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 백화점 지역업체 입점 4.6%
부평깡통시장, 수익 40% ↓예상

부산지역 대형 유통기업들이 전통시장과 골목가계 등 뿌리경제를 무너뜨리면서 수조원의 이익을 내고 있지만 정작 지역경제 기여도는 거의 낙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부산시가 유통공룡인 대형 유통기업들의 역외자본 유출 예방과 지역기여도를 높이기 위해 임의적으로 현지법인화를 유도하는 조례를 전국에서 처음으로 제정할 계획으로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31일 부산시에 따르면 부산에서는 롯데백화점 4개 점 등 모두 4개 백화점이 7개 점포를 운영하며 지난해 3조1,653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대형마트도 롯데 등 7개 기업에서 34개 점포를 운영 중이며, 기업형슈퍼마켓(SSM)는 롯데와 GS 2곳이 영업하면서 지난해 모두 1조9,510억원어치를 팔았다.

그러나 이처럼 지역에서 막대한 돈을 벌어들이는 대형 유통기업들의 지역 기여도는 낙제수준을 면치 못했다.

롯데 등 4개 백화점의 점포에 입점한 지역업체 비율은 평균 4.6%에 그쳤고, 지역업체 매출 비중은 그보다도 못한 2.6%로 미미한 실정이다.

한 백화점의 205개 입점업체 가운데 지역업체는 고작 1.5%인 3개뿐이었다.

매년 수조원의 매출을 올리는 대형 유통업체들 가운데 판매대금을 일부나마 지방은행에 예치하는 곳은 5곳, 1년 이상 장기로 맡기는 것은 3곳에 그칠 정도로 지역자본을 빨아들여 역외로 유출하는 ‘블랙홀’로 지탄받고 있다.

지방세 납세실적 역시 쥐꼬리 수준으로, 전체 조사대상 대형 유통기업들이 지난해 낸 부산시 등에 낸 지방세는 고작 251억원이었다.

부산의 전통시장인 부평깡통시장 상인들은 지난 28일 문을 연 롯데마트 광복점을 폐쇄하라며 1인 릴레이 시위에 나섰다.

김종열 부평깡통시장 상인회장은 “깡통시장 점포 1,500곳 가운데 480여 개가 농수산물을 취급하는 영세가게인데, 롯데마트 개점으로 생계에 위협을 받게 될 처지에 놓였다”면서 “개점 첫날인 28일 하루 동안 상인들의 수익이 40%나 떨어지는 등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부산시는 대형유통점의 현지법인화를 위해 신규등록 대형유통점에 대해서는 ‘의무적 현지법인화’를, 기존 유통점은 ‘임의적 현지법인화’를 유도하는 조례를 개정할 계획이다.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대형유통점의 의무적 현지법인화를 추진하는 곳은 부산시가 처음이어서 다른 지자체의 비상한 관심을 끌 것으로 보인다.

박인호 부산경제살리기시민연대 공동대표는 “대형 유통기업들이 지역 공략을 가속화하고 있지만 지역과 함께 성장하고 지역에 기여하겠다는 의지는 여전히 보이지 않는다”라고 지적하고 “유통기업들의 자발적인 상생노력과 지역사회 기여가 어렵다면 법제화를 통해서라도 이를 강제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고 전했다.

김민수 기자 kms37@busan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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