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원희, “해양인재 양성 실패는 해양산업 파괴에서 국가경제 위기로 이어진다”

한원희 목포해양대학교 총장이 NBNTV와 인터뷰를 통해 해양인재 양성의 중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한원희 목포해양대학교 총장이 NBNTV와 인터뷰를 통해 해양인재 양성의 중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NBNTV=목포(전남)] 강효근 기자=대한민국의 출산율 저하는 이미 걱정을 넘어 우려의 수준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대한민국 출산율은 0.77~0.78로 한 명 아래를 밑돌고 있으며 이런 출산율이 지속된다면 오는 2050년이 되면 1500만 명 이상의 인구가 감소할 것이라는 것이 인구전문가들의 예측이다.

출산율 저하는 지방대학 소멸과 직결된다. 수도권은 이미 인구 집중으로 우리나라 인구의 절반이 몰려있다. 그로인해 지방은 급격한 인구 감소로 소멸이 초읽기에 들어갔고,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지방의 초·중·고학생은 물론 지역의 고급인재를 양성해 온 지역대학은 입학할 학생들이 없어 문을 닫아야 한다.

NBNTV는 지난 1950년 개교 이래 73년의 역사를 자랑하면서 한국경제의 핵심 축인 해양산업의 고급 인재를 양성해서 국내는 물론 세계 각처로 공급해 온 목포해양대학교 한원희 총장을 만나 지방대학 소멸 시대를 맞아 목포해양대학교의 중요성과 이를 통해 대한민국 해양산업의 미래와 한국 경제의 미래를 들어 본다. 

◆ 목포해양대학교는 어떤 곳인가?

대한민국은 부존자원이 부족한 나라입니다. 그런데도 지금은 세계 10대 경제대국이 됐고, 세계가 인정하는 선진국이 되었습니다. 이런 이유는 무엇일까요? 바로 국제무역입니다. 우리는 부존자원이 없는 단점을 수출·입을 통해 선진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삼면이 바다고 북쪽은 북한에 의해 막혀 있는 우리는 사실상 바다가 유일한 무역통로입니다. 실제로 우리 무역의 99.7%의 수출입 물동량이 해양을 통해 이뤄지고 있습니다. 해양은 우리에게 없어서는 안 될 절대적인 분야입니다. 목포해양대학교는 바로 우리 무역의 99.7%를 담당하는 해양 분야의 고급 인재를 양성해서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 각처로 공급해온 해양 분야 전문 고등교육기관입니다. 

◆ 최근 출산율 저하에 따른 지방대학 소멸이 화두다. 왜 지방대학 소멸을 걱정해야 하는가? 수요 공급의 원칙에서는 당연한 것이 아닌가?

출산율 저하에 앞서 이미 우리나라는 수도권 쏠림 현상으로 지방에서 학교를 다니는 학생들이 감소하고 있었습니다. 여기에 출산율까지 낮아지면서 지방에 있는 대학이 필요로 하는 학생 수보다 지방에서 고등학교를 졸업 하는 학생 수가 더 적은 현상이 발생을 했습니다.  

학생이 없으면 학교도 존재하지 않을 것입니다. 더구나 대학은 고등교육기관이라 더욱 그렇습니다. 하지만, 사라져서 안 될 대학이 있습니다. 아니 사라지면 대한민국의 미래가 암담할 대학이 있습니다. 바로 해양인재를 양성해 온 목포해양대학이 바로 그런 곳입니다. 

앞에서 설명을 했듯이 수출과 수입으로 부를 축적한 우리나라의 99.7%가 해양을 통한 무역교류입니다. 지금 오대양을 누비는 거대한 무역선을 움직이는 사람들이 바로 우리 해양대학 출신들입니다. 즉 해양대학교를 졸업하고 해양물류를 담당하는 그들은 대한민국의 생명 줄을 담당하는 필수적인 사람들입니다. 우리의 생명 줄을 우리 국민이 아닌 외국인에게 맡길 수 있겠습니까? 인건비에 따른 경제 논리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그래서 해양대학은 사라지면 안 되는 대한민국의 핵심 대학입니다.  

◆ 과거 해양대학은 우수한 인재가 모이는 곳으로 인기가 많았다. 만약 지금도 해양대학에 입학해서 졸업하고, 취업이 잘된다면 학생들이 몰리지 않겠나? 

목포해양대학은 해상물류를 담당하는 해운업뿐만 아니라 조선과 해양 등 바다와 관련된 거의 모든 분야에서 중요한 핵심인력을 양성하는 곳으로 전국 국공립대학교 중 취업률 1위를 지속해서 달성하고 있습니다. 이런 결과는 우리 목포해양대학이 취업하기 좋은 대학이라는 것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시대가 달라졌습니다. 과거 가난했던 시절 우수 인재가 해양대학에 모일 수 있었던 것은 해양대학을 졸업하고, 해상근무를 할 경우 육상 근무 임금의 3~10배 이상의 급여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이 가장 큰 매력이었습니다. 당시에는 우리나라에서 배를 타는 것만큼 큰돈을 주는 곳이 없었기에 많은 사람들이 배를 타기 위해 해양대학에 지원했던 이유입니다. 

하지만, 지금 사정은 과거에 비해 많이 달라졌습니다. 삼성이나 현대 등 국내 대기업이나 글로벌 기업의 급료가 이미 많이 올라 과거 해상근무의 매력을 압도적으로 덮을 만큼 크기 않아 과거의 매력이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육상의 각종 복지 혜택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좋아졌지만, 해상 근무는 그 수준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단순히 돈을 많이 받을 수 있는 것만으로 해양인력 양성을 유지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 그렇다면 해양인력 양성을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이 있는가?

지난해 10월 정부는 국가전략기술로 12개 분야를 선정해 오는 2027년까지 글로벌 5대 기술 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국가전략기술이란 국가 안보 차원에서 전략적으로 중요성이 인정되고 국민 경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기술을 대통령령으로 정학 핵심 기술을 말합니다. 그 12개 분야 중 ‘우주항공·해양’이 여섯 번째로 선정된 것은 무척 고무적인 일입니다.

이처럼 중요한 기술인 해양인력 양성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제도적인 법안 마련이 꼭 필요합니다. 저는 해양인재 양성을 위한 고등교육과 예산 지원의 근거가 되는 가칭 ‘해양교육지원특별법’ 제정을 제안합니다. 나라에서 특별한 설립 취지와 목적을 가지고 설립된 대학들은 특별법을 만들어 지원하고 있습니다. 대표적 예가 한국농수산대학과 한국에너지공과대학을 들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해양대학은 해기사 양성에 대한 법적 지원 근거 없이 학비보조규정에 의해 운영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해양학자 파커(C.J.Parker)는 “국가안보와 해운력의 기초가 되고 제4군으로서 역할을 하는 해운인력은 양성하는데 걸리는 Lead Time이 길고 막대한 투자가 필요하며 한번 허물어진 교육기반은 다시 복원되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제4군이란 전쟁이나 큰 재난 등 비상시에 보급·병참의 선봉에 서야하는 역할을 말합니다. 만약 보급을 담당하는 해기사가 절멸하고, 해양과 해운 산업에 대한 인재 공급이 끊긴다면 단순히 해양만 무너지는 것이 아니라 나라 존망이 위태로운 것입니다. 

2011년 동일본대지진 당시 후쿠시마 원전 사태가 있었습니다. 그때 수리와 복구를 위한 긴급 물자를 선박으로 운반하고자 했으나, 외국인 선원들은 방사능 오염에 노출된 곳으로 항해하는 것을 기피했습니다. 일본 자국 선원들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선박을 운항할 인력이 부족하여 매우 어려운 상황을 겪었습니다. 결국은 아주 높은 인건비를 지불하며 외국인 또는 고령의 대체 선원을 투입할 수밖에 없었던 사례는 유명합니다. 더군다나 우리나라는 에너지 해외의존도 92%, 자급률 8%로 세계 최고 수준의 에너지 수입국이며 곡물은 자급률 21%로 세계 7위의 곡물 수입국입니다. 선박과 해운이 멈추면 대한민국이 멈추는 이유입니다.

◆ 총장님의 우려는 해양산업의 몰락은 단순히 해양산업 뿐만 아니라 국가 경제 그리고 안보와 직결된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우리의 해양산업은 어떤 변화가 필요한가?

그렇습니다. 목포해양대학처럼 해양인재를 키우는 학교는 일반 대학과 다른 사명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를 비롯한 우리 학교의 모든 교수님과 교직원들의 마음일 것입니다. 우리가 바로 우리나라 미래를 책임지는 인재를 기르는데 한 치의 소홀함도 없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저는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해양인재 양성 실패는 해양산업 파괴에서 국가경제 위기로 이어진다”고 말입니다. 그러나 이런 것은 구호로만 되지 않습니다. 해양산업계도 바뀌어야만 가능합니다. 바뀐 시대적 패러다임에 맞추어 우수한 자질을 가진 인재가 양성되어 우리의 산업계에 유입될 수 있는 확실한 유인책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유럽 등 선진해양 국가들은 이미 수십 년 전부터 ‘선원 임금 전면 비과세’정책과 ‘3개월 승선근무 후 3개월 유급휴가’제도를 시행해왔습니다. 우리나라도 시급히 이러한 선진 제도를 도입하고 법 제도를 정비해야만 합니다. 저는 총장 취임 후부터 지속적으로 이러한 해운 선진 정책과 선원 처우 개선의 필요성에 대해 강조했고, 여러 해운선사 대표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다행히 올해부터 우리나라 대표적 해운사인 HMM에서 우선적으로 ‘4개월 승선 근무 후, 2개월 유급 휴가’ 제도를 시행한다고 합니다. 무척 고무적인 일입니다. 선도적인 제도 시행에 감사드리며 다른 해운선사도 함께 동참해 주시리라고 믿습니다. 우수인재를 해양으로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이런 유인책이 시행되는 해양산업 전반의 변화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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