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스 칼럼]

   

 이명아
 부산아트매니지먼트 대표
 

전세계적으로 21세기의 성장 동력 첫째는 문화에 있고 박근혜 정부 들어서면서 가장 큰 화두 중의 하나가 문화융성이란 것을 놓고 볼 때 문화의 발전이 우리에게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가늠할 수 있다.

예술가와 관객이 무대를 통해서 함께 소통하는 공연예술의 경우 무대 제작을 위해서는 좋은 콘텐츠와 함께 당연히 첫째로 거론되는 것이 그 공연의 손익계산서이다.

아무리 세계적인 주목을 받는 인기 있는 클래식 연주자의 음악회라 할지라도 클래식 음악회는 수익사업이 될 수 없는 구조적인 한계가 있다. 특히 부산의 경우, 객석의 티켓을 다 팔아도 제작비에 충당되지 않는 공연장의 객석 수 때문에 지원금이나 기업의 협찬 없이는 음악회를 무대에 올리는 것이 불가능하다.

기획자가 수지 예산을 세울 때 객석 판매 분을 제작비로 산정하고 협찬금을 수익금으로 잡는다고 가정했을 때, 원래 계획한 만큼의 객석이 판매되지 않으면 마이너스가 될 것이다. 이런 경우 마이너스가 난 만큼의 협찬금이 보전된다면 그 음악회는 손익분기점 제로(Zero)로서 본전치기를 했다는 것인데 공연기획에서의 본전치기는 곧 적자를 뜻한다. 거기에는 그 동안 일했던 인건비가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경우는 그런대로 잘 치른 기획에 들어간다고 볼 수 있다그러나 입장권 판매는 어느 정도 되었으나 협찬이 없었다면 그 음악회는 대부분 적자를 기록한다. 나날이 오르기만 하는 초청연주자의 개런티를 포함한 제작비에 비해 요사이의 관객들은 티켓 값이 일정 금액 이상의 고가로 넘어가면 지갑을 닫아버린다. 그 이유는 각 지역마다 공연장이 넘쳐나는 요사이는 국가나 관주도의 수많은 축제와 공연들이 쏟아져 나와 초대권이 남발되는 바람에 문화소비자들인 시민들은 더 이상 아무리 유명한 공연이라도 예전처럼 설레지 않는 지경에까지 와 있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공연예술을 무대에 올리는 데는 기업의 협찬이나 후원이 반드시 필요하게 된다.

기업이윤의 사회환원이라는 말은 이제는 구시대의 구호가 될 만큼 삼성이나 LG,현대와 같은 재벌 기업들은 체계적인 문화 후원과 함께 아예 공연장을 손수 지어서 운영할 만큼 문화 기업의 반열에 들어섰다. 이와 함께 대기업 중소기업 할 것 없이 좀 한다는 기업들은 한국메세나협회를 통해 폭넓은 문화 후원을 하고 있다. 모든 기업의 본사 및 금융사들이 포진해 있는 서울의 경우 콘텐츠만 좋으면 협찬 받기가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용이한 환경에 있다는 것은 부러운 일이다.

이런 기업들의 경우 메세나를 담당하는 부서가 따로 있어서 그 곳과 접촉해보면 협찬 제안을 진지하게 경청하고 성사가 안될 때라도 다음 기회를 보자는 립 서비스도 잊지 않아 뻔한 말인 줄 알지만 기분 좋게 넘기는 경우가 많다.

부산의 경우는 어떠한가?서울에 비해 턱없이 적은 수의 기업이 있고 그 중에서도 몇몇 기업의 문화 협찬을 제외하고는 협찬이 거의 성사되지 않는 실정이다.

설사 협찬이 성사된다 하더라도 공연의 콘텐츠의 질을 보고 협찬하기 보다는 지나치게 학연과 혈연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고 비체계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슬픈 현실에 있다.

협찬을 받기 위해 어느 기업과 접촉했을 때 가장 먼저 듣는 말이 “저희는 그런 것 안 합니다.”와 “저는 클래식을 잘 몰라서요 죄송합니다.” 라는 말을 너무도 당당하게 내뱉는 기업 앞에서는 기획자로서 절망감을 맛보기도 한다.

부산은 앞으로 많은 문화 콘텐츠를 생산할 큰 잠재력을 가진 도시다.

2020년에 완공될 오페라하우스와 국립아트센터를 통해 수많은 공연예술이 이뤄져 문화융성의 시대가 활짝 열릴 것이다.

그러나 문화가 성숙되고 확산되기 위해서는 기업의 후원은 필수 요소다.

이런 차제에 이제는 부산의 기업들이 문화 후원에 대한 인식의 대전환과 함께 메세나 활동을 보다 더 체계적이고 풍요롭게 해야 한다는 것은 시대적 소명이기도 하다.

문화 후원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는 기업일수록 국민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주고 있다는 것은 통계적으로도 나타나 있다.

문화에의 후원은 그냥 내다버리는 돈이 아니라 미래의 기업문화를 위한 투자라고 생각하는 기업들이 많아져야 할 것이다.

그러나 희망은 있다.

이 어려운 부산경제의 형편 속에서도 문화 후원을 사회공헌사업의 하나로 선정해서 지속적이고도 체계적인 협찬을 해오고 있는 부산은행과 해마다 기업음악회를 통해 클래식 음악문화의 확산에 기여하고 있는 비엔그룹 같은 기업이 있는 한 부산문화는 밝은 미래를 꿈꿀 수 있다.

더 많은 부산은행과 비엔그룹 같은 기업이 생겨나길 진정으로 바라는 바이다.
 

2014.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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