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송우
 부산문화재단 대표이사
 

지역문화진흥법 시행령이 오는 7월 이후 시행되게 되면, 우선 가장 큰 변화가 예상되는 영역이 생활문화 부문이다. 지역문화진흥법에서 강조하고 있는 항목 중의 하나가 생활문화의 진흥을 통한 국민행복의 실현이기 때문이다. 각 지역마다 사정은 다르겠지만, 시민들이 향유하는 일상적인 생활문화의 활성화에 큰 변화가 일어나리라 기대한다. 그러나 이러한 기대가 현실화되어 시민들이 일상에서 향유하는 생활문화가 풍요롭게 펼쳐지기 위해서는 다음 사항이 선결되어야 한다.

우선은 생활문화를 향유하기 위해 필요한 문화예술교육이 전제되어야 한다. 생활문화에 대한 개념도 정리되지 않은 시민들에게 일방적으로 생활문화 프로그램을 주입시키는 방식으로는 생활문화가 뿌리를 내릴 수가 없다. 그러므로 생활문화가 무엇이며, 왜 삶에서 생활문화가 필요한지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을 할 수 있는 근거를 시민들에게 우선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문화예술교육은 인간의 삶에서 문화예술이 지니는 의미와 가치, 그리고 어떻게 우리가 문화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지에 대한 근원적 사유를 가능하게 한다. 이는 달리 말하면 문화예술교육이 전제되지 않는 문화예술의 향유는 문화예술이 지닌 본질에 더 가까이 다가서기가 힘들다는 말이다. 교육을 통해서 문화예술이 지닌 본질에 한 걸음 더 쉽게 다가설 수 있다는 것이다. 문화예술교육의 궁극적 목적은 시민들이 문화예술의 가치에 눈뜨게 하고, 이를 바탕으로 문화예술을 주체적으로 향유할 뿐만 아니라, 나아가 문화예술의 생산자로서의 위치에까지 나아갈 수 있게 해야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지역 시민들에게 문화예술교육의 기회를 많이 제공해야 하며, 그 교육을 위한 프로그램을 체계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이 교육 프로그램은 각 문화예술 장르별로 세분화되어야 할 부문도 있지만, 문화예술이 지닌 총체적인 본질과 특성에 대한 이해를 토대로 연령별, 지역별로 특화할 필요가 있다. 우선 연령별로 유,초,중,고 학생들로부터 청년, 장년, 노년에 이르는 삶의 주기에 따른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이 수립되어야 한다. 연령층에 따른 문화적 욕구와 문화예술의 특성을 잘 융합하여 교육프로그램을 체계화해야 한다. 이 체계화 작업은 학교문화예술교육 시스템과 사회교육문화예술교육 시스템이란 두 방향을 잘 결합시켜나가야 하는 힘든 작업이다. 아직까지 이 두 모델을 융합시켜 제대로 현실화한 프로그램이 없기에 여기에는 많은 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그 지역의 특성에 기반한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이 정리되어 있지 않으면, 시민들의 생활문화의 진흥을 체계적으로 활성화시켜나갈 수 없다는 점에서 중요한 선결과제이다. 문화예술교육도 평생교육 차원에서 준비되고 시행되어야 그 교육적 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연령별, 세대별의 교육프로그램만으로 지역시민들의 문화적 욕구를 다 충족시킬 수는 없다. 생활문화란 그 향유주체가 지역을 토대로 하고 있기에 생활근거지를 중심으로 한 지역마다 특색있는 교육프로그램을 통해 지역특화를 실현해나가야 한다. 부산의 경우 우선 구단위로 생각해보면, 동래구, 남구, 해운대, 동구, 서구, 사하구, 북구 등이 똑같은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만들 필요는 없다는 말이다. 동래구는 부산의 전통문화의 뿌리를 지닌 지역으로서의 특성을, 동구는 부산의 원도심이란 원형적 이미지를 살려나가는 교육을, 해운대는 국제문화교류의 장을 여는 문화예술교육을 상정해볼 수 있다. 그렇다고 모든 지역에 문화예술교육이 특화만되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어느 지역에 관계없이 보편적인 문화예술교육 역시 마련되어야 한다. 보편적인 문화예술교육의 바탕 위에 그 지역마다의 특화된 문화예술교육이 마련되어야 한다.

그러면 이상과 같은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만 준비되면 지역의 생활문화가 바로 활성화될 수 있는가? 이는 역시 하나의 요소일 뿐이다. 이러한 교육을 위한 인재가 필요하고, 교육환경과 공간이 주어져야 한다. 무엇보다 이러한 문화예술교육을 받을 주민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주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런 프로그램 참여가 자발적이고 자생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이미 자생적으로 만들어져 활동하고 있는 시민들의 동아리를 중심으로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시작해보는 것이 가장 바람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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