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목의 통합의학]

   

 김진목 교수
 부산대학병원 통합의학센터 교수
 2010~2012 패밀리요양병원장
 2013~현재 부산대학병원 통합의학센터교수
 

암의 원인으로서 첫 번째로 꼽히는 것이 바로 스트레스이다. 스트레스도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가정적인 문제가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난다. 부모에 대한 애정결핍 또는 애정박탈로 인한 적개심, 부부간의 성격차이나 대화부족으로 인한 몰이해, 서운함 또는 원망, 친구나 친지들에 대한 배신감 또는 적개심 등이 대부분이다. 암 환자를 문진하다 보면 ‘그 사람 때문에??’라는 스트레스의 원인을 많이 듣게 된다.

그런데 과연 배우자와의 갈등으로 인해 스트레스가 가중되었고, 그것이 암의 주원인이 되었을까? 다시 말해 암의 주원인이 배우자 때문이었을까?

『암이 내게 행복을 주었다』라는 책을 소개한다. 가와다케 후미오라는 일본 작가가 암으로부터 살아 돌아온 사람들에 대한 그 기적 같은 치유의 기록을 모은 책으로, 여기에는 수많은 암 완치자들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모두 시한부 삶을 선고받을 정도로 심각한 상태였지만 어느 날 마음 한번 비우니 암이 나았고, 마음을 비움으로써 여태껏 갈등을 빚었던 사람들과 인간관계를 회복하게 되어, 그야말로 ‘암이 행복을 주었다’라고 증언들을 하고 있다.

그럼 처음의 화두로 돌아가서 암을 일으킨 스트레스의 원인이 무엇인지를 생각해 보자. 과연 그게 배우자의 탓일까? 두말할 필요 없이 그것은 전적으로 내 탓이다. 배우자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게 된 근본적인 원인이 바로 내 마음에 있다는 말이다. 그렇기에 조금 전 언급한 ‘암으로부터 살아 돌아온 사람들’에게 스트레스를 주었던 상대가 다가왔기 때문이 아니고, 바로 자신이 마음을 비움으로써 스트레스를 주었던 사람에게 먼저 다가갈 수 있었고, 인간관계 회복과 암 치유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거머쥐는 행복을 누릴 수 있었던 것이다.

우리가 행복을 느끼는 기준은 내가 처해져 있는 상황이 아니라, 그 상황을 바라보는 내 마음에 달렸다는 것과 일맥상통 한다. 그러기에 최빈국인 방글라데시 국민들의 행복지수가 세계최고 수준이 아니겠는가? 이 세상에 60억의 인구가 살고 있다면, 60억 개의 다른 성격이 존재한다. 나와 똑같이 생각하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다는 말이다. 일란성쌍생아도 서로 생각은 다른 법이다. 하물며 ‘화성에서 온’ 남자와 ‘금성에서 온’ 여자의 성격이 다른 것은 매우 당연한 일이고, 마음을 알아주길 원하는 것 자체가 비극의 시작이다. 부부의 성격은 다르고, 두 사람이 생각하는 것도 전혀 다르다. 심지어 2~30년을 다른 혹성에서 살다 왔으니 언어표현 방법도 완전히 다르다. 이런 두 사람 사이에서 성격차를 논하고 갈등을 언급하는 것 자체가 우스운 일이다. 결혼 초기에는 이성에 대한 호기심과 사랑하는 감정으로 모든 문제점들이 극복될 수 있지만, 사랑의 감정이 식을 즈음이면 서로의 이질성이 점차 크게 부각되는 것이 당연할 것이다. 두 사람은 전혀 다르므로 동질성을 찾는다는 것은 불가능하고, 무한한 이해와 양보만이 두 사람을 조화롭게 만든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상대의 언행에 섭섭해 할 이유가 없다. 그 사람이 일부러 내 속을 뒤집어 놓으려고 한 것이 아니다. 그냥 그 사람은 나와 생각이 다를 뿐이고, 같은 생각일지라도 표현하는 언어는 전혀 다를 수 있다. 그 다름을 미리 예상하고 있어야 하며, 상대의 표현에 일희일비하지 말자./김진목(부산대병원 통합의학센터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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