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사의 그린IT 전략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부분의 최고정보책임자(CIO)는 전력소모량 절감을 위한 IT 시스템 효율화를 제일 먼저 머리에 떠올린다. 하지만 많은 CIO는 그린IT라는 용어가 과도하게 포장되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한다. "사실 그린IT가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라고 할 수 있다"는 한 CIO의 지적은 이를 잘 표현해 준다. 그린IT를 위한 IT는 없다는 말이다.

CIO BIZ+가 각 업계를 대표하는 주요 기업의 CIO에게 친환경 IT정책에 대해 물어본 결과 99%가 '서버 통합 및 가상화'를 핵심과제로 꼽았다. 나머지 1%도 서버 가상화를 위한 IT 투자를 제대로 못했을 뿐 중요성을 인지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CIO들은 거의 예외 없이 기존 시스템의 전력 효율화를 그린IT의 핵심 전략이라고 설명한다. 사실 우리의 삶에서 IT 기술이 얼마나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는지 생각해 보면, 내로라하는 기업들의 IT 전략을 총괄하는 CIO들이 '시스템 전력소모량을 줄이는 것이 그린IT'라고 답하는 것은 아쉽다. 그야말로 '그린 컴퓨팅'이 그린IT로 귀결된 것이다. 비용절감이 강조되는 시기에는 IT부문의 인력이 가장 먼저 퇴직 권고를 받듯 IT를 비용 센터로만 인식하는 업계의 현실을 방증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최근 개최된 정보화포럼에서 한 대학교수는 "'그린 of IT'는 가만히 둬도 진행되니 중요한 것은 '그린 by IT'"라고 꼬집었다. 그린을 위해 IT를 활용하는 방법을 찾아 가치를 창출하려는 고민이 필요하다는 것이 요지다. 그는 "낙후된 농어촌 환경에 IT를 접목해 연료와 비료를 덜 쓰고도 좋은 품질의 친환경 제품을 효율적으로 만들 수 있게 하는 것이 바로 '그린 by IT'적 발상"이라고 말했다. 실제 정보화 마을은 IT 기술을 접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 두 가지 개념은 확실히 구분돼야 한다.

'있으면 좋고 없으면 그만'이라는 사고로는 영원히 '그린 of IT'를 벗어날 수 없다. 선진국들이 친환경 정책을 강화하면서 이를 목적으로 한 다양한 기업 전략과 기술 방안을 마련해가는 상황을 볼 때, 한국이 그린IT 기술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할 날이 머지않았다는 우려를 지울 수 없다. 이미 태양광 발전을 위한 원천 장비 및 기술을 수입하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그린IT를 전략적인 관점에서 제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최근 환경정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탄소배출 저감 솔루션이 불티나게 팔리듯 IT 강국의 위력을 발휘해 IT를 활용한 가치있는 친환경 대안을 개발한다면 곧 비용절감 이상의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언젠가 CIO들에게 '그린IT 전략이 무엇이냐'고 물을 때 각양각색의 아이디어를 들을 수 있는 시대가 오기를 바란다.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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