다. 그러나 올해는 중국 시장을 낙관하기 어렵다.

중국에 대한 수출 증가율은 올해 1분기 3.0%로 작년 2분기 12.5% 이후 4분기 연속 둔화했다. 올해 1∼4월 우리나라 전체 수출액 가운데 중국 비중은 24.9%에 머물렀다.

코트라는 중국 정부의 개혁 정책과 산업 구조조정 추진에 따른 경기 둔화로 수입 수요가 줄어든 것을 대중 수출 둔화의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중국 내 경쟁 심화와 가격 하락 등으로 디스플레이, 석유제품 등 대중 수출 주력제품이 부진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코트라는 하반기 이후 대중 수출이 살아날 것으로 기대했다. 세계 경기 회복세로 중국의 수출과 내수경기가 호전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중국이 경제 성장 목표(7.5%)를 달성하기 위해 내수진작 정책을 펼 것이라는 분석 또한 제기된다.

◇ 중소기업 환변동 보험료 인하·가입한도 확대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수출전선 위축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14일 수출 중소기업, 종합상사, 업종단체 관계자 등이 참석하는 수출동향 점검회의를 열었다.

윤 장관은 “지금의 어려운 상황을 우리 산업의 근본적인 체질을 강화하는 부단한 원가 절감과 품질 향상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하고 중소기업에는 환율 변동 위험관리 강화를 당부했다.

무역보험공사는 중소·중견기업의 비용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올해에 한해 환변동 보험료를 추가로 20% 특별 할인하기로 결정했다. 보험 가입 한도 또한 대폭 높일 계획이다.

산업부는 고부가가치 제품, 에너지 절약 및 환경 친화적 상품을 중심으로 중국 내수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민관 합동 대책을 추진한다.

이날 회의에서 수출업계는 환율 안정을 위해 국내 기업의 외화표시 채무를 원화로 대출받아 상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산업부는 한국전력, 가스공사, 석유공사 등 산하 공기업을 대상으로 그 가능성을 검토하기로 했다.

정부와 수출기업 모두 원가 절감, 신규시장 개척 강화 등을 대응 방안으로 제시했지만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중국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내수시장 진출 확대,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등도 마찬가지다.

외환당국은 최근 환율 움직임과 관련해 구두개입에 나서며 외국인 자금 유입이나 역외 차액결제선물환(NDF) 거래 과정 등에서 투기적 요소가 있는지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수출 중소기업 등 취약부문 애로사항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김형준 기자 samic8315@busan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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