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의 역사 교사들이 함께 집필한 교과서 ‘마주 보는 한일사’가 3권 ‘한일 근현대사’ 편으로 12년 만에 완간됐다.

‘마주 보는 한일사’는 전국역사교사모임(한국)과 역사교육자협의회(일본)가 만든 한일 공동 역사교재다. 이들 단체는 2001년 일본의 역사 교과서 왜곡 논란을 계기로 교류를 시작, 2002년 공동 역사교재 출판에 합의했다.

이후 한국과 일본이 서로 이해하고 공존하는 미래를 만든다는 취지로 머리를 맞댄 끝에 2006년 선사시대~개항기 양국 역사를 다룬 1권과 2권을 출간했다.

근현대사를 다룬 3권은 8년이 걸려서야 나왔다.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 군 위안부 문제 등 현재진행형 현안들이 포함돼 길고 힘든 논의 과정을 거쳤다.

양국 교사들은 전자우편을 통해 상시로 원고를 주고받으며 의견을 나눴고, 방학 때마다 10차례 이상 서로 오가면서 편집회의를 열어 의견을 나눴다.

일부 사안을 놓고는 양국 교사들 간 의견이 충돌하면서 때로는 1박2일간 한 주제를 놓고 뜨거운 난상토론이 벌어지기도 했다.

3권에서는 양국 교사들이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전쟁범죄’라는 관점을 공유하면서 일본 정부 차원의 사죄와 배상이 미비하다는 데 공감하는 성과도 거뒀다.

책은 위안부 문제를 단순한 과거사로 서술하지 않고 전쟁과 여성 인권이라는 문제에 초점을 맞추면서 폭력에 맞서는 국제 연대를 강조했다.

그런 관점에서 한국의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콩고 내전 와중에 성폭력을 당한 여성들을 위해 설립하기로 한 ‘나비 기금’을 비중 있게 소개하기도 했다.

일본의 식민지배에 맞선 한국 민중의 저항, 전쟁과 제국주의를 반대한 일본 시민사회와 민중의 운동을 통해 평화와 인권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전후 한국의 민주화 운동과 일본의 반핵 운동, 일본 오키나와와 한국 대추리에서 벌어진 미군기지 관련 운동의 기록도 담았다.

다만 한일 간 가장 뜨거운 현안인 독도 문제는 양국 교사들의 견해가 첨예하게 맞서면서 결국 양국의 엇갈린 입장을 정리하는 선에서 서술됐다.

3권 집필위원들은 “가해와 피해의 근현대사를 함께한 한일 양국 시민들이 지나온 길을 함께 되돌아보는 것은 미래를 함께 설계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지난 10여년간 한일 양국의 역사와 관계, 우리 앞 세대의 꿈과 희망, 고통과 절망을 다시 보면서 화해와 공존 가능성을 찾아 나서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사계절. 376쪽. 1만9천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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