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우리동네 문화공간] - (6) 주례문화[:공]터

지난 21일 오후 7시 무렵 부산 사상구 주례동 냉정샘 주변에 위치한 수상한(?) 공간인 마을예술창작소 ‘주례문화0터’에는 대학생으로 보이는 젊은이들과 회사원 그리고 할머니까지 도저히 공통점을 찾을 수 없는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들었다. 이곳에서 열리는 수요문화다방 ‘별 헤는 밤’에 참석하러 온 것이다.

일상에서 접하기 힘든 인문학 강의나 체험 프로그램 그리고 음악 감상 등을 주민들과 함께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다. 이 날은 대중음악평론가 김형찬 씨가 강사로 나서 대중가요를 함께 듣고 그 노래가 유행한 배경과 사회상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날 강좌를 듣기 위해 인근에 있는 동서대의 인문학동아리 ‘아우르기’ 소속 학생들이 문화공터를 첫 방문했다. 김철우(25세, 사회복지학과) 씨는 “학교 안에서 하는 공부는 한계가 있으니 이런 곳을 찾아서 생각과 시야를 넓히고자 한다”고 했다. 김정훈(26세, 금융선물보험과) 씨는 “문화공터는 친환경적이어서 좋다. 도심 속에 이런 곳이 있다니 힐링이 찾아온 것 같다”고 첫 인상을 전했다.

자그마한 창고형 건물 ‘주례문화0터’가 자리하고 있는 곳은 원래 ‘주례 2동 가압장(배수지의 수돗물을 고지대에 공급하기 위해 펌프를 설치하여 수압을 높여 주는 곳)’이 있던 자리였다. 지난 2008년 인근 수정산에 저수지가 생긴 이후 폐쇄되어 방치되고 있었다.

부산시 창조도시본부는 이렇게 버려진 곳을 지역 문화공간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했다. 그 사업의 일환으로 2012년 3월 사상구 주례동의 문화공간으로 개관했다.

시가 만들고 사상구가 관리하며 ‘부산노리단’이 위탁운영단체로 선정되어 운영하고 있다.

자칫 흉물이 될 수 있는 버려진 공간이 지역 주민을 위한 곳으로 탈바꿈한 모범적 사례다.

지난 21일 시작한 작은 강좌인 ‘별 헤는 밤’을 시작으로 어머니 바투카다(허리에 차고 연주하는 드럼 형태의 브라질리안 퍼커션) 팀 ‘수상한 엄마들’이 진행 중이다. 바투카다를 배우는 엄마들은 18회 수업과 1회의 현장학습 후 공연도 할 계획이다. 또한 지난해에 이어 프리마켓과 주민공연, 소박한 마을잔치 등이 계속된다.

개관 3년째에 접어들며 주례 주민은 물론이고 인근의 경남정보대와 동서대 학생들도 문화공터를 찾고 있다. 주민과 학생들의 만남은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는 역할을 한다.

‘부산노리단’은 삼년 째 쉼 없이 창의적인 주민밀착형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개관 첫 해인 2012년에는 주민들의 사랑방 간담회인 ‘주례별다방’, 작은 주민잔치 ‘0터소박잔치’, 청년중심의 네트워크 파티, 마을 공연 등을 진행하며 주민과 함께 밥 먹고 김치 담그기도 했다. 다음해인 2013년에는 청소년, 청년, 주부 등 주민들과 함께 주례 곳곳을 직접 다니며 주례 냉정 지도를 만들고, 마을 잔치를 준비했다. 이외에도 ‘우리마을알기’, 공연, 프리마켓 등을 진행하며 지역민의 놀이터이자 커뮤니티 공간으로 자리 잡아 갔다. 지난해 마을잔치 만들기를 도왔던 청년들이 올해는 스스로 잔치를 만들겠다고 나서서 준비 중이다.

‘부산노리단’ 안석희 대표는 “우리가 펼치는 활동을 통해 주민들이 편안하게 문화적 흥취를 느끼고, 대학가인 만큼 학생과 주민이 만나는 자리가 되었으면 한다.”며 “마을문화 사업은 지속적으로 진행되어야 가능하다. 주례의 문화 중심 관계망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라고 밝혔다.

위치 : 부산시 가야대로 344번길 3

커뮤니티 : blog.naver.com/bsnoridan

전화번호 ; 051-325-0815

   
폐쇄된 주례 2동 가압장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한 ‘주례문화0터’는 창의적인 지역주민 밀착형 프로그램들을 진행하며 주민 커뮤니티 공간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21일 ‘주례문화0터’에서 열린 수요문화다방 ‘별 헤는 밤’ 진행모습. 다양한 연령대의 주민들이 모여 대중가요를 듣고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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