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미르피아 오토캠핑장

금요일 저녁. 평소 같으면 시내 어느 식당에서 술잔을 기울이며 ‘불금’을 보낼 시간이지만 오늘은 가족과 함께 밀양으로 향하고 있다. 서산 너머 노을이 붉게 물들고 어둠이 내린 국도를 내달렸다. 그렇게 우리가 도착한 곳은 4대강 사업을 추진하며 조성한 미르피아 오토캠핑장이다.

정부에서 운영하는 몇 안 되는 캠핑장이기 때문에 주말 예약하기 쉽지 않은 곳이다. 하는 수 없이 공휴일이 아닌 금요일 밤을 잡은 이유도 별 반 다르지 않다.

관리소에 들러 우리가 예약한 사이트를 확인하고 캠핑장에 들어섰다. 자동차 헤드라이트가 강둑을 올라 넓은 캠핑장을 비췄다. 희미하게 보이는 사이트 불빛이 밤하늘의 별처럼 반짝인다. 텐트 칠 공간을 확인하고 서둘러 장비를 풀었다. 환한 대낮에 텐트 치는 것도 녹록치 않은데 짙은 어둠 속은 오죽할까 아이들에게 불을 비추게 하고 아내와 분주히 움직였다. 시간이 지나면 이런 것도 추억이 되겠지. 잠자리를 준비하다 보니 아차 에어매트를 빠트리고 온 게 생각이 났다. 혹시나 싶은 마음에 이리저리 주위를 둘러보아도 보이지 않았다. “오늘은 땅바닥과 더욱 친해지겠군” 전기담요라도 있어 다행이라며 위안 삼았다.

저녁을 먹고 가져 간 노트북에 아이들이 좋아하는 영화를 틀었다. 아이들이 영화 시청을 하는 동안 아내와 나는 산책을 했다. 머리 위로 별들이 쏟아질 것 같다. 도시에서 볼 수 없는 풍경에 둘 다 그 자리 멈춰 하늘만 바라보았다. 반짝이는 별들에 취해 자정이 넘어 잠자리에 들었다. 강가라 그런지 밤공기는 무척 차다. 침낭을 덮고 전기장판의 온기에 몸을 맡겼다. 그렇게 스르르 잠이 들었다.

평소 보다 이른 아침 잠에서 깼다. 역시 매트가 없었던 게 빠른 기상을 불렀다. 동쪽으로부터 희미하게 여명이 밝아 온다. 텐트에서 나와 들숨과 날숨을 크게 반복했다. 가슴이 시원해진다. 그래도 춥긴 좀 춥다. 추위에 떨었을 아내와 아이들을 위해 화로에 모닥불을 피웠다. 새벽에 맡는 장작 냄새는 아련한 향수를 불러 온다.

구수하게 끓인 청국장과 햇반으로 아침을 해결하고 캠핑장을 둘러보았다. 밤이라 몰랐던 미르피아캠핑장의 풍경이 펼쳐졌다. 넓은 잔디밭이며 잘 갖춰진 사이트, 편의시설이 여느 사설 캠핑장과 사뭇 다른 느낌이다. 캠핑장 중앙으로 4대강 자전거길이 이어졌다. 간간히 하이킹을 즐기는 사람들과 마주쳤다. 자전거를 가져 오면 좋겠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규모가 큰 오토캠핑장인 만큼 이용하는 캠퍼들도 많다. 캠핑카부터 다양한 캠핑 장비를 구경하는 재미도 솔솔하다. 그 중 노부부의 캠핑카가 유독 눈에 띄었다. 1톤 화물차를 개조해서 만든 캠핑카였다. 고가의 캠핑카에 비해 볼품없지만 왠지 정감 있는 모습이었다. 나도 은퇴하면 저런 캠핑을 즐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황혼 이혼이 그렇게 많다던데 지금부터라도 아내가 날 버리지 않게 잘 해야겠다. 혼자 다니는 오토캠핑만큼 외로운 것도 없으니 말이다. 울이삐(김지현 블로거) www.busanwhere.blog.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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