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떼기 검사’ 안대희 중용
적폐 혁신·공직개혁·부패척결 의지 드러내
김장수, 남재준 경질로 민심달래기

박근혜 대통령이 정부출범 후 최대 위기 속에서 22일 ‘충격요법’ 수준의 인사를 단행했다.

후임 총리에는 한때 갈등을 빚었던 안대희 전 대법관을 지명했고, 신임이 두터웠던 외교안보라인의 중핵인 청와대 김장수 국가안보실장과 남재준 국정원장을 갈아치웠다.

정치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불편함을 감수하고, 익숙함을 버린 선택으로 보인다. 그래서 정치권 안팎에서는 “한번 내친 사람은 재기용하지 않고, 한번 쓴 사람은 계속해서 쓴다”는 인사공식이 깨진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정부의 무능한 대처와 안일한 대응으로 불거진 공분과 불신을 해소하고 이반된 민심을 회복하기 위해 기존의 인사스타일에 변화를 준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정홍원 총리에 이어 이번에도 법조인 출신인 안 후보자를 선택함으로써 논란의 소지를 여전히 남기고 있다. 야당이 교체를 요구하는 김기춘 비서실장을 잔류시킬 방침으로 알려진 것도 부담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 안대희, 국가개조에 적임자 판단

청와대 관계자들은 안 전 대법관의 총리 지명에는 그가 ‘박근혜식 국가개조’의 적임자라는 판단이 깔려있다고 설명한다.

국가의 압축성장 과정에서 쌓이고 세월호 참사로 불거진 적폐 혁신과 비정상의 정상화, 공직사회 개혁 및 부패척결이라는 ‘국가개조’를 가장 잘 추진할 수 있는 인사로 강직한 성품의 소유자로 평가받는 안 후보자 만한 인사가 없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청와대 민경욱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안 내정자는 대법관과 서울고검장, 대검 중수부장을 역임하면서 불법 대선자금과 대통령 측근 비리에 대한 성역없는 수사 등을 통해 소신을 보여줬다”며 “앞으로 공직사회와 정부조직을 개혁하고 비정상의 정상화를 강력히 추진해 국가개조를 성공적으로 수행할 분”이라고 설명했다.

그의 역할이 국가개조 수준의 개혁을 진두지휘하는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를 통해 추락한 정부신뢰를 회복해 ‘통일대박론’과 규제혁파, 공기업 개혁 등 집권 2년차의 국정 어젠다를 다시 한번 강하게 밀어붙이겠다는 의지를 박 대통령이 드러냈다는 것이다.

◇ 대선 때 朴대통령 도왔으나 막판 각 세워→ 다시 구원투수 투입

이는 박 대통령이 지난 대선 당시 안 후보자를 정치쇄신특별위원장으로 ‘삼고초려’할 당시와도 비슷한 장면이다.

당시 박근혜 대선 후보는 ‘차떼기 검사’로 유명했던 안 후보자를 앞세워 권력형 비리척결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과시하면서 대대적인 정치쇄신을 통해 기존 정치에 대한 혐오를 갖고 있는 국민들의 마음을 사겠다는 생각이었고, 결국 이 전략이 어느 정도 적중했다.

안 후보자의 삶의 궤적을 보면 박 대통령의 기대에 수긍이 가는 측면이 있다.

안 후보자는 2003년 대검 중수부장 재직시 ‘특수통’ 검사의 대명사로 자리매김 했다. 나라종금 로비 의혹 사건 재수사에 이어 SK 비자금 사건을 처리했고, 특히 대선자금 수사를 진두지휘하면서 야당인 한나라당뿐만 아니라 ‘살아있는 권력’인 대통령 측근과 집권여당까지 파고들었다.

2012년 새누리당의 대선캠프에 영입돼 정치쇄신특별위원장을 맡아서는 총리에게 장관 제청권을 부여하고, 장관에게 부처 및 산하기관 인사권을 보장하는 등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단을 끊는 조치라든지, 측근 비리 근절을 위한 특별감찰관제와 상설특검제 등 정치쇄신 공약을 내놓았다. 안 후보자는 이 과정에서 박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는 ‘강단’있는 모습도 보였다.

◇ 내각 제청권행사가 첫 시험대…민심 향방 주목

절체절명의 순간에서 ‘박 대통령 구원투수’로 등판한 안 후보자 앞에는 적지 않은 과제가 놓여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무엇보다 민심의 신뢰를 잃어버린 내각을 일신해 국민 앞에 내세우는 것이다. 이는 헌법에 명시된 총리의 국무위원 제청권을 행사하는 과정에서 가장 먼저 검증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그동안 말뿐이었던 ‘책임총리제’를 진정으로 구현하는 것이 전제돼야 한다. 박 대통령의 ‘대독총리’에 그쳤다는 비판을 받았던 정홍원 총리의 ‘총리상’을 벗어나 실질적인 권한을 갖고 내각을 통할해야 한다는 것이다. 안 후보자는 이미 대선시절 ‘책임총리제’의 필요성을 제시한 바 있다.

더구나 국가재난 컨트롤 타워의 위상이 부여되는 신설 국가안전처와 안전행정부로부터 분리되는 인사·조직 기능을 담당할 행정혁신처까지 총리 소속으로 편제된 만큼, 책임총리로서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고 볼 수 있다.

◇ 논란 휩싸인 안보라인 최측근 ‘읍참마속’

박 대통령은 이날 김장수 국가안보실장과 남재준 국정원장의 사표를 전격적으로 수리했다. 그동안 안보라인에 대한 ‘전폭적 신뢰’를 보여준 박 대통령의 행보를 감안하면 이 또한 이례적이라 할 만하다.

형식은 ‘사표 수리’지만 내용은 사실상 경질이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읍참마속’ 성격의 측근 경질을 통해 민심을 수습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박 대통령이 청와대 비서진내 상징적인 ‘박근혜 사람’ 중 한 명인 김장수 실장을 교체하면서 청와대 인적쇄신은 ‘속도조절’을 하는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박 대통령이 최근 국무회의에서 청와대 비서진 총사퇴론에 대해 ‘브레이크’를 걸었다는 설도 이런 관측과 맥락을 같이 한다.

다만 야권에서 ‘기춘대원군’이라 불리는 김기춘 비서실장 등에 대해 대통령 보좌 실패 등을 거론하며 지속적으로 해임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안대희 총리 후보자가 민심 수습을 위해 청와대 비서진의 쇄신도 필요하다는 입장을 전달할 경우, 박 대통령이 이런 요구를 ‘무시’하기도 힘들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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