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을 만나다] - (11) 국악인 허유진

   

국악인 허유진

- 국악은 언제부터 시작했나요?

국악을 가장 먼저 접한 것은 초등학교 3학년 때였어요. 초등학교 때 서예학원을 다녔었는데 그때 서예학원 원장님의 취미가 단소와 대금을 연주하는 것 이었어요. 원장님께서 취미로 부시면서 서예학원에 온 꼬맹이에게도 한 수 가르쳐 주셨던 거죠. 그렇게 가볍게 접하게 되었는데 제가 다니던 초등학교 대표로 단소대회를 나가게 되었어요. 그 대회를 계기로 제대로 단소를 배우게 되었고 단소를 연주하다보니 자연스럽게 대금도 함께 배우기 시작 했어요. 초등학교 때 동래학춤을 배우기도 했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국악을 접할 기회가 많았던 것은 참 큰 행운이었던 것 같아요.

- 대금을 전공하게 된 동기는?

중학교 2학년 때 쯤 이었던 것 같아요. ‘내가 제일 잘 하는 것이 뭘까?’ ‘뭘 가장 즐겁게 잘 해낼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한 달 내내 밤새도록 했던 시기가 있었는데 그때 고민 끝에 내렸던 결론이 ‘대금’ 이었어요. 그래서 ‘대금’을 전공 하겠다고 부모님께 상의가 아닌, 공표를 대차게 했죠. 사실 부모님들도 처음에는 반대하셨어요. 음악은 그냥 취미로만 하는 것이 더 행복하지 않겠느냐고... 그렇지만 저는 확고했고, 부모님은 결국 제 꿈을 인정하고 응원해주셨어요.

- 대금의 가장 큰 매력은?

살아있는 호흡을 나무에 불어넣어 노래를 부른다는 것이 참 매력적인 것 같아요. 나무로 된 악기라 날씨나 상황에 따라 소리가 많이 달라지는데 연주자로써는 항상 같은 소리를 내지 못한 다는 것이 항상 불안하고 힘들지만 그게 인간의 삶과 자연을 닮아있는 대금의 가장 큰 매력이지 않나 생각해요. 또 사람의 목소리를 닮은 악기로 대금을 연주하고 있으면 대금을 통해 노래를 부르는 느낌이 참 좋고 재미있습니다.

- ‘음악가로 살기’란 어떤 것일까 궁금합니다.

누구에게나 있는 평범한 일상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해요. 평범하고 누구에게나 주어진 하루지만 특별한 열정으로 열심히 살면 특별한 삶이 되는 것처럼 음악도 비슷해요. 매일 매일 열심히 표현 하나 하나를 연습하고 또 연습하다보면 무대 위에서 아름다운 음악을 연주해 낼 수 있는 것이지요. 공연을 준비하다보면 가끔 어두운 터널을 빠져나가는 것처럼 고통스러울 때도 있지만 연습의 순간순간 조금씩 더 나아지고 발전하고 있는 ‘나’를 발견할 때면 참 재미있답니다. 음악은 인생과 참 비슷하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 국립부산국악원에서 연주활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단체에 대해 좀 소개를 해주신다면?

국립부산국악원은 2009년에 개원해서 현재 6년째 접어든 단체예요. 영남권에서는 유일한 국립단체입니다. 물론 국악 공연도 하구요. 국악교육, 연구 등 국악에 관련된 여러 가지 일을 하고 있어요. 젊고 열심히 하는 예술가들이 모여서 열심히 연습하고 연주활동을 펼치고 있어요. 최근 개장한 부산시민공원 옆에 위치하고 있어요. 매주 토요일3시에는 연중무휴로 상설공연이 열리고 있으니까 주말에 공원산책도 하시고 국악공연도 관람하시면 알찬 주말을 보내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 가장 기억에 남는 공연이 있다면?

러시아 사할린에서 했던 공연이 가장 기억에 남는데요. 일제 시대 때 사할린으로 피징용 당했던 한인들을 기리는 공연으로 사할린 전역을 돌면서 진행했었어요. 그때 억울하게 멀고 낯선 나라에서 살아온 어르신들을 만나면서 참 많은 생각들이 들었어요. 음악의 역할과 순기능에 대해서도 많이 고민 했구요. 그때 만나 뵈었던 할머니는 아리랑을 듣고 눈물을 흘리시고는 저희에게 다가와서 아리랑을 같이 불렀는데, 한국말은 다 잊었는데 아리랑 노래를 기억이 나신다고... 그때 저희 모두 눈시울이 뜨거워졌던 기억이 납니다.

- 국악의 대중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국악의 대중화가 아닌 현대화에 집중해야 할 때하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퓨전국악과 같이 서양음악을 쫓아한 음악이 아닌 국악의 본질적인 매력과 철학을 찾아내고 그것을 배가시킬 수 있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부산국악의 현주소와 앞으로의 전망은?

부산에서 고등학교를 다닐 때인 10년전에 비해서는 국악인구도 많이 늘고 공연장도 많이 생겨 많이 발전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부산은 바다를 품은 지리적인 조건을 바탕으로 더 많이 발전할 수 있는 도시라고 생각합니다. 기획력 있고 예술성 높은 공연이 더욱 많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통영국제음악제나 전주소리축제와 같은 확실한 컨텐츠를 가지고 예술성이 높은 음악들을 기획력 있게 선보인다면 전 세계의 많은 예술인들과 음악애호가들을 부산으로 모이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허유진에게 ‘국악’이란 어떤 의미인가?

‘삶’ 그 자체 인 것 같아요. 국악을 연주하다보면 오랜 역사를 거쳐온 시간들이 음악에 많이 묻어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어요. 그 것처럼 허유진의 국악에도 제 ‘삶’이 묻어 나오겠죠. 그래서 삶과 음악은 저에게 같은 의미 인 것 같아요.

- 앞으로의 연주 활동 계획?

현재 제가 속해있는 국립부산국악원 공연활동도 열심히 할 계획이고, 개인적인 연주 역량을 키우기 위해서 올해 하반기에는 독주회를 열 계획입니다. 부산에서 잘 연주되지 않았던 현대음악 위주로 프로그램을 구성할 예정입니다. 또 전자음향과 협업해서 국악의 매력을 독특한 방법으로 표현해내는 시도를 하려해요. 국악과 대금의 새로운 면을 선보일 예정이니까 관심있게 지켜봐주시면 감사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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