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지역 No.1] -형설야학교

   
 

부산 사하구 괴정동에 있는 형설야학교(이하 형설야학)는 무료로 검정고시를 가르치고 있는 학교다. 지하 1층에 위치한 이 학교에서는 수업을 가르치는 선생님보다 학생들이 나이가 더 많다. 학생들의 대부분이 50대 이상의 여학생이기 때문이다.

1980년에 개교한 형설야학은 현재 한글반·초등반·중등반·고등반 4개의 반을 운영하고 있다. 매주 월~목 오후 7시부터 10시까지 어린 선생과 나이 많은 학생이 형설야학에서 만난다. 40여명의 학생들은 매년 4·8월에 있는 검정고시에 합격하기 위해 책상 앞에서 책을 펴고 연필을 손에 잡는다. 수업이 끝나면 학생들은 집으로 돌아가 엄마와 할머니가 된다.

이들은 모두 과거 어려운 집안사정 등으로 인해 배움의 기회를 놓친 분들이다. 여자는 학교에 갈 필요가 없다는 가정에서 자랐고 자식 뒷바라지를 하면서 힘들고 바쁜 하루하루를 보냈다. 뒤늦게 학교를 찾은 이유는 다양하다. 한글을 읽고 싶어서, 자격증을 따기 위해서,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서, 자식에게 떳떳하고 싶어서.

형설야학에는 현재 15명의 교사가 있다. 대부분이 부산에서 재학 중인 대학생들이다. 이 중 2명은 현직 초등학교 교사고 직장에 다니고 있는 교사도 있다. 모두 나이 많은 학생들을 가르치고 싶어서 무료로 봉사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다.

   
 

교사 한명당 일주일에 2회 이상 이곳으로 저녁출근을 한다. 이들은 돌아가면서 모의수업을 진행하고 서로 교정을 해주면서 보다 좋은 수업을 위한 준비를 한다. 가장 보람 있었던 때가 언제였냐는 질문에 대학생 교사는 “제가 손수 한글을 가르쳐드린 할머니께서 삐뚤삐뚤한 글씨로 감사의 편지를 건네주셨을 때”라고 대답했다.

형설야학은 무료로 운영되고 있는 만큼 경제적 여건이 부족한 실정이다. 월세 20만원을 내고 학생들에게 책과 필기구 등을 제공하면서 빠듯한 살림을 이어나가고 있다. 현재 교육청과 사하구청에서 연간 200만원씩의 지원금을 받고 있지만 학교운영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이마저도 매년 지원이 확정되는 것이 아니라서 모자란 예산은 교사들끼리 십시일반으로 충당하곤 한다. 지하의 탁한 공기가 어른들의 호흡기에 좋지 않은 점이 마음에 걸린다고 교사들은 안타까워한다.

형설교사들은 검정고시 접수 뿐 아니라 시험 날 시험장까지 찾아가서 학생들의 합격을 진심으로 응원한다. 매년 6월에는 대외적으로는 형설야학을 알리고 내부적으로는 선생과 학생들 간 유대감을 느낄 수 있는 교지 ‘반딧불이’를 발간하고 있다. 야학에서의 추억, 사진, 인터뷰, 편지, 각오 등 다양한 종류로 구성된 교지는 대외적으로는 형설야학을 알리고 내부적으로는 선생과 학생들 간 유대감을 느낄 수 있는 소중한 학급문집인 셈이다.

10월에는 검정고시에 합격한 학생들을 위해 졸업장을 제작해 수여하는 졸업식이 열리며 크리스마스이브에는 1년 동안 수고한 선생들과 학생들이 한자리에 모여 작은 파티를 가지며 책걸이를 한다.

낡은 책걸상에서 늦깎이 공부를 시작한 학생들에게 형설야학은 인생의 한 발을 내딛게 해준 참스승이다. 가족과 같은 분위기에서 형설야학 사람들은 진정한 사제지간의 사랑을 나눈다. 형설야학 교사들은 앞으로도 많은 학생들이 어려운 환경에서 학업에 도전할 수 있도록 부산 시민들의 많은 관심과 격려를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저작권자 © NBN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