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기소개] - 피리

   

 박지윤
 중요무형문화재 피리정악 전수자
국립부산국악원 단원

국립부산국악원 단원 피리란 속이 빈 대에 구멍을 뚫고 입으로 불어서 소리를 내는 악기를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이 것이 첫 번째 사전적인 뜻 이면서 보통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피리의 통칭적인 말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앞으로 불던 옆으로 불던 입으로 불어서 연주되는 악기 전부를 일컬으며, 풀잎이나 댓잎을 겹쳐 입에 물고 연주하는 것 또한 피리라고 말한다.
두 번째로는‘관(管)에다 혀(舌:서(이하’서’라고씀))를 꽂아 세로로 부는 관악기.’라는 뜻으로 이것이 우리나라 전통악기인‘피리’를 일 컷는 말이다.
흔히 관대라고 하는 길이26cm정도 되는 관(管)에7.5cm정도 되는 서(舌)를 꽃아 부는 악기로 악기의 재료로는 산에서 자라는 갈대의 일종인 시누대를 사용하는데 총 길이35cm미만이 되는 작은 악기인 전통 피리는 국악기을 통틀어 가장 소리가 크고 우렁찬 성량을 가지고 있어 관현 합주에 리드 역할을 하는 악기이다.
피리의 역사를 살펴보면 우리나라에서 언제부터 피리를 만들어 불기 시작했느지 정확히 알 수는 없으나 삼국유서 등 고문서를 살펴볼때 통일신라 시대부터 종교적인 행사에 사용되어 졌을 것이라 추축된다. 또한  조선조 9대 성종 24년(1492년)에 예조판서 성현과 유자광이 왕의 명을 받아 만든 “악학궤범”에는 조선조 초기의 궁중에서 쓰인 음악과 악기의 모습이 정확하고 치밀하게 기록되어 있는데 거기에는 피리의 종류와 운지법까지 자세하게 소개되어 있다.
피리의 종류를 보면 크게 향피리,당피리,세피리 3종류로 분류가 된다. 세종류의 피리는 각기 모양과 쓰임에 차이가 있다.
첫번째 향피리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전통 피리의 대표적인 악기이다. 위에서 소개한 악기의 길이가 바로 향피리의 길이를 말하는 것인데, 오늘날의 향피리는 세부적으로 정악, 산조, 신곡으로 구분되어진다. 이 것은 음악의 다양성을 표현하기 위해 관대길이를 변형하여 음정의 높낮이에 차이를 준 것이기에 명칭을 관대로 구분 짓고, 그 쓰임이 각각 다르게 사용되어지고 있다.
두 번째 당피리는 고려 예종때 송에서 들어온 악기로 “고려서”악지와 “세종실록”에는 지공이 9개로 되어 있지만 『악학궤범』에 따르면 뒤2개의 지공을1개로 줄여8개로 만들었다고 나와 있다. 그것이 오늘날의 당피리로 향피리와 같이 구멍이 8개 이다.
그러나 당피리와 향피리는 차이가 있다. 첫째 관대의 재질이다.
향피리는 시누대를 사용하는 반면 당피리는 황죽이나 오죽을 사용 하여 만들어 그 모양에서 차이가 나고, 향피리보다 조금 짧고 굵으며,소리 또한 크고 시원한 향피리에 비해 크고 묵직한 소리가 나는 것이 특징이다.

   
 

두 번째로 지공의 위치이다. 향피리 뒷지공의 위치가 앞 지공들보다 제일 위에 위치해 있는데 당피리는 뒷지공이 앞지공의 첫번째와 두번째 사이에 구멍이 뚫려있다. 그래서 향피리는 뒷지공을 1지공이라고 표기하지만 당피리에서는 뒷지공을 2지공으로 표기한다는 차이점이 있다. 당악곡의 대표적인 곡으로는 낙양춘,보허자,종묘제례악,문묘제례악,여민락만,본령,해령 등이 있다.
세번째로 세피리는 향피리 보다 작고 가늘다는 차이 이 외에는 유래와 제도가 모두 같다. 세피리는 입김이 들어가는 서(舌)와 관대의 내경이 좁기 때문에 향피리나 당피리보다 불기가 힘들고 악기 생김새만큼 소리가 작아 가곡·가사·시조등 가악(歌樂)반주나 가야금,거문고,양금과 같은 현악기가 중심이 되는 영산회상(靈山會上:현악영산회상 또는 중광지곡), 천년만세 등에 사용된다.
피리는 모든 악기를 통틀어 제일 음역대가 좁다. 다른 악기들은 다양한 연주를 위해 개량이 되어 넓은 음역으로 연주를 뽑내는데 비해 한 옥타브 반 밖에 되지 않은 음역대로 연주의 한계점이 많다. 그래서 피리도 다양한 음역대를 표현하기 위해 대피리, 저피리, 황종피리, 고음피리 등으로 개량을 하여 사용되고 있고, 또 북한대피리, 장쇄납 등을 들여와 관현악에서 활발히 사용되고 있다.
또한 피리는 대중적으로 보편화시키기에 어려움이 있다. 단소나 대금 등의 관악기는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져 일반인들에게도 쉽게 접할 수 있도록 대중화를 시킨 것에 비해 피리는 서(舌)에서 나오는 떨림을 플라스틱으로는 표현 할 수 없기에 대중화를 시키지 못한다는 아쉬운 점이 있다.
하지만 이 것을 역으로 생각하면 우리의 전통악기를 후대에까지 변질 없이 전승 시킬 수 있다는 장점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옛 선생님들의 말씀에 의하면 ‘ 피리소리는 동이 틀 무렵 세상을 깨우는 새벽을 여는 수탉의 울음소리’라  비유 하셨다. 그만큼 크고 우렁찬 소리를 내면서도 마음을 울리는 피리는 아무나 접할 수도 연주할 수도 없다는 조금 특별한 자부심을 가지고 연주되고 전승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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