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특위, 녹취록 왜곡 논란
野, “김광진 의원 발언 누락”

2일 국회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국정조사가 해경 상황실 유선전화 녹취록에 대한 ‘왜곡 발언’ 논란으로 여야가 충돌하며 파행했다.

전날 여야 위원들이 고성을 내며 싸우거나 자리에서 조는 등 불성실한 태도로 비판을 받은데 이어 이날도 여야 충돌로 회의가 원만하게 진행되지 못하는 상황이 빚어졌다.

이번 충돌은 녹취록을 인용한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김광진 의원의 발언이 불씨가 됐다.

김 의원은 “사고 당일 오전 9시50분 청와대에서 (사고현장) 화면을 보여달라고 지속적으로 요구했다”며 해경이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를 수행하느라 구조 활동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주장을 폈다.

김 의원에 따르면 청와대 관계자가 “다른 일은 그만두고 영상 중계 화면 배만 띄워라. 카톡으로라도 보내라. 내가 요청하는 게 아니다. VIP가 좋아하고 제일 좋아하니까 그것부터 하라”라는 발언을 했고, 녹취록에도 이 발언이 나왔다는 것이다.

그러나 새누리당 간사인 조원진 의원은 김 의원이 인용한 발언이 녹취록에 담기지 않았다며 즉각 반발했다.

조 의원은 “녹취록 어디에 ‘VIP가 영상을 좋아한다’는 내용이 있나. 우리도 같은 녹취록을 갖고 있는데, 어떻게 이런 새빨간 거짓말을 할 수가 있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 의원은 “사과 하기 전까지는 회의 진행을 못한다”고 항의를 이어갔다. 이에 방청석에서 회의를 지켜보던 희생자 가족대책위가 회의를 서둘러 진행하라고 촉구하자, 조 의원은 “당신 누구냐”라고 큰 소리를 내며 얼굴을 붉히기도 했다.

결국 김 의원은 이에 “직접 대통령의 발언은 없었다. 사과한다”라며 유감을 표했다. 다만 맥락상 대통령도 사실상 요구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이후 회의는 정상적으로 진행됐지만, 오전 질의 후 새누리당 이완영 의원이 공식 사과를 재차 요청하면서 충돌이 다시 빚어졌다.

이 의원은 “녹취록을 보면서도 (그런 발언을) 한거다. 고의성이 없이는 할 수 없는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새정치연합 간사인 김현미 의원은 “사과까지 했는데 어떻게 해야 직성이 풀리겠느냐”며 “이런 행동은 꼬투리를 잡아 파행으로 끌고 가겠다는 의도”라고 반박했다.

다른 위원들도 다툼에 끼어들어 회의장은 금세 고성으로 가득찼다.

여당 위원들은 “야당은 계속 정쟁만 하냐”, “없는 말을 왜 지어내냐”고 했고, 야당 위원들은 “아까 사과하지 않았냐”, “꼬투리 잡으려고 작정했다”고 받아쳤다.

결국 새누리당 특위 위원들은 김 의원의 특위 사퇴를 요구하며 회의 참석을 거부, 기관보고가 파행했다.

여당은 김 의원의 사퇴 없이는 특위운영을 전면 중단할 것이라며 버티고 있고, 야당은 이미 사과한 만큼 사퇴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맞서 파행이 장기화할 조짐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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