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여름 많은 직장인들이 여름 휴가를 계획하지만 해외로 나가는 것은 몇달전부터 미리 준비해온 이들의 몫이다. 휴가철이 코앞에 닥쳤을때 준비하려고 하면 교통편부터 숙박까지 이미 예약이 다 차있거나 바가지 요금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미처 휴가 계획을 세우지 못한 직장인들에게 전국경제인연합회(허창수 회장)가 선정한 ‘테마별 국내여행지 10선’을 추천한다.

   
 

‘태마별 국내여행지 10선’에는 주요 기업 창업주 생가 방문, 역사 속 산업기술 탐방, 근대 물류 중심지 등 우리나라 경제사를 살펴보는 테마와 지역 축제탐방, 농촌체험 팜스테이 등 지역문화와 자연환경을 체험할 수 있는 테마, 나라의 소중함을 되새길 수 있는 테마 등 국내에서도 해외여행 못지 않게 알차게 보낼 수 있는 곳들을 여행 스타일별로 묶어놓았다.

   
 

◆기업가 정신을 배운다

기업가 정신을 배울 수 있는 국내 여행지로는 경남 의령, 진주, 함안 지역과 울산 광역시 등이 꼽힌다. 의령, 진주, 함안의 세 마을은 조선말 한 도인이 ‘바위의 다리가 뻗은 세 방향 20리 내에 3명의 부자가 태어날 것’이라는 예언을 해서 더욱 유명해졌다. 그 도인의 예언대로 고(故) 이병철 삼성 회장과 고 구인회 LG 회장, 고 조홍제 효성 회장 등이 각자 자신의 뜻을 이뤘기 때문이다. 각 회장의 생가는 세 창업주의 기업 이념과 기업 역사를 볼 수 있어 그들에 버금가는 기업가 정신을 함양할 기회를 얻을 수 있다. 다만, 의령의 이별철 회장 생가는 내달말까지 보수공사 진행으로 여름휴가 시즌에는 관광객에 개방되지 않는다.

세 회장의 생가 방문 후에는 의령군이 조성한 ‘부잣길’ 둘레코스도 걸어볼 만하다. 2시간 반이 소요되는 A코스와 5시간이 소요되는 B코스의 두 코스로 개발된 부잣길은 자신의 체력이나 휴가 일정에 맞춰 선택하면 된다.

   
 

신격호 롯데 회장의 생가가 있는 울산 광역시 울주군 삼동면 둔기리도 창업주의 생각을 느낄 수있는 좋은 방문지다. 신 회장은 울산지역 공업용수용 댐인 대암댐 건설로 고향 둔기마을이 수몰되고 주민들이 흩어졌다는 소식을 듣고 1971년 옛 고향 사람들과 함께 ‘둔기회’를 만들정도로 고향 사랑이 대단하다. 신 회장은 이후 매년 마을 잔치를 열어왔지만 올해는 세월호 침몰사고에 따른 희생자 애도 차원에서 잔치를 열지 않고 잔치 비용 전액을 세월호 희생자를 위해 사용하도록 기부하기도 했다.

   
 

◆역사 속 산업 이야기

우리 조상들의 산업 기술에 대한 인식을 엿볼 수 있는 장소도 여럿 추천됐다. 지난 1997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수원 화성은 조선 정조때 정약용이 고안한 기중기를 통해 당대 최고의 기술로 지어진 건축물로 이미 중동을 비롯해 전 세계에서 위상을 쌓고 있는 우리 건설업의 시초라 할 수 있는 곳이다.

또한 부산 동래는 조선시대 발명가인 장영실이 태어난 곳으로 그의 이름을 딴 ‘장영실 과학동산’이 있다. 이곳에는 조선 세종당시 최고의 과학자인 장영실이 만든 혼천의, 앙부일구, 풍기대, 수표. 선화당, 측우기 등 각종 발명기구들이 있을뿐 아니라 주말이면 아이들을 위한 고천문기기 체험해설도 열려 가족과 함께 다녀오기 좋다.

이밖에 신라 고도인 경주에 있는 첨성대는 당시 농업에 천문학을 접목시킨 사례로 둥근 하늘을 상징하는 원형과 네모난 땅을 상징하는 사각형으로 이루어져 있다.

특히, 쌓은 돌의 수가 모두 362개로 음력 1년의 날 수와 같고 12개의 기단은 1년의 12달을 의미해서 학계에서는 신라인들이 농업에 활용했을거라 추측하고 있다.

시대에 따른 물류 중심지의 성쇠를 볼 수 있는 장소도 있다. 충청남도의 강경은 조선말까지 전국 3대 시장(대구, 평양)과 2대 포구(원산)로 손꼽히던 물류의 중심지였다. 수운 교통과 철도 교통(호남선)이 함께 발달한 강경은 1900년대에 들어 일제 치하아래 호남 쌀 수탈을 위한 기지로서 조금씩 변해갔다. 지금도 강경에는 일제로부터 전통 시장과 민족자본을 지키려는 강경 객주들이 만든 ‘강경노동조합건물’이 있는 등 한 지역의 흥망성쇠가 고스란히 남아있다.

또다른 장소는 전라북도 군산이다. 군산은 1899년 외국인 거주지역인 조계지로 지정되면서 항구도시로 발달해 1900년대 초에는 최대 곡물항으로 이용됐다. 이곳에도 아직 구(舊)군산세관과 군산 근현대사박물관 등이 남아 있어 당시의 상황들을 생생히 전한다.

◆전국 방방곳곳 문화의 향기를 따라

   
 

강원도 평창의 봉평마을은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의 배경으로 유명한 곳이다. 작가인 이효석의 발자취와 작품을 살펴볼 수 있는 문학관과 메밀꽃 밭 등 소설의 느낌이 절로 떠오르는 장소들이 있다. 특히, 최근에는 H카드사의 전통시장 활성화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새롭게 단장한 봉평 5일장이 열릴 뿐 아니라 근처의 허브나라 농원, 흥정계곡, 대관령 양떼목장, 휘닉스파크 리조트 등을 묶은 관광 상품이 많이 개발돼 관광객들이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경남 통영은 문학의 마을로 불리기에 손색이 없다. 21세기 한국 시단을 이끈 김춘수를 필두로 시인이자 교육자였던 청마(靑馬) 유치환, 『토지』, 『김약국의 딸들』, 『불신시대』 등과 같은 주옥같은 작품을 남긴 박경리까지 누구나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을 법한 작가들이 태어났다. 그들을 기리는 기념관과 생가를 둘러보는것만으로도 문학사적 공부가 될 것이다. 또한 통영에는 국내에 서구 근대 화풍을 도입한 이중섭 화가가 통영에 거주할 당시 남긴 ‘충렬사 풍경’ 등의 작품도 감상할 수 있다.

지역별로 펼쳐지는 축제도 여행의 또다른 재미다. 매년 7월 세계인들을 ‘진흙 인간’으로 변모시키는 보령 머드축제는 시기가 지났지만 머드탕, 머드사우나 등 머드체험관과 머드풀 슬라이드 등은 여전히 즐길 수 있다.

화천 토마토축제가 열리는 강원도 화천은 매년 여름 붉은 색으로 물든다. 올해에는 내달 1일부터 3일까지 열리며, 불꽃놀이, 노래자랑, 어린이 수영장, 목공예 쪽배만들기 등의 각종 상설프로그램과 토마토 몸짱 선발대회, 토마토 빨리 옮기기, 토마토 애정테스트 등의 이벤트성 프로그램이 펼쳐진다. 다양한 이벤트 중에서도 백미는 토마토가 가득 들어 있는 공간에 들어가 황금 반지를 찾는 행사와 1,000인 분량의 스파게티, 1,000인 분량의 토마토 샌드위치 만들기 등이다.

전국에 있는 이색박물관을 찾는다면 색다른 문화를 경험할 수 있다. 전라북도 전주에 있는 한옥마을에는 아시아 최초로 설립된 ‘모자박물관’이 있다. 이곳에는 전 세계 모자 300점이 시대별로 전시돼 있을 뿐만 아니라 모자 공방이 있어 직접 모자를 만들어볼 수도 있다. 같은 지역의 ‘부채박물관’은 전통부채 명장이 대를 이어 만들어온 합죽선과 태극선 등 다양한 전통 부채를 전시하고 있다.

서울 도봉구에는 한민족의 정서를 담는 옹기를 전시한 옹기민속박물관이 있다. 이곳 박물관에는 서민생활 깊숙히 자리했던 옹기 문화의 전반적인 모습을 살펴볼 수 있다. 경기도 부천시에는 복전영자씨가 40년 가까이 소더비와 크리스티 경매시장을 통해 수집해온 9백여점의 유럽자기를 전시한 유럽자기박물관도 있다. 이곳에서는 독일의 마이센, 프랑스의 세브르, 영국의 로열우스터와 로열 덜튼, 덴마크의 로열 코펜하겐, 헝가리의 헤렌드를 비롯해 이탈리아, 체코, 폴란드, 일본의 자기 명품들을 접할 수 있다.

   
 

◆자연과 친해지기

자연을 찾아 도시 생활에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는 것도 최근 새로운 형태의 휴가로 떠오르고 있다.

농촌은 자연 속에서 휴가를 보낼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을 제공한다. 농촌체험 마을에서는 과수재배 등 간단한 농사일을 체험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재능을 활용한 봉사활동을 펼치 수도 있어 휴가와 봉사까지 일석이조다. 평범한 농촌 체험이 식상하다면 조금 특별한 농촌 체험도 있다. 전라북도 순창의 ‘고추장익는마을’에서는 전통 고추장 담그기를 체험해볼 수 있으며, 600년을 넘게 이어진 도기 마을인 충청북도 단양 ‘방곡도깨비마을’에서는 도자기빚기 등이 가능하다.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산마다 조성되어 있는 임도로 떠날 것을 추천한다. 최근 산을 찾는 사람들이 증가하면서 산림청이 선정한 ‘한국의 아름다운 임도 100선’이 주목을 받고 있다. 그중에서도 산림청 목재생산과 직원들이 뽑은 국내 최대 편백·삼나무 조림지인 전라남도 장성 문수산 임도나 대청호 경관을 감상할 수 있는 대전 계족산 임도 등은 이미 마니아들을 중심으로 명소가 된지 오래다.
장윤원 기자 cyw@busan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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