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걸의 현대풍수] - (7) 재물과 건강을 부르는 집 구조

   

이동걸

풍수지리에서 등장하는 수맥의 정체는 도대체 무엇인가. 과학적으로 표현하자면 ‘여러 요인으로 인해 지자기(地磁氣)가 교란돼 있는 지반’을 말한다. 수맥은 어떻게 파악하는가. 수맥 있는 곳은 다른 곳에 비해 지자기가 상대적으로 높거나 낮게 나타나므로 이를 이용,탐지할 수 있다.

결국 지자기 교란 현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 풍수의 수맥이랄 수 있겠다. 당연히 이게 있으면 흉당이고 없으면 명당이 된다. 왜냐하면 명당의 지하구조는 어떤 형태로든 흠결(欠缺)을 가졌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명당이나 혈의 경우, 명백히 안정적이고 균형 잡힌 지형 구조를 갖고 있다. 이를 전제로 한다면 풍수에서 등장하는 수맥은 ‘땅 밑의 모든 구조적 흠결’을 지칭하는 용어라고 봐야 한다. 결국 이로 인해 지하에서 총체적인 나쁜 기운이 파생된다고 해석할 수 있다. 그래서 이 영향을 받는 사람들의 경우, 건강이 나빠지지 않을 수 없게 된다고 한다.

지자기 교란과 지하수는 엄연히 다르다. 지하수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먼저 지표 밑의 물로는 토습수,모세관수,중력수 등이 있다. 토습수는 식물을 자라게 한다. 모세관수는 토양 입자에 의해 형성된 모세관에 잡혀 있는 물이다.

   

깨지거나 불안정한 지반에 나타나는 자력분포의 모양

중력수는 지구 중력 때문에 토양층을 통과하게 된다. 토양층을 통과한 물은 흙 입자 사이나 암석에 존재하는 빈틈인 공극(空隙)들로 이동한다. 그리고 이 빈 공간은 마침내 물로 채워지는데 이게 지하수다. 바로 ‘땅속의 물’이다.

지하수가 존재하는 부분을 포화대라 하는데 지하수가 모든 공극을 점유하므로 토양의 공극률은 지하수 양에 대한 척도가 된다. 포화대 바로 위층은 모세관 현상으로 위로 상승한 수분으로 젖는다. 이게 모세관수대다.

토양수대와 모세관수대 사이에는 중간수대가 있다. 토양수대를 통과한 침투수는 중간수대를 거쳐 모세관수대와 포화대에 이른다. 포화대에 관입한 우물의 수위가 지하수면이다.

수맥은 어떤 지형에서 생기는가. 균열(龜裂·cleavage·fissure),단층(斷層·faults),파쇄대(破碎帶·fracture zone),공동(空洞·voids) 지층 경계(strata boundaries) 등과 같이 암반의 구조적 결함이 있는 곳에서 생긴다. 암반이 갈라져 있는 균열이거나 단층과 단층이 엇갈려 있는 모양이다.

단층의 변화도 여러 가지다. 단층면의 상반이 하반에 대해 흘러내린 경우(正斷層),단층면 상반이 하반 위로 올라간 것(逆斷層),단층면을 끼고 상대 쪽의 지괴가 좌나 우로 움직인 것(水平斷層),회전운동에 의해 일어난 변위(이음매 단층) 등이 그 예다.

단층면이 특정 범위 안으로 밀집한 단층대에서는 암석 파괴가 여러 번에 걸쳐 일어나 파쇄암이 만들어진다. 이 중에서 파쇄가 집중된 곳을 단층 파쇄대 또는 파쇄대라고 부른다.

이런 암반들의 구조적인 여러 약점이야말로 물과 바람을 통하게 해 나쁜 영향을 미치게 만든다. 이게 흉당의 전형적인 형태다.

   

기존 수맥이론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수상도시 베니스

지층의 경계는 지층에 대한 자속밀도(또는 자력)의 투자율이 다른 것으로 파악할 수 있다. 암석은 그 종류에 따라 성질과 형태 및 구조가 다르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퇴적암 지층은 각 층들이 차례로 쌓여 시루떡 같은 구조를 갖고 있다. 지층의 경계는 거의 평행으로 나타난다. 화성암이나 변성암은 불규칙적인 형태의 경계면을 가진다.

영남대 이문호 교수는 ‘공학박사의 음택풍수 기행’(영남대 출판부 간)에서 이른바 일반적으로 수맥이라고 풍수지리에서 막연히 사용하는 것에 대해 명쾌하게 결론을 내려주고 있다. 이것에 따르면 ‘지하 수맥은 실제로는 없으며 하나의 관념일 뿐’이란 것이다.

결국 수맥에 대한 과학적 접근을 해야 우리나라의 숱한 매립지 도시나 취락지, 베니스나 암스테르담 등 세계 곳곳의 수상도시의 존립과 번창에 대한 설명이 가능해진다. 다시 말해 단순히 땅 밑에 물이 있다고만 해서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다. 물과 바람이 수시로 침투할 수 있는 구조적 흠결을 가진 땅 밑 불안정한 지반이 바로 문제인 것이다.

이것을 간과하고 풍수지리에서 ‘땅 밑을 흐르는 물’이 바로 수맥이라고 주장하는 수맥전문가들이 혹시라도 있다면, 이들이야말로 지반에 대한 과학적 접근과는 거리가 멀뿐만 아니라 심지어 혹세무민하는 풍조로 풍수지리를 혼탁하게 만드는 일을 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저작권자 © NBN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