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회의 시정연설서 공방 펼쳐
홍 “감사 거부는 도민 권리 침해”
박 “정상공문 보내고 감사는 잘못”

   
내년도 학교 무상급식 보조금 지원 중단을 발표한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19일 경남 도의회 본회의에 참석해 박종훈 경남도교육감의 내년도 예산안 제출에 따른 시정 연설을 듣고 있다.

학교 무상급식 감사와 보조금 지원 문제로 대립중인 홍준표 경남도지사와 박종훈 경남교육감이 도의회에서 급식 예산을 두고 날선 공방을 벌였다.

홍 지사와 박 교육감은 19일 오전 제322회 경남도의회 정례회 2차 본회의에 참석, 내년도 예산안 제출에 따른 시정 연설을 각각 했다.

홍 지사는 연설에서 “무상복지는 좌·우와 진보·보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재정능력 문제”라며 “지방재정이 감내할 수 없는 무상복지는 지방은 물론 국가재정을 파탄으로 몰고 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재정여건에 맞는 서민복지정책을 중심으로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며 “경남도가 먼저 준비해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따라서 경남도는 도민 의견을 모아 무상급식에 대한 정책을 서민복지정책으로 전환하고 무상급식 지원 예산은 예비비로 편성해 서민과 소외계층 교육사업에 사용하겠다고 설명했다.

홍 지사는 “이제는 무상급식을 비롯한 무상복지에 대한 전반적인 점검과 정책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복지는 부자와 가난한 사람에게 일률적으로 똑같이 나눠 주는 것이 아니라 서민과 어려운 사람들에게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가도록 재정여건에 맞게끔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최근 한국갤럽 여론 조사에서 전체 응답자의 66%가 ‘재원을 고려해 소득 상위계층을 제외한 선별적 무상급식을 해야 한다’에 찬성했으며 특히 부산·경남지역은 71%가 선별적 무상급식에 찬성한다고 응답해 대다수 도민이 경남도 정책 방향에 공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또 “단돈 100만원의 예산을 지원받는 민간단체도 예외 없이 감사를 받는데 경남도교육청은 지난 4년간 3,040억원의 막대한 도민 세금을 지원받고도 도 감사를 거부했다”며 “이는 경남도 학교급식 지원조례에 규정된 도지사의 지도·감독 권한을 부정하고 도의회와 도민의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이라고 교육청을 향해 쓴소리를 했다.

이어 연설에 나선 박 교육감은 “2007년 거창군에서 시작해 현재까지 8년 동안 순조롭게 진행돼 오던 학교 무상급식이 경남도와 일선 시·군의 급식 보조금 지원 중단 선언으로 중단 위기에 처했다”며 “어느 정도 안착되는 상황에서 무상급식이 과거로 되돌아가 경남지역 학생들만 무상급식 혜택을 받지 못한다면 정말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고 착잡한 심경을 밝혔다.

또 학교 급식 질이 저하될뿐 아니라 지역경제마저 위축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박 교육감은 “지금까지 잘해 오던 일을 새삼스럽게 거두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을 것”이라며 “교육적 잣대에 의하지 않고 세간의 논리로 재단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연설 도중에 “모든 걸 내려놓고 도민과 학부모·학생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도지사와 만나 이 문제를 해결하길 요청한다”고 홍 지사에 대화를 제안하기도 했다.

그는 또 “학교 급식은 학생 건강에 큰 영향을 끼치고 바른 식생활 문화를 익히게 하고 나눔과 베풂의 가치를 배우게 되는 점 등에 비춰 돈으로 살 수 없는 고귀한 가치”라며 “급식이 지니는 교육적 의미와 가치가 지켜갈 수 있도록 지자체 지원이 계속되길 희망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박 교육감은 “경남도는 2013년과 2014년 지도감독권을 발동, 급식 지원 예산이 정상적으로 집행되고 있다고 교육청에 공문을 보냈는데도 다시 감사하려는 것은 옳지 않다”며 “경남도 감사권한이 논란이 되기 때문에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심판을 냈다”고 덧붙였다.

최근 전국적으로 논란이 이는 누리과정 예산과 관련해 박 교육감은 “보육료 지원은 부모의 보육 부담을 덜어주고 출산율 저하 등 심각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실현하려는 무상복지 정책의 하나로 선진 사회로 진입하는 우리나라의 위상에서 늦은 감이 있는 복지정책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재정 여건상 어린이집 보육 예산 1,439억원 가운데 4개월분인 491억원만 편성해 안타까움과 죄송함을 금할 길이 없다”면서 “누리과정이 국가정책 사업임을 고려해 볼 때 추가 재원 확보를 위해 중앙정부와 국회에서 대승적 결단을 해 달라”고 촉구했다.

이날 본회장에는 지난 4일 열린 1차 본회의 때처럼 홍 지사와 박 교육감이 나란히 참석했으나 서로 악수도 나누지 않는 등 냉랭한 모습을 보였다.

저작권자 © NBN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