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현장칼럼]

   

 이일록 
 감만창의문화촌 프로그램 매니저
 

▲ 사람들의 일상에 주목

지난 4월 23일 칼럼에서 “청년 예술가 생존기” 라는 제목으로 현장에서 작업하는 예술가들이 겪는 어려움을 이야기하였다. 글에 대한 주변 지인들의 반응은 딱 두 가지로 나뉘어졌다. 문화나 예술과 관련된 분야에서 일을 하는 사람들은 현실을 잘 표현했다고 하였고, 다른 분야에 있는 사람들은 재미있는 내용이기는 한데 이해하기가 조금 어렵다는 것이었다. 반응을 듣고 조금 고민이 되었다. 내가 이 글을 쓰는 이유 중의 가장 중요한 것은 이 글을 읽는 문화예술과 관련이 비교적 적은 사람들에게 문화예술의 현실을 이해시키고 대화하기 위한 것인데 이해가 어렵다니 방향 전환이 필요하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주목한 것이 사람들의 일상의 모습이다.

▲ 일상에서 예술을 만날 수 있다면

일어나서 출근하고 종일 회의와 서류 작성에 시달리다 퇴근 후 친구 만나 맥주 한잔 하는 노동부 공무원인 내 친구의 삶에서 예술을 이야기 할 수 있을까? 예술을 만나는 것이 가능은 한 것일까? 시장에서 하루 종일 장사한다고 화장실 한 번 가기도 만만치 않는 좌판 할머니의 삶에서 예술의 흔적을 찾아는 볼 수 있는 것일까?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 자체가 어이없고 황당한 것인가.

이 문제를 진지하게 들여다보기 위해서는 예술을 장르가 아닌 가치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 지금까지 우리 사회에서 주로 이야기된 예술은 음악, 무용, 미술, 영화 등 주로 장르 중심적인 접근이었다. 이러한 접근은 관련된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는 “나는 예술을 한다”라는 자부심을 불어넣어 주었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예술은 나와는 거리가 먼, ‘저 멀리 안드로메다에 있는 사람들만이 하는 것!!’ 이 되어 버렸다. 예술에 대한 장르적 접근은 예술과 비예술이라는 극단적인 이분법의 환경을 만들어 버린 것이다.

혹시 최근에 문화회관에서 하는 클래식 공연에 가 본 적이 있는가. 내 주변에 있는 10명의 사람들에게 물어보면(대부분 문화예술과 관련된 환경에서 일하는 사람들임에도 불구하고) 공연장에 갔다는 사람을 1~2명도 찾아보기 힘들다. 그런데도 공연은 만원을 이루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시쳇말로 그들만의 리그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모 교수가 공연을 하면 제자들이 우루루, 모 단체가 공연을 하면 관련된 사람들‘만’이 우루루.

▲ 일상에서 예술 마주하기

그렇다면 예술을 장르가 아닌 가치로 접근한다는 것은 무슨 말인가. 어머니가 끊인 된장찌개를 한 숟가락 떠먹고 “우와, 오늘 찌개 맛이 예술이다”라고 말해 본 적이 있는가. 사직 야구장에서 이대호가 친 홈런을 보고 “짜식, 몸은 뚱뚱한데 폼 하나는 예술이네” 라고 말해 본 적이 있는가. 내 아이가 그린 한 장의 그림에 감동하여 “그림이 정말 예술인데” 라고 말해 본 적이 있는가. 말장난이라고 생각하는가. 그렇지 않다. 내가 살아가는 삶의 주변을 살펴보면 “예술이다”라고 할 만한 많은 것들이 ‘의외로’ 존재한다. 의외로 우리의 눈이 닫혀 버려서 그것들을 바라보지 못하고, 찾지 못하는 것뿐이다.

내 아이가 그린 한 장의 그림에서, 맥주집 사장님이 직접 그린 그림과 손 글씨가 있는 메뉴판에서, 누군가의 손길이 닿아 아름답게 가꾸어져 있는 우리 집 아파트 정원에서 예술은 존재하고 그 가치를 더하고 있는 것이다.

일상에서 예술을 마주하기 위해서는 특별한 재능과 노력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한 순간의 호흡과 관심이 그것을 가능하게 한다. 오늘 하루 집을 나서기 전 오늘은 어떤 예술을 만날 수 있을까를 기대하는 것 자체가 내 주변을 바라보게 하고 내 삶을 풍요롭게 해 줄 것이다.

※ 예술 : 미적 작품을 형성시키는 인간의 창조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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