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경·해수부·안행부 ‘충격’…검찰 관피아 척결 시동
관건은 말보다 실천…후속조치 이행이 좌우할 듯
담화 놓고 긍정ㆍ부정평가 엇갈려…민심향배 주목
세월호 침몰 사고 34일째인 19일 오전 전남 진도군 실내체육관에서 실종자 가족들이 박근혜 대통령의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대국민담화를 시청하고 있다. |
박근혜 대통령이 19일 발표한 세월호 참사 대국민담화는 해경 해체, 해양수산부 재편, 안전행정부 축소 등 혁신적인 개혁조치를 담고 있지만 근본대책과 실천 후속 조치가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통령이 책임을 통감하고 일련의 개혁안을 내놓은 데는 긍정적인 평가가 나왔지만 국정 기조 등 근본적 문제와 처방을 언급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또 세월호 참사 이후 멈춰 선 통일대박론, 경제혁신 3개년 계획과 공기업 개혁, 규제혁파 등 집권 2년차 정부의 핵심과제들의 추진동력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이날 담화가 어떻게 민심에 다가서느냐도 관건이다.
이런 점을 의식한 듯 박 대통령은 이날 눈물까지 쏟으며 24분간의 담화를 읽어 내려갔다. 청와대 춘추관에서 TV로 생중계 된 담화에서 박 대통령은 국민에게 공식 사과하고 국가안전과 재난대응시스템 전반의 혁신과 철저한 진상조사를 약속했다. 참사발생 34일째에 이뤄진 대국민사과와 향후 처방전 제시였다.
“사고 최종책임은 대통령인 저에게 있다”는 구두로 표현할 수 있는 최고 수준의 자책과 함께 관피아(관료+마피아)의 척결, 공직자 선발제도의 획기적 개선 약속 등이 담겼으며, 민관 진상조사위 구성을 포함한 특별법 제정이 포함됐다. 특별법 제정은 희생자 가족들의 요구를 수용하는 형식으로 담화에 반영됐다.
또 구난에 실패한 해양경찰청의 해체와 국민안전을 지키는데 실패한 안전행정부와 해양수산부의 조직축소 등을 단행하고 안전관련 업무를 국가안전처로 일원화하겠다고 밝혀 상당 폭의 정부 조직개편을 예고했다.
특히 안전행정부는 출범당시 ‘안전’을 모토로 내세웠던 박 대통령이 행정안전부의 이름을 바꿔가며 재탄생 시킨 부처이고, 해양수산부는 이명박 전임 정부시절 폐지됐던 것을 부활시킨 것이어서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으로 여겨진다.
이처럼 박 대통령이 항간에서 거론됐던 다양한 요구들을 포괄적으로 담화에 담아내며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저의 모든 명운을 걸 것”이라고 각오를 드러낸 것은 상당한 위기의식의 발로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이 또 사고 가족들에게 특검 도입을 언급했고, 담화에서도 필요하다면 특검을 실시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만큼 특검이 도입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박 대통령의 담화 발표 후 정부는 해양경찰청 해체를 비롯한 일부 정부부처 개편, 공직사회 개혁 등을 구체화하기 위한 후속 조치에 착수했다. 검찰 역시 ‘관(官)피아’로 불리는 민·관 유착 비리를 척결하기 위해 21일 전국 검사장회의를 열 계획이다.
그러나 이날 담화에 대한 비판적인 시선도 있다. 정치평론가 유용화씨는 “성장을 우선시하는 경제·사회정책, 인간생명과 행복을 추구하지 않는 무리한 정책이 사고의 원인이어서 이를 개혁해 달라는 게 국민요구인데 이에 대한 실천 비전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많은 전문가들은 박 대통령의 진정한 위기 탈출 여부는 향후 담화에 이을 인적쇄신의 결과에 달렸다고 말한다. 누구를 정부에 포진시키냐에 따라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식의 변화 여부를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에 대한 국민의 믿음이 크게 추락한 만큼 개각을 통해 정부의 면모를 일신함으로써 새 출발의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는 요구다.
또 이를 위해서는 참신하고 소신을 가진 인사들의 파격적 중용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적지않다. 새로운 인재들을 발탁해 이들에게 나라 전체를 탈바꿈시키는 막중한 과제, 즉 ‘국가개조’를 맡겨야 한다는 것이다. 이상연 기자 lsy@busaneconom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