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문턱에서]

   

 서태열
 고려대 교수
 

부산은 대한민국의 바다로 향한 창이었다. 한없이 넒은 부산 앞바다는 부산을 매우 매력적인 도시로 보이게 하며, 그 바다를 통해서 개화기에는 서구의 근대문물도 들어오고 산업화시대에는 산적된 수출품이 해외로 나가면서 대한민국의 젖줄과 같은 도시의 역할을 하였다.

그런데 이런 매력적인 거대도시 부산은 한번쯤 세계 최고의 일류 산업도시나 교육도시의 반열에 이름을 올릴만도 한게 아닌가? 부산의 인구의 1/6에 불과한 인구 65만의 독일의 프랑크푸르트에서도 우리는 배워할 게 너무나 많다. 이 도시는 독일의 철도가 교차하는 중요한 곳이기는 하지만 유럽중앙은행이 위치한 독일 최대 금융도시, 유럽 3대 국제공항 보유(세계 2위 항공사인 루프트한자의 메인허브), 중부유럽 최대 철도역 보유, 지하철(U-bahn) 9호선 보유, 세계 3대 모터쇼와 세계 최대 도서전을 개최하는 도시로서 세계도시의 서열로 보면,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보다도 높다. 그러고도 우리와 같은 하루가 멀다 하고 열리는 집회는 보기조차 드물다.

교통으로 보면, 부산은 철도의 종착점이고 국제공항이 있으며, 또한 넓은 바다를 안고 있는 천혜의 조건을 가지고 있고 주변에는 남동임해공업지역의 핵심적인 도시들이 즐비하여 입지적으로는 프랑크푸르트보다 뒤처지는 점이 전혀 없다. 이러한 도시의 경쟁력과 산업의 경쟁력은 교육에서 나오고, 또한 정신력 즉 마인드세트에서 나오는 것은 재삼 논할 바가 아닌 바, 인구 350만의 우리나라 제2의 도시 부산은 모름지기 교육경쟁력을 키워야 할 때인 것만은 틀림없다.

그런데 돌이켜보면, 2012년에 열렸던 IAEC 즉 국제교육도시연합(International Association of Education Cities)는 ‘녹색 환경, 창조적 교육’이라는 주제 아래 창원에서 열렸고, 교육계의 올림픽이라 할 수 있는 대표적인 국제회의로 유네스코가 주최하는 ‘2015 세계교육회의’는 세계교육회의는 인천에서 열린다. 참으로 많은 것을 생각할 대목이다. 이것이 전부이지는 않지만 교육에 있어서 부산의 위상을 잘 보여준다. 그동안 대한민국 제2의 도시 부산은 세계적인 수준의 교육에 신경을 얼마나 썼는지, 부산 교육 안녕한 지를 물어보아야 할 때이다. 지금 교육과 관련된 세계적인 이벤트와 사업과 같이 세계적인 수준의 교육과 관련된 일에 신경을 쓸 때이고, 또 부산의 교육을 전국에서는 물론 전 세계에 내놓을 수 있는 것으로 특화하고 전문화하는 것에 고민하고 이를 위한 체제를 구축할 때이다. 근자에 와서 교육의 본질은 없어지고 급식이니 00학교니 하면서 형식에 얽메인 소모적인 논쟁에 너무나 많은 에너지와 재원을 낭비하고 있다. 미국대통령 오바마가 쓸모없는 논쟁(talk and talk)에 메달리는 길을 버리고, 계속 교육을 발전시키자고 주장하는 이유는 학업의 질을 높이고 중퇴자를 줄이는 교육 개혁이 미국의 경쟁력을 높이면서 사회적 병폐를 척결하는 비결이라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과 관련된 구호성의 공약이나 선정성이 농후한 선동은 거두고, 미래의 부산교육에 대해 보다 진지하게 고민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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