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문턱에서]

   

  최선미
  통역가
  부산과학기술대학교 강사

우편함에는 우편물로 가득하나 어느 것 하나 손으로 정성스럽게 적어서 보낸 우편물은 하나 없다 모두 청구서와 안내우편, 광고물로 가득하다. 시대의 흐름이라고 해도 편지를 받아 본 적이 너무나 아득한 옛날처럼 느껴지는 것은 세월의 변화이다. 모든 우편물들이 전자 우편이나 이메일 , 문자, 무엇보다 더 핸드폰의 보급으로 편지보다는 전화로 안부를 묻는 것은 당연한 것처럼 느껴진다.

자녀들이 어릴 적에는 학교에서 의무적으로나마 부모님의 날이나 생일 등에는 우표 없는 편지라도 적어 주더니 이제는 의무적인 편지마저 받지 못할 만큼 자라고 말았다.

내가 어릴 적에는 학교에서 국군아저씨께 위로편지를 보내곤 했는데 벌써 아들이 군대 가서

나라와 부모에게 충성과 효도를 다 할 것 같은 눈물어린 편지를 보내더니 그것도 제대를 앞두고 나서는 편지 대신 전화로 안부를 묻고 말게 되었다.

편지는 마음 설레게 하는 행복함이 있는데 요즈음 사람들은 첫사랑이나 사랑을 무엇으로 자신의 마음을 담아 보내는 것일까? 감사의 마음이나 미안한 마음들을 무엇으로 표현을 할까? 아무리 시대가 빨리 변하고 편리한 세상과 빠르고 신속한 것이 좋다고 하지만 변하지 않는 것들은 없는 것일까? 꼭 편지여야만 한다는 생각은 아니지만 하얀 종이 위에 자신의 마음들을 정리하고 적어 간다는 것, 지우고 다시 적어 내려가며 자신의 마음을 정리해 보는 시간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은 아닐까?

많은 언어들은 오고 가지만 남는 것이 없다. 그러나 문자나 편지는 오랜 추억과 기억으로 남을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편지란 국어사전이나 편지형식으로 본 다면 쓴 목적이 뚜렷해야 하고 상대방이 정해져 있어서 그 대상이 분명하여야 하며 일정한 격식이 있어야 한다.

또 한 편지의 종류나 상대에 따라 글의 표현 방법 그리고 실용적인 글이라는 것이다.

일본 모 방송 프로그램 중에서 당신은 소중한 편지를 가지고 있습니까? 라는 코너에서 길거리 일반인에게 묻고 그 편지를 찾아서 가정을 방문하거 나 편지 주인공들을 만나보는 프로그램이었다. 처음 연애 할 때부터 주고받았던 편지와 결혼 후 남편이 보냈던 편지들을 모두 모와 두었던 어느 부부의 사랑이야기, 자신만이 사랑받지 못하였다고 생각해서 방황하고 반항하고 사고 쳤던 딸이 엄마의 편지 한 통을 받고 마음이 변화 되었다는 편지, 그 편지를 읽으면서도 지금도 눈물을 글썽이던 중학교 여학생, 무엇 보다 더 이혼의 아픔을 딛고 재혼한 딸에게 보냈던 친정엄마의 편지를 액자 까지 해서 소중히 보관하였던 딸과 친정엄마의 만남을 통하여 더욱 사랑을 확인해 가는 프로그램을 보면서 나는 소중한 편지를 가지고 있는가? 라는 생각을 갖게 하였다.

사람들은 듣는 것보다는 말하는 것에 익숙해 졌다고 말한다. 말하는 것은 쉽지만 어쩌면 표현 한다는 것은 더 어렵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마음에 두고 표현 하지 못하였다면 오늘은 하얀 백지 위에 그 마음을 담아 우표를 붙여 정성스럽게 보내 보는 것은 어떨까?

보통 우표 값이 얼마인지 빨간 우체통 자체가 점점 없어지고 있으니 세월의 변화 앞에서 우리도 변화 되어 가야 하겠지만 사랑과 우정 감사와 미안한 마음, 위로와 격려의 말들을 편지로 보낸 다면 받는 이들도 보내는 이들도 모두 마음이 행복해 지지는 않을 까? 라는 상념에 적어 본다. 이러한 소중한 편지들을 지금도 가지고 있는 분들은 행복한 사람임에 틀림이 없을 것 같다.

손으로 정성스럽게 받아 본 편지는 최근에 있는가? 또 한 정성스럽게 적었던 편지는 있는가 사랑하는 가족에게 못 다한 말들을 오늘은 글로 표현을 해 볼까나 그동안 인사를 하지 못하였던 이들에게 안부나 전해 볼 까나 일본처럼 한 해 두 번 보내는 약간은 형식과 의무적인 신년엽서와 쇼추엽서 즉 여름의 안부엽서를 보내는 것처럼 잊고 살았던 이들에게 안부나 전해 볼까나 어쩜 이메일 주소는 가지고 있어도 살고 계시는 주소나 제대로 알고 있는지 내 자신부터 되돌아 봐야겠다.

오늘도 우편함의 청구서만 내 손에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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