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우리동네 문화공간] - (12) 글마루 작은 도서관

   

조용히 책만 읽는 곳이 아니라 즐겁게 사람과 책을 만나고 문화를 누리는 생활공간 ‘글마루 작은도서관’

부산 대신동 방향으로 향하는 영주터널을 지나다 보면 터널 위에 마치 작은 모자를 쓴 것 같은 예쁜 건물이 있다. 바로 ‘글마루 작은도서관’(이하 글마루)이다.

영주동 어린이들의 놀이터이자 공부방이며 주민들의 사랑방이다. 그리고 마을의 도서관이다.

엄마 손을 잡은 어린이가 글마루에서 책을 고르고, 도서관 한쪽에 털썩 주저앉으면 엄마는 곁에서 소리 내어 책을 읽어주었다. 그 모습이 자연스러우면서도 어색했다. 엄숙한 분위기의 공공도서관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글마루는 ‘독서문화 진흥’, ‘소외계층이 많은 지역의 문화예술 체험 확대’, ‘지역 공동체 활성화’라는 세 가지 목표를 가지고 지난 2011년 2월 개관했다. 국민은행의 도서관 건립비 지원을 받아 지어졌으며, 중구가 운영하고 현재 ‘부산어린이어깨동무’가 위탁 운영하고 있다.

1만 1,000여 권의 도서를 갖추고 있는데 어린이 책과 일반도서가 각각 50%의 비율을 차지한다. 사서가 근무하므로 수준 높은 도서를 선별하여 비치한다.

아담한 2층 건물은 1, 2층 모두 열람실로 1층은 어린이를 위한 책이, 2층에는 일반도서가 비치되어 있다. 2층에서는 종종 영화 상영과 작은 공연도 이루어진다. 옥상에는 텃밭이 있어 상추, 토마토 등을 키우고 있다. 인근 파출소 김윤생 경위를 중심으로 동네 주민들이 공유하는 공간이다.

지난 2일 글마루를 찾았을 때 주민 10여 명이 모여 ‘평화 책읽기’를 하고 있었다. 모두 성인인 이들이 읽고 토론하는 책은 그림책들이었다.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자녀 교육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졌다.

영주동에 20년째 살고 있다는 주부 전현옥(41세, 여) 씨는 “아이를 데리고 도서관에 가면 조용히 시켜야 하는데 이곳은 그런 제약이 없어서 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 아이가 뛰어놀다가도 어느새 구석에서 책을 보고 있다.”며 글마루에 대한 만족감을 표했다. 배민경(41세, 여) 씨는 “글마루가 생기고 딸아이뿐만 아니라 나도 독서량이 늘었다. 책보며 노는 아이들의 사랑방이다. 자연스럽게 책을 접하며 이런 문화에 흡수되는 것 같다. 아이들 정서에 도움이 된다.”라고 전했다.

글마루는 오전에는 주로 동네 어르신을 비롯한 주민들이 와서 신문이나 책을 보고, 오후가 되면 어린이들이 몰려온다. 이제 방학이 되면 특강을 마련할 계획이다. ‘우리마을 문화에디터’는 어린이들이 기자가 되어 우리 마을 취재에 나선다. 그리고 직접 기획하고 글을 써서 잡지를 만든다. 이외에도 ‘우리 문화재 바로 알기’와 ‘평화로운 세상읽기’가 있다.

평소에도 여러 가지 프로그램들을 운영한다.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저·중·고학년으로 나누어 책 읽고 선생님과 함께 이야기 나누는 ‘독서지도교실’을 진행한다. 또한 ‘어린 인문학자들’과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는 ‘성인 독서 북아트 교실“이 있다. 토요일이며 어린이와 어른 모두 즐길 수 있는 영화 상영을 한다.

정윤주 사무국장은 “작은 도서관은 늘 같은 사서가 있고, 그들이 지역 주민과 동화될 때 이상적 공간이 된다. 늘 지속가능성을 고민 한다”며 “지자체가 공간만 지어 놓고 관심과 지원을 해주지 않으면 공간 활용을 활용할 수 없다. 시민들도 집 주변에 작은 도서관을 찾아보고 이용한다면 생활에 활력이 될 것이다.”라고 전했다.

개관시간 오전 10시부터 오후 8시까지이며 월요일은 휴관이다.

▲위치 : 부산시 중구 영주동 95-13 영주터널 윗길

▲커뮤니티 : http://blog.naver.com/thanks_gmr

▲전화번호 : 051-469-8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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