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춤 추는 남자들, 14일 해운대문화회관
남기성의 ‘허튼 덧배기춤’. 배기고 푸는 영남 춤의 멋이 잘 드러나는 남성적인 작품이다. |
무대 위에 춤꾼을 떠올리면 대부분 아름다운 여성이 춤추는 모습을 연상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부산에는 남성 춤꾼들로만 꾸려지는 무대가 있다.
올해로 열한 번째를 맞는 ‘춤추는 남자들’ 공연이 14일 오후 7시 해운대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다.
이 무대는 남자들만의 춤판이라는 것 외에도 항상 같은 춤꾼의 작품만을 공연하는 특별한 방식으로 진행한다. 지난해부터 전통춤으로 무대를 꾸미며 춤추는 남자 정예 구성원 아홉 명을 선정했다. 이 춤꾼들은 각자 대표 작품을 올린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매년 같은 레퍼토리를 반복 공연하는 것이다.
이 정예 구성원에는 대학에서 무용을 전공한 춤꾼도 있지만 소위 비주류라고 불리는 이들도 있다. 연극, 풍물, 탈춤 등으로 시작했으나 춤을 익히고 지금은 훌륭한 춤꾼으로 자리 잡았다.
신라 49대 헌강왕 때 만들어졌으며 궁중무용 중 유일하게 탈을 쓰고 추는 ‘처용무’를 이진호가 공연하고 있다.. |
각 춤꾼과 작품은 다음과 같다. ▲이상열은 중요무형문화재 제43호 수영야류 이수자로 ‘말뚝이 춤’으로 가장 부산다운 춤을 보여준다. ▲이진호는 중요무형문화재 제39호 처용무 전승 조교로 처용랑 설화를 토대로 만들어졌으며 현재 전해지는 가장 오래된 궁중무용인 처용무를 춘다. ▲남기성은 연극 연출가이자 극작가, 안무자로 영남 지역의 다양한 덧배기를 바탕으로 한 ‘허튼 덧배기춤’을 즉흥적으로 풀어낸다. ▲극단 자갈치 상임 연출인 황해순은 씻김굿을 창작 탈춤으로 풀어낸 작품 ‘탈.짓.굿’을 보여준다. ▲정승천은 풍물패 남산놀이마당의 이사장을 맡고 있으며 흔히 보기 힘든 춤인 ‘병신춤’을 추는 춤꾼이다. ▲진주에서 활동하는 강동옥은 경상남도 무형문화재 제27호 진주오광대 예능보유자로 ‘양반춤’에서 자유로운 허튼춤과 다양한 배김새를 보여준다. ▲중요무형문화재 제6호 통영오광대 전수교육조교 이강용은 양반의 자손인 문둥이에 대한 내용을 담은 ‘통영 문둥춤’을 춘다. ▲최병재는 국립국악원 무용단 수석이며 중요무형문화재 제27호 승무 이수자로 ‘승무’를 공연한다. ▲중요무형문화재 제11-1호 진주 삼천포농악 소고 이수자인 류재철은 ‘삼도 고깔소고춤’으로 신명 난 풍물 장단을 풀어낸다.
이 뛰어난 기량의 춤추는 남자들은 지난해 전통춤판에서도 수준 높은 공연으로 호평을 받았다. 올해 공연에는 이상열과 정승천을 제외한 일곱 명의 춤을 볼 수 있다.
예술 감독을 맡은 최찬열 씨는 “평생을 갈고 닦은 춤을 추며 이 춤만큼은 내가 최고인 작품을 보여주고 관객은 이들의 발전과 달라지는 춤사위를 꾸준히 지켜보기 위해 기획했다.”며 “전통춤은 그 사람이 제일 잘할 수 있는 것 보여주는 것이다. 그럴 때 춤꾼의 춤이 늘고 관객과도 교류한다.”고 전했다.
김현정 기자 khj@busaneconom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