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현동 KNN 프로야구 캐스터

올스타 휴식기를 5위와 3경기 차로 벌린 채, 4위를 지키며 보낸 거인군단. 지난 해 초대받지 못 했던 가을야구를 향한 순항을 이어나간 전반기였다. 기대 이상의 성적이자 3경기 차의 여유를 남겼기에 롯데 자이언츠 선수단은 기분 좋게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돌아왔다. 그러고 나서 맞이한 후반기. 1위팀 삼성 라이온즈, 라이벌 LG 트윈스, 그리고 5위팀인 두산 베어스와의 9연전. 운명의 9연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중요한 후반기 출발. 하지만 그 시작은 그리 좋지 못 했다.

어느덧 승률 5할까지 떨어지고 만 거인군단이다. 5위 자리를 두고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는 KIA 타이거즈, 두산 베어스와의 간격도 3경기 차 이내로 좁혀졌다. 롯데가 4위 자리를 불안하게 지키고 있는 형국이다.

가장 큰 이유로 선발투수들의 부진을 꼽을 수 있겠다. 7월 한 달 동안 롯데 선발투수들의 평균자책점은 6.75였다. 7.22로 리그 최하위를 기록한 SK와이번스의 바로 앞자리인 8위였다. 선발진이 동반 부진에 빠진 가운데 제 역할을 해낸 건 막내 홍성민 뿐이었다. 홍성민은 2경기에 선발로 출격해 10과 ⅓이닝을 던져 소중한 2승을 따냈고, 평균자책점 1.74를 기록했다. 그에 반해 리그 정상급이라고 불렸던 유먼, 옥스프링, 장원준, 송승준은 모두 6점대 이상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7월이었다. 특히 유먼은 평균자책점 9.14로 이름값을 전혀 해내지 못 해, 팬들의 걱정과 근심이 날로 커져가고 있다. 

사실 롯데 선발투수들의 부진은 6월부터 어느 정도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전반기에는 타선의 집중력과 불펜 투수들의 활약으로 4위를 지킬 수 있었다고 본다. 선발진과는 달리 불펜진은 6월 평균자책점 3.59를 기록하며, 9개 구단 불펜 중 1위를 차지했다. 시린 이를 잇몸으로 겨우 버틴 셈이다. 

잘해줬던 불펜 투수들조차 7월이 되자 조금씩 힘을 잃기 시작했다. 그 후 맞이한 후반기 첫 3연전. 미리 보는 가을야구였던 삼성 라이온즈와의 3연전. 부활이 필요했던 선발진은 여전히 답답했고, 특히 2차전은 선발 크리스 옥스프링이 3이닝 동안 9피안타 1볼넷 2탈삼진 7실점한 뒤 조기 강판됐다. 상대 에이스 장원삼을 일찍 무너뜨렸지만, 타선에 응답을 못 해준 옥스프링이었다. 결국 팽팽했던 8 대 8의 경기를 15 대 12로 내주고 말았다.

롯데의 부진으로 자연스레 4위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8월이 찾아오기도 전에 가을야구 막차를 타기 위한 4위 싸움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느낌이다. 현재 상위 세 팀은 안정권이라고 볼 수 있다. 선두 삼성의 목표는 4년 연속 통합우승 뿐이고, 여전히 질주 중이다. 2위 넥센과 5경기 차 정도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는 부동의 1위다. 넥센과 자리 교환을 수시로 하고 있는 NC는 5위권에 9경기 정도 앞서 있어, 5위까지 떨어질 가능성은 적다고 본다. 포스트시즌에 나갈 세 팀은 거의 정해진 셈이다.

결국은 4위 한 자리만 남았다. 그리고 그 자리의 주인은 아직 알 수 없다. 롯데가 4위에 올라 있지만, KIA와 두산의 상승세가 만만치 않다. 게다가 탈 꼴지에 성공한 LG마저 양상문 신임 감독 효과로 쭉쭉 치고 올라올 기세다. 전반기 마지막 시리즈에서 삼성에 전승을 따낸 LG 트윈스다. 이 와중에 롯데가 후반기 첫 시리즈에서 삼성에 위닝시리즈를 내주며 따라오는 팀들에게 추격의 기회를 내주고 말았다. 이제는 맞대결을 펼치면 한 번의 시리즈에서 순위가 뒤집힐 수도 있는 격차다.

거인군단 입장에서는 두산과의 홈 3연전이 굉장히, 정말 굉장히 중요하다. 두산의 경우 새롭게 영입할 외국인 투수와 후반기부터 5선발로 낙점된 김강률의 활약 여부가 관건이다. 송일수 감독은 타선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고 있는 눈치다. 내일부터 펼쳐지는 두 팀의 3연전이 후반기 초반 4위 싸움, 어쩌면 두 팀 중 한 팀이 4강 티켓을 예약하는 시리즈가 될 가능성도 크다. 

더 말해 무엇 하겠는가. 내일부터 롯데 팬들과 전국의 야구팬들의 시선이 사직구장으로 쏠릴 것으로 기대된다. 많은 이들의 기대를 충족시킬 팀은 어느 팀일지. 우세 3연전은 물론이고, 시리즈 싹쓸이까지 따낸다면 얼마나 좋을까. 물론 이 시리즈의 주인공은 롯데 자이언츠가 될 것이다. 그래야만 한다. 진격하라, 거인군단이여. 오직 가을야구만을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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