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 붕괴 직전…빈자리 외국인 차지

박스권 장세에 지친 개인 투자자들이 주식시장에서 ‘대탈출’ 행렬을 이어가며 개미 매매 비중이 역대 최저치까지 떨어졌다.

개인 투자자들이 떠난 자리를 외국인이 차지하며 한국 증시가 외국인 매매 방향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경향이 점점 더 뚜렷해지고 있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번 달(6월 2~20일) 유가증권시장의 개인 거래대금(매수 거래대금과 매도 거래대금의 평균) 비중은 40.68%로, 투자자별 매매 추이가 집계된 이래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유가증권시장의 개인 거래대금 비중은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2,231)를 찍은 2011년 4월 58.93%까지 치솟았으나 이후 계속 내림세를 나타내 40%선마저 위협하고 있다.

개인이 떠난 자리를 채우는 건 외국인이다.

2011년 4월 15.50%에 그쳤던 외국인 거래대금 비중은 올해 들어 두배 가까이 증가한 30% 전후를 나타내고 있다.

개인 거래가 시장을 떠받치는 코스닥시장의 상황도 비슷하다.

2011년 12월 94.11%을 기록했던 개인 거래대금 비중은 이번 달 85.56%로 10%포인트 가까이 떨어졌다.

반면 2011년 3% 전후에서 움직이던 외국인의 코스닥 거래대금 비중은 이번 달 들어 6.80%를 기록하는 등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

개미들이 증시에서 이탈하는 가장 큰 원인은 시장 전망과 투자 수익률에 거는 기대가 줄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증시는 수년째 크게 오르지도 내리지도 않는 박스권에 갇힌 채 지루한 흐름을 이어오고 있다.

서명찬 키움증권 연구원은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 모두 투자심리 위축으로 과거 대비 거래대금이 현저히 떨어진 상태”라며 “국내외 경기가 회복되고 있다는 데 대부분 동의하지만, 그 속도가 느리고 투자 심리를 개선하기 위한 모멘텀도 부족하다”고 말했다.

임노중 아이엠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개인이 직접 투자보다는 펀드 등을 통한 간접투자를 택하며 자연스럽게 비중이 작아진 측면도 있다”며 “그러나 증시를 떠난 가장 큰 이유는 시장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이 사라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전셋값 상승 등으로 인해 개인들의 여유자금이 준 것도 개인들의 투자 여력을 감소시킨 것도 또 다른 원인이다.

김용구 삼성증권 선임연구원은 “전셋값 상승 등으로 가처분소득이 감소한 개인 투자자들이 증시를 떠난 탓에 거래대금이 급감했다”면서 “전셋값과 거래대금 추이를 보면 거의 반비례 관계를 나타낸다”고 분석했다.

개인 비중은 점점 줄고 외국인 비중은 계속 늘어나며 우리 증시가 외국인 수급에 좌우되는 현상은 점점 심화하고 있다.

최근 코스피 흐름만 살펴봐도 지수를 2,000선 위로 끌어올린 것도, 이를 다시 2,000선 아래로 끌어내린 것도 외국인이었다.

김 선임연구원은 “개미들이 시장을 떠나며 변동성도, 거래량도 모두 낮아지고 있다”며 “증시의 활력 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장청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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