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사-동아대 공동기획] - (2) 감천문화마을, 주민들의 삶 나아졌나?

부산제일경제신문은 동아대학교 홍순구·이승태 교수와 함께 부산지역 재개발 및 재건축으로 인한 한계를 극복하고 도시전체에 활기를 불어 넣을 수 있는 도시재생프로젝트를 추진한다. 이번 도시재생 프로젝트를 통해 주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공동체를 형성하기 위해 이주일에 한번씩 게재하기로 했다.

공동가치창출(Co-creation) 대표 성공 사례
최종목표는 관광지인가? 명품 주거지인가?
지역주민과의 협력이 성공의 열쇠 

   
사진은 산비탈에 다닥다닥 붙은 집들과 알록달록 슬래브 지붕으로 인해 독특한 풍광을 자아내 ‘한국의 마추픽추’로 불리는 부산 감천문화마을.

주말이면 조용하던 부산광역시 사하구 감천2동에는 많은 방문객들로 북적인다. ‘한국의 마추픽추’, ‘한국의 산토리니’로 입소문난 감천문화마을을 보기위해서다. 예나 지금이나 노인층과 저소득층이 대부분이고 도심 속 오지라 할 정도로 생활환경이 열악한 달동네이지만 지난해 30만 명의 관광객이 다녀갔으며 지난달까지 20여만 명이 방문했다. 태극도 신도와 6·25 피난민들의 집단 거주지로 시작되었던 이 마을이 지금처럼 세상에 알려지게 된 것은 2009년 마을미술프로젝트사업인 ‘꿈을 꾸는 부산의 마추픽추’와 2010년 ‘미로미로 프로젝트’가 연이어 정부정책과제로 선정되면서부터이다. 예술가들이 주도한 이 프로젝트에 지역 주민과 지자체가 참여하면서 마을 곳곳에 조형물 10여점이 설치되었고 비어있던 빈집이 평화의 집, 빛의 집, 어둠의 집 등의 문화공간, 갤러리, 예술가의 작업실, 음식점, 북카페로 재정비되었다.

# 공동가치창출(Co-creation)의 대표적 성공 사례

감천문화마을이 이처럼 세상의 주목을 받게 된 이유 중의 하나는 주민, 예술가, 지자체가 공동가치창출(Co-creation) 과정을 통해 성공적으로 마을재생을 이끌었기 때문이다. 지리적 한계로 재건축 또는 재개발사업이 불가능해지자 차선책으로 낡은 집을 그대로 보존하면서 주민과 예술가, 지자체가 함께 협력하여 문화가 공존하는 마을로 변화시켰다. 예술가들이 아이디어를 내고 관계당국에서는 예산을 지원했으며 지역주민은 주민협의회를 구성해 마을재생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지역주민, 공무원 및 전문가들이 함께 주민협의회를 매월 개최하여 모아진 의견을 마을재생사업에 반영하고 있다. 주민협의회는 마을기업사업단, 마을봉사단, 홍보단의 3개 분야로 나뉘어 카페나 맛집 등을 운영해 수익을 창출하기도 하고 마을을 찾는 관광객들을 안내하거나 교통지도를 담당한다. 또한 마을 기자들이 마을신문을 만들어 마을을 홍보하고 있으며, 노인을 대상으로 한지공예품, 목공예품 등을 제작·판매하는 수익창출형 노인일자리사업을 추진하여 수익의 일부를 참여노인들에게 지급하고 있다. 주민, 예술가, 관계당국 등 여러 영역에 속한 주체들이 감천문화마을의 재생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위해 가치를 창출한 대표적 사례이다.

주민들의 불만도 많아그러나 이러한 마을재생사업에 불만인 주민도 많다. 필자들이 지난해 8월부터 수개월 동안 관련 연구를 위해 감천문화마을에 거주하고 있는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심층면접을 실시했다. 일부 주민들은 관광객들이 마을에 들어오면서 소란스러워졌고, 개인 사생활 침해가 심해지는 등 생활의 질이 오히려 떨어졌다고 불만을 토로하거나 민원을 제기하기도 했다. “사생활이 침해되는 불편을 겪지만 이에 대한 보상은 전혀 없다. 마을에서 해주는 것도 없는데 피해를 보면서 까지 관광객에게 잘 해줄 생각이 없다”, “마을재생사업을 누구를 위해 하는지 모르겠다.” “사람들이 많이 오니까 조용하던 마을이 시끄럽기만 하고 살기 더 힘들어졌다”, “구청은 주민에게는 아무런 소득이 없는 공사를 매일같이 그렇게 하는지 모르겠다” 뿐만 아니라, “같은 마을인데 어떤 집은 예술품으로 멋지게 꾸며주면서 본인의 집은 그런 지원을 해주지 않는다”는 등 형평성의 문제를 제기한다. 또 “생계에 급급한 주민은 생각도 하지 않고 행정기관들은 자신의 성과를 위해 일방적으로 사업을 밀어 붙인다”는 행정상의 문제도 제기했다.

이에 대해 관계 당국의 입장은 또 다르다. 마을의 발전을 위해 관계 공무원들이 마을을 위해 밤낮으로 일하고 있지만 정작 지역주민들의 관심은 마을의 이익보다는 개인의 이익에 있다는 것이다. 민원을 최소화하고 주민과 소통하기 위해 주민의견을 수렴하려 노력하지만 지역주민 모두를 만족시키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도 토로한다. 주민들은 관계 당국의 열정적 사업추진을 ‘밀어붙이기식 행정’이라고 오해하기도 하고, 관계 당국은 주민의 의견이 개인의 이익을 위한 의견이라고 판단하기도 한다.

# 감천문화마을의 최종목표는 관광지인가? 명품 주거지인가?

일본, 영국, 독일 등 국외의 성공한 마을재생 사례를 살펴보더라도 구성원 간의 갈등 없이 시작된 곳은 아무데도 없다. 중요한 것은 갈등의 원인을 정확히 찾아 주민, 관계당국, 전문가 등 공동체들이 어떠한 방법으로 갈등을 공유하고 치유하는 가이다. 감천문화마을의 경우 지금까지의 마을의 변화는 대부분 주민들이 살지 않는 곳이 대상이었다. 빈집이 예술작품으로 변화되었고, 골목의 빈 공간에 예술작품이 설치되었다. 지역주민의 눈에는 낯선 사람들이 가게를 열고 기념품이 될 만한 공예품을 판매한다. 골목은 정비되었고 벽면에는 아름다운 그림도 그려져 있다.

문제는 감천문화마을이 관광지인가 아니면 주거지인가의 인식의 차이에서 갈등이 시작된다. 감천문화마을은 이제는 부산의 대표적 관광지로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마을 주민들에게는 여전히 생활의 터전인 주거지일 뿐이다. 감천문화마을로 재탄생되는 동안 가난과 불편한 주거환경이 만들어 낸 상실감은 지금도 그대로이고, 육아, 교육, 노인문제 등도 치유되지 않은 상태이다. 부산발전연구원의 2011년 ‘교통취약지구 교통체계 개선방안 연구’에 따르면 부산에서 교통이 가장 취약한 곳이 바로 감천문화마을이 속한 사하구 감천2동이다. 대중교통, 주차시설, 도로 여건이 가장 취약하고, 경사도가 심해 보행환경 또한 심각하다. 도시가스와 하수처리시설도 매우 열악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감추어져왔던 자신들의 삶의 모습이 준비되지 않은 상태로 드러나는 것이 불편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미국의 심리학자 매슬로우(Abraham Maslow)의 욕구단계설(needs hierarchy theory)에 따르면 인간은 기본적으로 의식주와 안전의 문제가 해결되어야 자신의 존재를 인정받고 개인적 성취를 이루려는 긍정적인 동기가 순차적으로 형성된다.

이제는 주거하는 주민들의 삶의 변화에 집중할 차례이다. 감천문화마을은 보여 지는 곳이 아니라 엄연히 사람이 살고 있는 곳이다. 자신들의 삶을 가치 있게 여기고 마을을 위해 자신의 삶을 내어놓을 수 있도록 생활환경의 개선과 함께 개인에 초점을 두는 정책이 개발되어야 한다. 가난, 질병, 교육, 가족의 문제로부터 상처받은 주민들이 마을 공동체 속에서 치유되도록 적절한 프로그램도 요구된다. 감천문화마을이 관광객과 주민이 함께 문화를 공유하는 사람이 살만한 성공적인 도시재생의 모범지역으로서 거듭나기 위해서는 공유가치가 지속적으로 창출(Co-creation)되는 공동체적 협력방안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 지역주민과의 협력이 성공의 열쇠

지역의 공공문제 해결에 있어서 지역주민의 참여는 매우 중요하다. 지금의 감천문화마을도 주민의 참여가 없었다면 시작이 불가능했기에 부산의 도시재생사업의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모범사례(best Practice)로 볼 수 있다. 감천문화마을 재생사업이 성공적으로 지속되기 위해서는 지역주민의 참여가 절대적이다. 필자들이 인터뷰 과정에서 발견한 공동체 협력방안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마을재생사업의 주체가 마을주민임을 인식하도록 정책의 역량이 집중되어야 한다. 마을주민들이 마을사업을 ‘우리의 일’로 인식하고 주민인 내가 참여해야한다는 주체의식을 가질 때 개발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최소화할 수 있게 된다. 마을주민들이 자발적으로 공동체를 형성하여 마을커뮤니티가 복원되도록 도울 필요가 있다.

둘째, 마을재생을 위해 벌이는 사업에 대한 지속적인 이해를 구해야 한다. 주민들은 마을재생에 대한 필요성은 인식하지만 가시적이고 직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부족하다고 느끼고 있다. 또한 자신의 집 앞에서 벌어지는 공사가 왜 진행되는지, 어떤 목적인지를 모르는 경우가 많아 구청에서 일방적으로 추진한다고 생각을 하고 있다. 주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고 주민참여의 동기를 강화할 수 있도록 마을사업에 대한 충분하고 적절한 이해가 이루어져야 한다.

셋째, 주민들이 마을재생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다각화할 필요가 있다. 마을주민들이 마을사업에 적극참여하도록 SNS, 인터넷를 통한 온라인 의견 제안 등 다양한 참여방법을 강구하는 것이 필요하다. 넷째, 마을주민에게 이익이 될 수 있는 스토리텔링 기반 문화콘텐츠개발사업과 마을 주민들의 역량, 직업, 지역자원을 활용한 신규사업을 확대시켜야 한다. 한 해 관광객 30여만 명에도 불구하고 주민들의 소득 및 일자리가 거의 변화가 없다는 것은 문제이다. 현재 카페운영, 마을지도 판매, 노인일자리창출사업 등을 추진하고 있으나, 충분하지 않다. 시민참여 콘텐츠 아이디어 공모, 관광객들이 참여하고 경험한 내용을 반영하는 체험 공모전, SNS를 통한 문화마을 참여경험 등을 활성화하고, IT 기술과 접목해 지역주민의 소득증대에 기여할 만한 사업을 발굴해야 한다. 주민들의 역량과 직업적 특성, 지역자원을 신속히 파악하는 것도 급선무이다. 감천문화마을 재생사업은 일회성 사업이 아니라 지속적인 사업이다. 주민이 거주할 만한 곳, 주민과 관광객들이 대등한 입장에서 문화를 공유할 수 있는 곳, 지속 가능한 공유가치가 생산되는 장소가 되기 위해서는 주민과 지역전문가, 관계당국 등이 지금보다 더 고민하고 함께 참여하는 시간이 더 필요해 보인다. 감천문화마을이 문화를 공유하는 도시재생지역으로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감천문화마을이 갖고 있는 역량에 대한 공동체의 신뢰, 주민 스스로 참여에 의해 주거환경을 개선할 수 있다는 믿음도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지역사회도 근본적인 마을의 의식주의 문제, 안전의 문제를 해결하도록 적극적으로 의료, 육아, 교육, 봉사 등을 전개할 필요가 있다.

   

     홍순구 교수                             이승태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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