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스 칼럼]

   
   최평윤 세무사
   경영학 박사
 

우리에게 한없는 감동의 메세지를 남겼던 프란치스코 교황이 우리나라를 떠나고 나서 3일후인 21일, 신임 임환수 제21대 국세청장이 취임했다.
교황과 국세청장이라는 본질적으로 전혀 다른 두 개념이 이 시점에서 서로 오버랩되어 영상이 겹치는 것은 무슨 이유에서 일까.
만약에 프란치스코 교황이 신임 임청장에게 덕담을 했다면 무슨 말을 했을까하는 상상을 해본다.
임청장은 두가지의 사자성어와 10여 가지의 국세행정 역점방향을 제시하였다.
첫 번째 사자성어는 균공애민으로서 조선시대 영조가 나라곳간을 담당하던 호조에 내려준 현판에 나오는 글로서 세금을 고르게 하여 국민을 사랑하고 씀씀이를 절약하여 힘을 축적하라는 의미의 균공애민 절용축력(均貢愛民 節用畜力)에서  인용하였다
두 번째 사자성어는 약팽소선으로서  춘추시대말엽  노자도덕경에 나오는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작은 생선을 삶는 것과 같다는 의미의 치대국 약팽소선(治大國 若烹小鮮)에서 인용한 말로서 작은 생선을 익게 하려고 자꾸 뒤집으면 오히려 생선살이 부서진다는 의미이다.
전임 20명의 청장들도 모두다 취임사에서 공평과세를 포함한 훌륭한 정책과 각오를 다짐했으나, 퇴임하는 뒷모습이 아름다웠다는 청장은 그리 많지 않아서 인지 신임 임청장에 대한 바람과 기대가 한없이 크다.
태초부터 인간의 역사와 같이한 세금, 세금 때문에 선과 악이 발생하기도하고 사람이 죽고살기도 했고 세금 때문에 전쟁이 일어나기도 했고 백성과 국왕이 극단으로 대립하여 국왕이 물러나기도 했고 국가의 독립전쟁이 일어나는 도화선이 되기도 했으며 프랑스 대혁명 등 사회적 혁명이 일어나는 단초가 되기도 했다.
예기(禮記)에는 다음과 같은 고사가 있다.
공자가 제자들과 태산기슭을 지나가고 있는데 한 부인이 무덤 앞에서 슬피 울고 있었다.
공자는 제자인 자로에게 그 까닭을 묻게 하였다. 오래전에 시아버님이 호랑이에게 물려 죽었고, 남편 또한 변을 당하였으며, 이번에는 아들마저 호랑이에게 목숨을 잃게 되었다는 사연이었다. 그런데 왜 이 곳을 떠나지 않느냐고 물으니 가혹한 정치(세금)가 산속인 여기에까지는 따라오지 않기 때문입니다.(無苛政) 라고 대답하였다.
자로의 말을 들은 공자가 가혹한 정치(세금)는 호랑이보다 무서운 것이다(苛政猛於虎也)라고 말했다는 고사로서 춘추시대 말엽 노(魯)나라 대부 계손자(系孫子)의 폭정에서 비롯된 이야기이다.
태양왕 프랑스 루이14세는 강력한 절대군주제도를 확립 유럽에서 가장 강한 국가가 되어 수많은 전쟁을 치르고, 오랜 세월에 걸쳐서 호화·사치·권위 아름다움의 대명사인 베르사이유 궁전을 건축하는 등 많은 재원이 필요하게 되었다.
그 재원마련 임무를 재무장관 장 밥티스 콜베르에게 맡겼고 콜베르는 백성에 대한 세금부과와 관련하여 최고의 징세기술은 거위가 비명을 가장 적게 지르게 하면서 가장 많은 털을 뽑는 것이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앞의 두 사례는 모두 세금 부과와 부담의  공평성이 그 핵심이다.
그로부터 수많은 세월이 흐른 지금, 신임 임청장이 취임사에서 자신의 주요정책이 축약된 사자성어로 제시된 것이 중국춘추시대 말기와 조선시대에 사용된 글의 의미에서 인용되었다니 아이러니컬하기만 하다.
세금부담의 공평성 문제는 공자시대이후 지금까지 아직도 사회구성원끼리 합일되지 않는 영원한 숙제인가.
국가의 군주가 성군이고 태평성대라는 말의 기준이 사회구성원의 대다수가 동의하는 세금의 공평성이 높게 유지되는 시기였던가 역사적 회상을 해본다.
2014년 우리나라 예산규모가 약357조 7천억원인데 세간에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약 8-10조원의 세수가 부족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신임 임청장께서는 노나라 계손자와 프랑스 콜베르를 반면교사로 내지 롤모델로 삼아 세수확보와 공평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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