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를 맞아 바닷가를 산책하는 것도 좋지만 그림과 사진이 있는 조용한 전시장을 거닐며 사색의 시간을 갖는 것은 어떨까. 뜨거운 여름 부산을 찾은 전시들을 둘러보자.

◇ 류회민 먹그림

▲전시기간 : 8월 1일~30일

▲전시장소 : 미광화랑 (수영구 민락동)

▲문의전화 : 051-758-2247

현대에 들어 다양한 재료와 현란한 시각적 이미지가 넘쳐나는 시각예술에서 ‘먹’만으로 작업하는 작가를 찾기란 쉽지 않다. 한국화가 미술계에서 크게 주목받지 못하는 요즈음 먹그림으로 묵묵하게 자신의 길을 가는 <류회민 먹그림展> 열린다. 작가는 전통을 고수하면서도 자신만의 색깔을 가지고 있다. 수묵의 농담을 조절하여 표현하는 기존 방식에 안주하지 않고 먹을 갈아 물을 섞지 않은 초묵(焦墨)을 사용한다. 끈적끈적한 먹을 종이 위에 쌓아 올리는 방식이다. 새카맣게 보이는 그의 수묵화는 전통적인 수묵화와는 전혀 다른 느낌으로 ‘먹으로 그린 현대풍경’ 이미지다. 종이 위에 먹이라는 재료는 한국화이지만 기법은 현대화이다.

늘 지필묵을 들고 산을 오른다는 작가는 부산근교의 풍경을 스케치하고 그만의 먹 사용법으로 재구성한다. 주로 부산의 풍경을 소개하는 이번 전시는 지난해 성곡미술관에서 선보였던 4m가 넘는 작품인 ‘8월의 강’과 ‘통영’을 비롯하여 ‘산’ 등 주로 대작 위주다. 이외에도 신작 ‘빈배’, ‘산이 아프다’ 등을 포함한 15점을 전시한다.

   
류회민, ‘계곡’, 2014
 
   
류회민, ‘통영’, 2013

◇ 일식 Eclipse

▲전시기간 : 7월 16일~8월 14일

▲전시장소 : 예술지구 P (금정구 회동동)

▲문의전화 : 070-4322-3113

국내외에서 주목받는 사진작가 조습의 개인전 <일식>이 열린다. 자본주의 사회의 야만적 현실을 특유의 유머와 야유가 뒤섞인 화면으로 표현하는 작가다. 강한 시각적 여운을 남기는 그의 작품은 현대미술이 고상하고 진지하며 난해하다는 인식을 뒤집어 버린다. 유치하고 천박한 표현법으로 세상을 조롱하고 야유한다.

이번에 전시하는 작품은 모두 ‘달타령’ 시리즈다. 2012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달타령’ 연작은 시간상으로는 밤을 배경으로 하고 공간적으로는 비무장지대를 상징한다. 작가가 표현하는 비무장지대는 현실적 공간이기도 하지만 이념적 공간이기도 하다. 국가, 반공, 민족을 무기로 내세우는 권위를 조롱하는 것을 넘어서서 일상에 침투한 거대하고 탐욕스러운 권력을 풍자한다.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조습 특유의 인물이나 학을 제외하며 풍경은 사람의 손이 닿지 않은 태초의 공간으로 느껴진다. 그러나 처연한 밤 풍경에 해학적인 등장인물들이 대비되며 그의 사진은 강렬하고 독특하다.

   
조습, ‘숲길’, 2013
 
   
조습, ‘파도’, 2013

◇ 촌스러운 사진 곁

▲전시기간 : 8월 1일~12일

▲전시장소 : 부산진구청 백양홀 갤러리

▲문의전화 : 010-5880-1947

각 지역에서 발간되는 문화예술 잡지사들로 구성된 ‘전국지역문화잡지연대’가 주최하는 전국순회 사진전이 열린다. 기획사진전 <촌스럽네-곁>은 각 잡지에 실린 사진 80여 점으로 구성되어있다. ‘촌스럽네’라는 주제를 각자의 시선에서 풀어내며 지역성과 잡지의 성격을 살린 전시다. 지난 4월 서울시민청갤러리에 이어 두 번째로 부산을 찾은 전시는 부산문화예술잡지 ‘함께가는 예술인’이 주관한다. 부제 ‘곁’은 이웃의 곁에 있는 사진, 관계로 표현한 사진이라는 의미다.

낯모르는 아이들이 아프거나 고통에 처해 있을 때, 아픔을 공감하고 눈물을 훔치는 것은 멀리 있으면서도 곁에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서로 멀리 있지만 바로 곁에서 서로의 삶을 지탱한다. 사진은 대상을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대상과 더불어 있는 것이다. 사진을 통해 공통의 삶을 매만지는 계기가 되고자 하는 전시다.

   
전라도지역 - 전라도닷컴, ‘소얼굴’
 
   
부산 지역 - 함께가는 예술인, ‘대동굿’

◇ 호주 작가 Ken Done 전

▲전시기간 : 7월 4일~8월 17일

▲전시장소 : 조현화랑 (해운대구 달맞이길)

▲문의전화 : 051-747-8853

호주를 대표하는 작가 <캔 던 개인전>이 해운대에서 열리고 있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 공식 엠블럼을 디자인하였으며 예술, 디자인, 관광 부문에서 국가훈장을 받았다. 호주국민의 큰 사랑을 받는 캔 던은 호주의 상징적 작가이다. 예술가의 풍부한 감각 중 일부를 대중을 위해 써야 한다고 생각하는 그는 순수예술가로써의 역할과 함께 예술의 대중화에 힘쓴다. 관람객이 작품에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으로 접근한다. 다수의 공공 프로젝트와 기업과의 협업작업 그리고 캔던갤러리 운영 등을 통해 많은 사람이 예술과 가까워지도록 노력한다.

BMW와 함께한 Art car 콜라보레이션, 시드니 파워하우스 뮤지엄의 가든 레스토랑을 위한 아트 프로젝트 등 다양한 분야의 작업에 참여했다.

국립 예술학교에서 미술을 전공한 그는 광고 디렉터로 대성공을 거두지만 40대에 전업 작가로 전환하여 호주, 영국, 일본, 미국에서 50회가 넘는 개인전을 개최했다.

   
캔 던, ‘ Leopard Coral’, 2014
 
   
캔 던, ‘collection’, 2012

◇ 아프리카 조각전

▲전시기간 : 7월 30일~8월 5일

▲전시장소 : 해운아트갤러리 (해운대구 달맞이길)

▲문의전화 : 051-742-2211

현대미술의 원천이라는 아프리카 <쇼나조각 특별전>이 열린다. 부산에서 쇼나조각을 감상할 수 있는 흔치않은 기회다. 쇼나조각은 짐바브웨 조각 공동체 ‘텡기넨 게’에서 시작하여 현대 조각의 한 흐름을 형성하고 있는 대표적인 제3세계 미술이다. 기원전부터 독특한 석조문명을 이룩한 짐바브웨의 70%를 차지하는 부족의 이름이 쇼나(shona)였다. 돌의 본성에 영적으로 접근하며 아프리카 토착문화의 역동적 생명력을 표현한다. 전통과 현대의 조화를 이루어내며 1950년대부터 주목을 받았다. 쇼나작가들은 스케치하거나 밑그림을 그리지 않고 정과 망치, 샌드페이퍼만으로 돌을 다듬어 제작한다. 일일이 손으로 작업하는 것이 특징이다.
김현정 기자 khj@busan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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